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지게부대·학도병·피난민·실향민의 밥상 재현
6월 25일 7시 50분 KBS1에서 방송

KBS 한국인의 밥상 예고편

[문화뉴스 MHN 노만영 기자] KBS 한국인의 밥상이 6월 25일 저녁 7시 50분에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전시에 먹었던 밥상을 재현한다. 이번 방송에서는 전시상황과 피난생활을 버티게 해줬던 음식들을 재현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전쟁이 끝나고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만들어 먹었던 이북음식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게부대의 밥상

■ 포화 속을 누비던 지게부대를 아시나요? 

임진강이 흐르는 휴전선 접경 지역인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는 6·25전쟁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치열한 전투가 펼쳐진 곳이다. 끝없는 전투가 이어졌고 ‘지게부대’라 불리던 노무단도 생겨났다. 10대에서 60대까지 속한 노무단은 전투 현장을 누비며 전쟁에 필요한 탄약과 식량 등 보급품을 전달했다. 포탄이 쏟아지던 날도 최전방까지 보급품을 전달해야 했던 그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산악지대를 매일 같이 누볐다. 

지게부대원이 전달한 주먹밥과 보급품은 전쟁터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 병사들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아카시아꽃구이와 수수푸랭이, 소금국과 보리주먹밥을 먹었다. 이번 방송에서 지게부대원들이 날랐던 전시 음식들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치열하게 전쟁터를 누볐지만 기억되지 못했던,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전쟁의 숨은 영웅인 ‘지게부대’를 재조명해 볼 것이다.

 

학도병의 밥상

■ 살아 남은 자의 슬픔 – 군번 없는 영웅, 학도병 이야기 

전쟁 3개월 만에 낙동강 유역까지 밀린 상황에서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선 소년들이 있었다. 군번도 없이 전쟁터로 나섰던 학도병들이다.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포항여중 전투와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숨은 주역인 장사상륙작전은 수많은 어린 목숨을 희생해야 했다. 당시 17살의 나이로 포항여중 전투에 참전했던 손주형 씨와 학도병들은 12시간여의 사투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고, 포항시민들의 피란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참혹하고 긴 시간 속 ‘어머니’를 외치며 쓰러진 친구들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치열했던 그날의 악몽을 꾼다는 그는 평생 전쟁의 상흔을 잊지 못하고 살아왔다.
    
장사상륙작전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류병추, 김재한 그리고 일반인 지원자로 참전했던 배수용 씨는 상륙에 성공했지만 배급받았던 미숫가루와 건빵이 바닷물에 다 젖어버려 이후에는 배고픔과의 사투를 이어나가야 했다. 바닷물에 젖은 미숫가루와 건빵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하고 흙 속에서 캐낸 생고구마를 먹기도 했다고. 민가에서 밀가루를 구한 날은 다 같이 모여 수제비를 끓여 먹고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날은 된장만 먹기도 했다. 어린 나이, 군번도 없이 전투에 참전했던 그들의 7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만나본다. 

 

피난민의 밥상

■ 종군화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그리다 

전 국토의 80%가 파괴된 한국전쟁은 전방과 후방, 군인과 민간인이 따로 없는 그야말로 총력전이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 전장을 누빈 사람 중에는 화가들도 있었다. 올해 102세의 이준 화가는 1950년 9월 우신출 화가, 유치환 시인 등과 함께 종군에 나섰던 기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당대 모든 화가들은 임시 수도 부산으로 모여들어 부두 노동이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가며 생계를 유지했다. 힘든 피란 생활 중에도 화가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고 은박지와 천막 등에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화가들뿐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로 북적였던 부산에는 피난살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당면국수, 밀면, 빈대떡 같은 길거리 음식들이 생겨났고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피난음식 중에서도 꿀꿀이죽은 시장 골목에 줄을 서서 먹던 인기음식이었다. 당시 경험자들의 구술을 통해 재현해본 ‘꿀꿀이죽’과 돼지비계를 넣고 국물 넉넉하게 끓였던 돼지국밥까지, 팍팍했던 피난살이의 애환이 담긴 음식들을 만나본다.

 

실향민의 밥상

■ 전쟁 그 후, 끝나지 않은 실향의 아픔 

1950년 겨울 흥남을 출발한 미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민간인을 태운 마지막 피난선으로, 정원이 60명밖에 안 되는 화물선에 군수품을 버리고 14,000명의 피란민을 태워 거제도로 도착한다.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는 비좁은 배 안에서 5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배 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김치’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그중 마지막으로 태어나 ‘김치 5’로 불렸던 이가 바로 거제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이경필 씨다.

아기가 있는 이경필 씨 부모님은 장승포에서 가까운 옥화마을에 정착할 수 있게 배려를 받았고, 사진관을 운영하며 일찍 자리를 잡았지만,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길어야 보름일 거라며 고향을 떠난 그 길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금방 다시 만날 거라며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한 부모님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던 두 분은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부모님은 고향이 그리울 때면 당면 넣은 수제비인 '밀장국'나 가재미식해를 먹으며 실향의 아픔을 달래야만 했다. 전쟁의 참화 속에 기적처럼 태어난 생명의 주인공인 이경필 씨, 부모님이 남긴 유산처럼 70년 실향의 아픔이 담긴 음식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한다.

6·25 전쟁 70주년 기획으로 제작된 '한국인의 밥상: 그날, 한 끼의 기억'편은 25일 저녁 7시 50분에 KBS1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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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 '한국인의 밥상'...그 시절 전시식단 재현

70년 전 지게부대·학도병·피난민·실향민의 밥상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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