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블랙리스트 책임자를 전원 처벌하라! 헌법을 짓밟은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하라!"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구호를 제창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과 공동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헌법소원은 박근혜 정권 아래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진 지원배제명단, 소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그 실행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확인받고자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의한 지원배제가 확인된 대표적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들인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 연희단거리패(대표자 김소희), 서울연극협회(대표자 송형종 회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대표자 오성화), 윤한솔 연출, 그린피그(대표자 윤한솔), 시네마달(대표자 김일권), 정희성 작가가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은 "지난 겨울 광장에서 함께 투쟁을 했었고, 법률적으로 분명한 책임을 묻는 다양한 대응을 같이 해왔다"며 "지난해 12월 특검에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도 했고,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를 입은 예술가들이 현재 민사소송을 또 진행 중이다. 추가적으로 민사소송에 참여할 예술가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법률 대응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국가와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는 분명한 저희의 작업이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헌법소원을 준비해왔다"고 입을 열었다.

▲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이어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송경동 시인이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송 시인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처음 우리 사회에 밝혀진 것은 지난해 10월 10일이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런 의혹이 있다고 밝혀졌는데, 상상을 초월한 이야기였다. 1만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을 청와대와 국가가 나서서 불법적으로 불법 사찰 검열 배재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헌법 22조 표현의 양심의 자유를 두둔하게 부정한 행위였다. 문화예술계는 즉각적으로 블랙리스트 대응기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4일 7,250개 문화예술 단체가 나서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광화문 캠핑촌 농성에 돌입해 넉 달 보름 동안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활동을 진행했다. 문화예술계는 헌법재판소를 찾아서 블랙리스트건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접수를 했다. 특검이 출범하자마자 김기춘, 김종, 조윤선 등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어찌 됐던 블랙리스트 검열 사찰 배제 건으로 김기춘과 조윤선, 김종, 김종덕 등이 현재 구속된 상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블랙리스트 건에 대한 전반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이후 재발방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송 시인은 "지금도 블랙리스트 관련한 주 공모자로 이야기되고 있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직무대행이 지금도 자리를 맡고 있다. 사찰 근무배제 맨 앞장에 섰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명진 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이 버젓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를 바로잡으려면 맨 먼저 진행되어야 하는 게 오늘 진행하는 헌법소원"이라고 주장했다.

송 시인은 "헌법재판소에서 분명하게 블랙리스트 검열배제 사안이 헌법 위헌 사항이라는 것을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검찰 공소장에서 박근혜가 주모자 김기춘, 조윤선 등이 공모해서 헌법을 위배하고 불법을 행했다는 게 나와있고, 구속된 상태인데도 박근혜 대통령 파면 사유에서 블랙리스트 건이 빠져있다. 명백하게 밝혀진 상황에 대해서 위헌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 송경동 시인이 블랙리스트 대응 운동의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어 송경동 시인은 "또한, 블랙리스트 몸통으로 주목되고 있는 곳은 국정원이다"라며,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에 국정원이 실제적으로 관여했고, 지시했고, 모든 언론 보도나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의 입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는데도 지금 국정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저희는 국정원에 대한 검찰 고소고발조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는 즉각적으로 블랙리스트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한 송경동 시인은 "그런 일이 진행됐을 때, 다시는 어떤 정부도, 어떤 권력도 문화예술인들과 모든 이들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검열하려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에 대해서 송 시인은 바람을 이야기했다.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게 요청하고 싶다"며 "새 정부는 어떤 대통령이 들어서든 즉각적으로 국가 차원, 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1만여 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성됐고 실행됐는지에 대해 전모를 밝혀야 하고, 백서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이후 어떤 정부나, 어떤 권력이 부당하게 헌법을 유린하지 않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민사소송대리인단 단장인 법무법인 상록의 강신하 변호사는 "현재 블랙리스트 피해자 400여 명을 모아서 1차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정부가 예술인들의 정치적 표현이나 견해를 이유로 명단을 작성하고, 보조금 지원을 배제한 것은 명백히 민주주의를 파기한 것이다. 이 정부가 창조를 강조했는데,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화를 말살시키는 행위를 했다. 지금 피해자 중에서 블랙리스트 명단 자체에 오른 것만으로도 창작 자유 활동을 침해됐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된다고 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신하 변호사가 블랙리스트 법률대응모임의 법률대응경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앞으로 구체적 지금 지원에서 배제되어 피해가 확인되면 청구금액도 확정하려고 한다"며 "소송 진행을 살펴보면서 2차 민사소송을 진행하려 한다. 이 민사소송을 통해 상식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가 다시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속으로 헌법소원청구 대리인으로 참석한 김선휴 변호사는 "우리가 이 사회에 살아가면서, 많게 든 적게 든 여기 계신 문화예술인들의 땀과 향유하고 살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어떤 딱딱한 일상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있다. 문화예술을 항상 누리면서도 사실은 그 문화예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토양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사실은 이런 블랙리스트 사태 이전에 저도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선휴 변호사는 "늘 그런 문화예술을 향유하기만 했던 사람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부족한 지식이나마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가 문화국가라고 했을 때 어떤 토양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표현되고 또 향유되어야 하는 지,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을 조금이라도 보탬이되고 싶은 마음에 헌법소원을 같이 준비하게 됐다. 사실 블랙리스트 사태가 본격화되고 난 이후, 관련된 사람들이 기소되고 재판받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이 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블랙리스트 사태가 어느 정도 종결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 김선휴 변호사가 취재진에게 발표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제대로 된 사회에서, 제대로 된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이번에 행해졌던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청구인 분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분이라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은 당장은 중단된 것이라고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예술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이유로 재정 지원에 있어 차별하는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김 변호사는 "저희가 이번 헌법소원을 준비할 때, 물론 민사소송에서는 수백 명의 예술인들이 함께해주셨다. 헌법소원도 많은 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피해사례를 입은 분들, 그리고 최순실 특검 수사에 의해서 어느 정도 피해가 드러난 분들을 청구인으로 모셔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청구하게 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 가지는 명단을 작성해서 관리한 부분일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어떠한 정치인을 지지했는지, 혹은 어떤 시국선언에 참여했는지 이런 것에 대한 정보가 정부에 의해서 감시되고 있는 것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실제로 청구인들이 지원 사업에 지원했을 때, 지원 배제를 하도록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갔던 부분이다. 이 부분은 크게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평등권 침해다"라고 제시했다.

 

"우리 헌법은 과거에 문화국가 원리를 설명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다원성과 자율성이라고 이야기 했다"며 "문화국가의 원리는 국가가 문화예술을 지원할 때, 어떤 특정한 경향을 가진 문화예술에 치우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의 원칙,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들이 조성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가 가진 문화국가로서의 책임과 의무라고 밝혔다. 어떤 정부나 정권이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 부분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라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과거에는 아주 노골적인 검열을 동원했다"고 언급한 김 변호사는 "그렇지만 지금은 노골적인 사전 검열이 아니라, 보다 교묘하게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헌법은 사전 검열은 위헌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그런 노골적인 사전 검열이 아니라, 정부 지원에 있어서 이렇게 차별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통제하려고 하는 이런 시도도 사전 검열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매우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판단해 줄 것을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서 요구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공권력 위헌 행사로 김선휴 변호사는 평등권 침해를 주장했다. 그는 "어떤 지원사업에 신청했을 때, 신청한 사람들은 그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그러한 기준에 따라서 심사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신청자가 혹은 신청한 단체의 대표가 어떤 정치적 활동을 했는지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사업의 목적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아주 자의적인 차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등권 침해도 아주 명확하다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문화 生] "예술이 예술로 존중받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제출한 문화예술인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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