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위상수학을 물리학에 도입
란다우의 대칭성 만으로는 설명 못하는 물질의 상 설명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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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권성준 기자] 위상수학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예시는 도넛과 머그컵의 비유이다. 도넛과 머그컵의 구멍의 개수가 똑같이 1개이기 때문에 동등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 비유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위상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상수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체의 위상이라는 어떠한 구조에 대한 수학이다.

위상수학에서는 위상을 바꾸지 않는 변형, 위상동형사상이라고 부르는 변형을 가해도 위상수학적인 관점에서는 변형 전과 후의 물체 사이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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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위상동형사상의 예로는 구부리기, 줄이기, 늘이기 등이 있다. 한편 위상을 바꾸는 변형은 자르기, 구멍 뚫기, 붙이기 등이 있다.

머그컵에 위상을 보존하는 변형을 통해 도넛의 모양, 다시 말해 원환체 모양이 되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위상은 어떠한 수학적 구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물체들 사이의 위상이 같고 다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때 많이 사용하는 개념으로 위상학적 불변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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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학적 불변량의 가장 대표적엔 예시는 '오일러 지표'가 있다. 어떠한 다면체가 있을 때 꼭짓짓점의 개수를 v, 모서리의 개수를 e, 다면체 면의 개수를 f라 하면 오일러 지표는 v-e+f로 주어진다.

실제로 3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어떠한 다면체던 오일러 지표는 변하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다면체에 위상을 보존하는 변형을 가하면 다른 다면체가 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위상학적 불변량이 같은 대상끼리는 서로 위상동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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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체 뿐만 아니라 임의의 곡면으로도 확장이 가능한데 위상동형인 곡면끼리는 오일러 지표가 변하지 않는다.

원환체의 경우 오일러 지표가 0이고 구멍이 두 개 뚫린 이중 원환체는 -2, 삼중 원환체는 -4로 서로 위상동형이 아닌 곡면끼리는 위상학적 불변량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엄밀한 수학적 정의는 피하고 생각해 보면 도넛 구멍의 개수가 위상학적 불변량과 관계가 있으며 구멍의 개수가 다른 도넛끼리는 서로 다른 성질을 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진=노벨 재단 제공 /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사진=노벨 재단 제공 /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도넛 구멍의 개수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상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세 명의 물리학자에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에게 수여되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물질의 상은 3가지가 있다. 바로 고체, 액체, 기체인데 사실은 이 세가지 말고도 물체의 상은 더 있다. 온도가 아주 높거나 낮거나 하는 경우에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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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수학이 물리학에 도입되기 이전까지 물리학자들은 대칭성을 통해서 물질의 상에 대해 이해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자성체와 상자성체의 상전이가 있다. 강자성체는 자석을 이루는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상태이고 상자성체는 스핀들이 임의의 방향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체는 임계온도라는 특정 온도를 기준으로 온도가 낮으면 강자성체, 높으면 상자성체가 되며 이것도 물질의 상이 변한 사례 중 하나로 생각된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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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스핀이 하나로 정렬된 강자성 상태는 무질서도를 낮추기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는 낮은 온도에서는 스핀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스핀의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고 한 방향성을 띤다고 주장하여 대칭성의 관점에서 상전이를 이해하였다.

사진=노벨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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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는 대칭성의 관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이 발견되었다. 사울레스, 홀데인, 코스털리츠는 란다우의 분류가 불완전하며 위상수학을 통해서 새로운 상들을 설명하였다.

이들은 위상학적 불변량을 잘 정의하면 물질의 상을 표현할 수 있음을 알아내었다. 물질의 상이 변하는 것은 물체의 위상학적 불변량이 변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물체의 상전이를 연구하였다.

사진=노벨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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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레스와 코스털리츠는 전자를 한 겹의 층에 가둔 2차원 물질에서 어떻게 상전이가 일어나는가에 대해 연구하였다.

특히 주목받은 업적은 '양자 홀 효과'에 대한 이해였다. 양자 홀 효과는 전류에 수직 방향으로 자기장을 걸어서 전류와 자기장에 수직한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전류, 홀 전류가 나타나는 홀 효과가 2차원 물질에서는 좀 다르기 때문에 구별되었다.

고전적으로 알려졌던 홀 효과는 자기장이 증가하면 홀 전류의 세기가 강해진다. 이를 전기 전도성이 증가한 것으로 이해하며 전기 전도성은 자기장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증가한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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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달리 양자 홀 효과는 자기장의 세기를 조금씩 강하게 만들면 특정 자기장에서 갑자기 전기 전도성이 증가하여 계단처럼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울레스는 특정 자기장의 세기에서 물체의 위상학적 불변량이 늘어나는데 이 불변량이 정수로 증가하기 때문에 전기 전도성이 갑자기 정수로 증가한다고 설명하였다.

자기장이 강해지다 특정 자기장보다 강해지면 도넛에 구멍이 뚫리고 구멍의 개수가 많아지면 전기가 잘 흐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셋이 물리학에 위상수학을 도입한 이후 양자 홀 효과 말고도 다양한 물질의 상태에 대해서 위상수학을 통한 이해가 연구되었으며 현재에 물리학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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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으로 보는 물리학] 도넛 구멍의 물리학 2016년 : 위상 상전이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위상수학을 물리학에 도입
란다우의 대칭성 만으로는 설명 못하는 물질의 상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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