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일반적인 재난영화의 공식 중 하나로 가족 사랑, 특히 부성애가 있다.

예를 들어 '2012'에서 아버지 존 쿠삭이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극 중 내내 등장하며, 과거 화산 재난 영화로 유명한 '볼케이노'에서 토미 리 존스가 딸을 구하기 위해 폭파되는 건물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오는 12일 개봉하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은 그런 기본적인 재난영화의 틀에서 벗어난다. 남편 토마스(요하네스 바 쿤게)는 아내 에바(리사 로벤 콩슬리), 딸 베라(클라라 베테르그렌), 아들 해리(빈센트 베테르그렌)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다.

휴가 두 번째 날 야외 리조트 식당에서 점심을 가족들과 먹고 있을 때, 산꼭대기에서 엄청난 양의 눈덩이가 쏟아져 내려온다. 토마스는 리조트에서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눈사태라고 안심시키지만, 굉음과 함께 돌진하는 눈에 에바와 아내들은 토마스에게 도망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토마스는 가족을 구하지 않고 혼자 피신하고 만다. 다행히 큰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신을 차린 에바는 아이들을 챙긴 후 남편을 찾았다. 그러나 멀쩡히 나타난 토마스를 보고 에바는 화가 난다.

   
 

찰나의 순간, 이성으로도 통제하기 힘든 본능의 강력한 힘을 의미하는 '포스 마쥬어'(Force Majeure). 그 이름을 딴, 이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인재와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난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문명화된 현대적인' 남성이 '자연'에 직면하게 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본능에 따라 혼자 살고자 도망친 토마스에게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왜 저렇게 가족을 놔두고 도망을 가지?"라고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선택에 우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충동 중 하나인 '생존 본능'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 가족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의 의도처럼, 나약해지는 아버지의 모습과 다시 이를 극복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남성'에 대한 통념을 뒤엎을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늘 우리는 "여자와 아이가 먼저"라고 외치며,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보아왔고, 실제로도 그런 상황을 지난해 세월호를 통해 온 국민이 분노한 바 있다.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은 "남자는 아내와 가족의 수호자가 되어야 하며, 어떤 위험 앞에서도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더 깊게 파헤치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런 부분에서 영화를 보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도 된 이 작품은 시각적인 효과와 음악에서도 찬사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실험 카메라처럼 가족들을 응시하는 고정적인 촬영기법, 날이 바뀌는 알림을 주는 듯 보이는 비발디 '사계'의 여름 3악장 사용, 절제된 패턴과 소품 사용은 매우 인상 깊었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의 홍상수 감독의 색채가 보이는 것 같았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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