▲ (왼쪽부터) 김윤철 예술감독, 진태옥 디자이너, 이혜영 배우, 로버트 알폴디 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자의 마지막 선택, 배우 이혜영의 '메디아'가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다. '메디아'가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 남편 '이아손'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과 분노를 느껴 복수를 계획하는 내용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해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헤다 가블러', '갈매기'로 연극배우로서의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이혜영이 공연 내내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메디아'로 분했다. 이혜영은 "메디아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며, 가장 메디아다운 메디아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법한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를 통해 메디아를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낼 배우 이혜영의 뒤에는 헝가리에서 온 연출자 '로버트 알폴디'가 있었다. 2016년 1월 국립극단의 연극 '겨울 이야기'를 연출해 셰익스피어의 만년작을 세련된 현대극으로 재해석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에서 그만의 동시대적 감각으로 '사랑'의 한없는 아름다움과 지독하게 끔찍한 양면적인 모습을 세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13일 진행된 '메디아'의 프레스콜에는 김윤철 예술감독, 진태옥 디자이너, 이혜영 배우, 로버트 알폴디 연출자, 우르반 알렉산드라 에스테르 번역가가 참석했다.

   
▲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메디아'를 소개하고 있다.

'메디아'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ㄴ 김윤철: '메디아'는 내가 국립극단에 부임했던 2014년부터 가장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립극단의 배우 중심, 서사 중심, 개념 중심이라는 3가지 지침을 가장 잘 섬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도 우리 국립극단의 기획 주제는 '기억과 영감'이다. 기억은 사실을 그대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포스트 메모리'를 의미한다. 욕망은 앞으로의 우리 행동을 알려주는 지표다. 오늘날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고 규명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국립극단으로서 이 2가지 주제에 충실하고자 했다.

'메디아'는 사랑 이야기지만, '메디아'의 감정적 흐름은 광기와 분노다. 광기와 분노는 현대인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정서이자, 동시대적 의미, 보편적 의미를 갖고 있는 감정이다. '메디아'에는 한 여인의 삶이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지배당하고, 이해수익에 따라 자신을 떠난 남편에 대한 복수심과 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담겨있다. 국립극단의 기획 주제인 기억과 욕망이란 주제와 접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우리피데스는 3대 비극 작가 중 가장 저평가를 받고, 메디아도 비극 축제에서 꼴등을 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연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플롯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메디아'는 플롯보다는 한 인간의 성격에 가장 역점을 뒀다. 그래서 '메디아'가 현대적인 그리스 비극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알폴디는 우리에게는 생소하겠지만, 헝가리의 젊은 연극계를 이끌어온 대표주자다.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현재 헝가리 3대 연출자 중 으뜸이다. 굉장히 뛰어난 배우며, 연출가며, 작가다. 뛰어난 작가가 '겨울 이야기'에 이어서 '메디아' 연출 초청에 응해준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 (왼쪽부터) 김윤철 예술감독, 진태옥 디자이너, 이혜영 배우, 로버트 알폴디 연출자, 우르반 알렉산드라 에스테르 번역가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메디아' 공연이 있는데, 이번 '메디아'만의 다른 점이 있나?

ㄴ 김윤철: 우리나라 '메디아'는 원작에 충실하기보다 '메디아'라는 소재를 한국적으로 많이 보완하면서 공연해왔다. '메디아 온 미디어'처럼 TV 문화에 빗대어 메디아를 공연하거나, 모정과 사랑의 갈림길에 선 메디아를 표현한 임형택의 '두 메데아' 등 한국화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 '메디아'는 에우리피데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메디아'를 연출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한 부분은?

ㄴ 로버트 알폴디: 유럽에서도 그리스 극은 아주 연출하기 힘들다. 현대와는 거리가 먼 오래된 이야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사라진 부분이나, 개인의 해석 때문에 변질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연출이나 예술 감독에게 두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우디피데스를 비롯한 다른 그리스 작가들에게 현대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국립극단에서 '겨울 이야기'를 연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에우디피데스도 인간에서 출발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현대극과 아주 유사한 것 같다. 셰익스피어도, 에우디피데스도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만큼 관객들도 현대와 신화의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출했다. '메디아'는 우리 모두가 원하고 있는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다. 또한, 사랑하는 만큼 고통과 어두운 면이 많이 담겨있다. '메디아'는 현대에 있는 어떤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주 어두운 이야기지만, 아주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을 담았다. 유머도 많이 들었고, 남녀 관계도 많이 담겼다. 즐겁고, 기분 좋게 연습 중이다. 나중에 공연을 올리면 관객도 똑같이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

   
▲ 로버트 알폴디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동시대적인 감각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ㄴ 로버트 알폴디: 사람 사이를 현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0년 전에는 사람들이 어떤 감성을 가졌는지 잘 모르고, 굳이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내 관심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다. 오늘날 여자는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때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어떤 여자가 사랑에 버림받고, 그에 대한 복수로 아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에우디피데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헝가리에서도 얼마 전 큰 논란이 되고 있었던 살인사건이 있었다. 남편에게 버림받아서 실제로 아이를 살해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이러한 광기는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하고 있다. 아주 깊고, 아주 어두운, 복잡한 감정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연출도 배우도 솔직해야 한다.

코러스가 16명의 여배우로 등장한다.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될 예정인가?

ㄴ 로버트 알폴디: 원래 '메디아'의 주요 인물은 메디아와 코러스다. 코러스는 16명으로 이루어진 여인 단체다. 어느 한순간에 코러스는 메디아 편이었다가도,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 코러스는 다시 메디아에 반대한다. 여자로서 메디아를 질투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면들이 현대인이 코러스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코러스의 역할은 고대 그리스에서의 코러스와는 조금 다르다. 고대 그리스에서 코러스는 노래하는 단체였다. 그런데 구체적인 코러스의 역할과 노래까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옛날 그리스 때의 코러스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극의 코러스는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표현했다.

   
▲ 로버트 알폴디 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러스 한 명마다 개개인의 성격을 가져야 하고, 한 단체의 소속이기 때문에 공통점도 갖춰야 했다. 이러한 어려운 점이 있었음에도 16명의 배우는 서로 호흡을 맞추고, 열심히 임했다. 코러스를 맡은 배우들은 다른 공연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있는 뛰어난 배우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협동하며, 코러스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김윤철: 처음에는 알폴디가 50명의 코러스를 요구했다. 50명은 우리 분장실에도 들어올 수가 없다며 거절했다. 16명으로 축소한 대신, 굉장히 훌륭한 배우들로 코러스를 구성했다. 16명이 50명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상은 어떤 콘셉트로 제작됐는가?

ㄴ 진태옥: 내용에 맞춰 굉장히 극단적인 표현이 있어야 하는 의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메디아의 성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디아의 영화로운 과거, 여성적인 부분은 화려한 검정 벨벳과 실크 망토로 표현했다. 검정색은 메디아의 암흑과 같은 고통,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색이다.

마지막에 와서는 사랑의 복수가 펼쳐진다. 메디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DNA까지 포기하기 위해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보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 여성의 이미지를 아주 힘이 없는 붉은 드레스로 표현했다. 그 외에 부분들도 작품의 성격, 배우 각자가 갖고 있는 캐릭터에 충실했다.

런웨이에서 보여주는 의상과 무대에서 관객이 보는 의상은 다를 텐데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는지.

ㄴ 진태옥: 사실 런웨이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연극은 연출자나 작품에서 표현해야 할 것들이 나온다는 것에서 달랐다. 하지만, 연습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 예술은 참 만국 통어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처음 리딩에 참여해보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진태옥 디자이너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물론, 생각보다 무대가 심플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하는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활동성 면에서 연출자와 하나하나 의논해가며 조정했고, 본연의 메디아를 잃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다. 굉장히 행복했고, 즐거웠고, 다른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컬렉션이 아니라 연극 의상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매력을 느꼈고, 여러 배우의 옷을 디자인하면서 '이런 장르도 있었는데 내가 왜 진작 이런 부분에 소홀했던가'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메디아'라는 역할의 매력은?

ㄴ 이혜영: 인간이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배우로 살아온 나로서 '메디아'라는 역할을 만난 것은 일생일대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영향을 받던, 그렇지 않던 배우로서 여러 역할을 겪으면서, 나는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메디아'는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한 인물이다.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배우로서, 엄마로서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메디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ㄴ 이혜영: 나는 '메디아'라는 공연을 본 적이 없다. 자주 공연되는지 몰랐다. '메디아'가 유명하지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메디아를 어떻게 표현해야지'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래서 알폴디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끔찍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하는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알폴디와 작업하면서 메디아가 너무 이해가 되고,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하나도 없었다. 사랑, 고통, 복수 등 메디아의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기 때문에 내가 표현하려는 메디아는 그 모든 것에 진정성을 담은, 조금의 의심도 없는 메디아일 것이다.

   
▲ 이혜영 배우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알폴디와의 작업, 연습과정은 어땠는가?

ㄴ 이혜영: 진태옥 선생님 말씀처럼 잘생겼다(웃음). 무엇보다 연기를 세련되게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 본 것이 처음이었다. 알폴디는 정말, 놀라운 연기자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 그동안 연기를 거저 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수 배웠다. 손상규나 박완규, 코러스들까지 우리 배우들 모두 '메디아'에 미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이혜영을 비롯한 한국 배우와의 호흡이 어떤지.

ㄴ 로버트 알폴디: 협동이나 호흡은 잘 맞는다. 이혜영 배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개방적인 마음을 갖고 있고, 연출에 대한 믿음도 크다. 이러한 배우의 믿음은 연출에게 용기를 준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잘 쓰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메디아'를 맡은 이혜영은 그런 사람이다.

나 또한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화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작업과 유럽에서의 작업이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내가 느낀 바로는 사실이 아니다. 극장이나 극단은 세상 어떤 곳에 가도 비슷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야에 미쳐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같은 언어 하나가 주어지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극장에서의 언어는 세상 어느 곳에서든 똑같은 것 같다.

   
▲ 이혜영 배우(왼쪽), 로버트 알폴디 연출(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연극인데 아이들이 출연한다. 어린 배우들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ㄴ 김윤철: 알폴디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가 2007년생 배우 배강유다. 배강유는 재주도 많고, 연기도 잘하고, 잘 노는 굉장히 쾌활한 아이다. 이번에는 배강유의 동생 배강민까지 두 명을 캐스팅했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사랑에 배반을 당한 메디아가 두 아이를 죽이는 끔찍한 이야기라는 점은 어머니께 모두 설명해 드렸고, 어머니와 배강유, 배강민 형제는 어디까지나 연극일 뿐이라며 이해해주셨다. 정사 장면이나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연습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아이들이 꼭 나와야 하는 장면만 연습에 참여하도록 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도 아이들이 있는 방에서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모두 잘라서 보여주지 않게끔 노력했고, 아이를 죽이는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모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냈다.

그래도 혹시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심리치료사와 같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대비를 하고 있고, 이혜영 선생도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전문 심리상담사 내지는 치료사를 대기 시켜서 사후에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있다.

로버트 알폴디: 메디아가 아이를 살해하는 것은 공연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 장면을 제거할 수 없었다. 배우를 비롯한 모든 어른이 아이들 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다 해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상황에 집중하기보다는 피바구니를 어떻게 터뜨려야 하는지에 대한 연기에 관심을 훨씬 많이 두고 있었다.

재능도 많고, 연기도 잘하고, 극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줄 아는 배우들이었다. 아이들은 배우들과 감독들 밑에서 보호받으며, 기분 좋게 웃으면서 연습했다.

   
▲ (왼쪽부터) 진태옥 디자이너, 이혜영 배우, 로버트 알폴디 연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이 큰 역할을 사실 하진 않는다. 이 작품에서 꼭 아이들이 나와야 했나?

ㄴ 로버트 알폴디: 인형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에 관해 물어보셨는데 아이들은 살해당하는 장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외에도 3번이나 더 무대에 오른다.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인형을 찾아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인형을 움직여서 아이들 역할을 소화해냈다.

ㄴ 로버트 알폴디: 어떤 공연을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공연을 직접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같은 '메디아'라도 공연이 다 다르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헝가리에서는 정치적인 면이 들어있는 작품활동을 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색깔을 표현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로버트 알폴디: 한국에서는 정치에 대해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단순히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헝가리에서는 공연마다 정치적 어조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공연은 정치적 어조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다. 헝가리는 두려움이 많아서 한국처럼 직접 목소리를 발휘하지 못한다. 2주 전 토요일에는 호텔 정면에서 시위를 볼 수 있었다. 가장 존경할 만한 것은 공격적인 마음이 들어있지 않은 평화로운 시위라는 점이다. 헝가리에서는 시위마다 폭력 같은 문제가 일어난다. 한국은 정말 시민들이 시민으로서의 목소리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보기 좋았다.

   
▲ 이혜영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김윤철: 알폴디는 '메디아'를 아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규정했다. '메디아'는 서구 문학에서 가장 최초의 여성주의적 시각의 원형 텍스트다. 현대 이 시대의 가치와 일치하는 연출자의 접근이 메디아를 공감되게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관객과 좋은 공연을 교류할 기회가 될 것이다.

ㄴ 진태옥: 아마 디자이너들이 열심히 올 것이다. 진태옥이 무대의상을 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디자인을 50년 한 디자이너가 무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이번 무대의상은 잔인하고 어려운 내용과 달리, 정말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아름다운 메디아, 왕, 이아손, 아기들을 보며, 상했던 감정들이 만회될 수 있을 것 같다.

ㄴ 이혜영: 그동안 신화로만 알고 있었던 메디아를 이렇게 만나서 좋았다. 낯선 신화 속 메디아가 아니다. 정말 재밌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ㄴ 로버트 알폴디: 정말 아름답고 열정적인 이야기다. 긴장하고 싶으면, 충격받고 싶으면, 웃고 싶으면, 열정적인 사랑을 갖고 싶다면, 또 사랑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 꼭 와서 공연을 즐기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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