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바람풀의 설윤지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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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진(1985~)은 연극배우로도 활약하고, 연극 이순재 주연의 <아버지>에서 조연출로 참가한 바가 있는 미모의 신진여성작가다. 처음 집필한 <씨름>이 2014년 공모된 '희곡아 솟아라'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어 2015년 서울연극제에 공식참가작이 됐다. 

무대는 객석을 향해 기울어진 원형의 '씨름판'이 무대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그 위에서 씨름판을 벌이기도 하고, 그 상부에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네모난 통로가 있어 동굴 속으로 설정이 되기도 한다. 원형의 무대는 씨름판 뿐 아니라, 소싸움의 장소로도 사용이 되고, 원형무대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동리사람들의 모여드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출연자가 소머리 부분의 탈을 들고 등장해 소 역할을 하고, 2인이 등장을 할 때에는 소 싸움판으로 사용된다. 원형무대에 영상으로 전쟁장면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이고, 무대 오른 쪽에는 흰색의 커다란 고사목 한그루가 서있다. 후반부에 고사목이 쓰러지면죽었다고 믿었던 인물이 되돌아오고, 마을에 변괴가 일어나는 조짐을 보인다.

연극은 전쟁의 포성과 천둥번개소리가 어우러져 들리면서, 절친한 고향친구 2인이 동굴 속으로 피신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한사람은 씨름으로 장원을 한 대장부 기상이 넘치는 인물이고, 또 한사람은 장부의 체격이지만 말을 더듬는 소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은 동굴에서 주린 배를 채우려 애쓰고, 심심하면 장부기상의 청년이 상대에게 씨름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면 과거로 돌아가 한 부락에서 살던 때의 풍경이 극에 묘사된다.

대장부 기상 청년의 아버지 역시 씨름에서 장원을 한 장사라서, 진즉부터 누렁이 소 한 마리를 상으로 타와 집에서 기르고, 아들이 씨름에서 우승을 해 타 온 소를 기르기 귀찮다고 그냥 길거리로 쫓아낸 일화가 소개가 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대장부기상의 청년은 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존중하고 설사 그 말이 틀린 점이 있다고 하드라도 그대로 순종하는 효자로 묘사된다. 그런 아들을 따르는 어여쁜 동리처녀가 있고, 처녀의 아버지는 홀아비인데, 원만한 성격이라 마을의 이장노릇을 하고 있다. 두 남녀는 장래를 기약하는 사이다. 한편 소심한 청년은 홀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고, 너무나 예쁜 어머니의 모습에서, 소심하지만 미남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소심청년에게는 체격만 크지 형보다 더 소심한 아우가 한 사람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소심한 청년의 아버지는 소심청년의 결단력이 부족할 때, 회상장면처럼 등장해 언성을 높여 소심청년을 일깨우기도 한다.

   
 

천둥번개가 계속되고 다시 동굴장면이 재현되면, 대장부 청년이 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소심한 청년의 제지를 물리치고, 먹을 것을 구하러 동굴 밖으로 나간다. 소심청년은 죽을까봐 동굴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드러낸다. 대장부청년은 동굴 밖이 추우니, 소심청년의 두루마기를 빌려 입고 떠나간다. 동굴 밖에는 적군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상황설정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전쟁이 끝나고, 술로 인사불성이 된 대장부 청년의 아버지가 고사목에 기대어 있고, 마을 노인을 비롯해, 소심한 청년의 어머니와 형보다 더 소심한 아우, 그리고 어여쁜 처녀의 아버지가 원형무대에 모여 하루하루의 일상을 펼친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났는데도 귀가를 않는 두 청년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마침내 소심청년의 아우의 눈에 누군가가 마을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고, 마침내 한 청년이 도착을 한다. 그 청년은 대장부가 아닌, 소심청년이다. 모두 반기며 대장부청년에 관해 뭇지만 소심청년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만 용케 탈출을 해 돌아왔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이 마을에 군수가 등장한다. 소심청년의 두루마기와 그 두루마기에 적힌 소심청년의 이름을 확인하며, 소심청년에게 두루마기를 돌려준다. 물론 그 두루마기는 대장부청년이 동굴 밖으로 나갈 때 빌려 입고 간 바로 그 두루마기다. 군수는 자신을 구하고 두루마기까지 입힌 소심청년을 영웅처럼 대한다. 그리고 마을에 공장이 들어선다며, 장차 공장 책임자로 임명하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떠난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가 이어지고, 촌로만 고개를 가로 젓는다.

대장부청년의 생사불명을 모르니, 소심청년과 어여쁜 처녀의 부모들의 성화로 두 사람은 짝을 이루게 된다. 촌로는 소심청년을 못마땅해 하고, 어릴 적 소심청년의 잘못을 들춰내지만, 소심청년을 그 일을 잡아떼고 모두 촌로를 치매로 몰아가니, 촌로는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난다. 소심청년은 결혼을 하면서 마을의 책임자 뿐 아니라, 공장 책임자가 된다. 소심청년의 말더듬이 증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얼마 후 대장부청년이 몰골로 귀향을 한다. 사람들이 그를 반기고 반가움을 표하지만, 청년의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아들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의식불명상태이고, 사랑하는 처녀는 친구에게 시집을 가고, 소심친구는 마을의 책임자가 되어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어, 대장부청년은 할 말을 잊게 된다. 남의 아내가 된 어여쁜 처녀가 자주 도움을 주려 하지만, 시어머니의 제지로 대장부청년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씨름판에서 소싸움이 벌어진다. 군수가 등장해 소 싸움을 지켜보자, 대장부청년은 군수를 알아본다. 자신이 동굴에서 나와 적군을 처치하고, 그 때 적군에게 잡혀있던 군수를 구해준 일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리고 적군의 말을 잡아 주린 배를 채웠던 사실도…그런데 군수는 말뼈로 자신을 구해준 대장부청년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소심청년의 이름이 적힌 두루마리를 입고 떠나간 일을....그러나 대장부청년을 그러한 사실을 발설하지 않고 대장부답게 참아낸다. 이번에는 대장부청년과 소심청년의 씨름이 벌어진다. 몇 배 건강한 모습의 소심청년은 안간힘을 쓰지만 몰골의 대장부청년에게 패하고 만다. 대장부청년은 지쳐 그 자리에 쓰러져 눕는다. 대장부청년을 보며, 소심청년은 자신이 아닌 대장부청년이 마을책임자가 되고, 영웅대접을 받고, 공장운영도 했어야 하는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영웅대접을 받고, 어여쁜 처녀도 색시로 맞이하고, 또 마을이나 공장 책임자가 된 사실이 공개될까 두려워, 소심청년은 대장부청년이 방관하고 있는 누워있는 사이에 배위에 올라타고 힘을 주어 대장부 청년을 목 졸라 살해한다.

대단원에서 중년이 된 소심청년과 그의 장성한 아들이 씨름판에서 대결을 벌인다. 그런데 아들의 모습은 꼭 죽은 대장부청년의 모습을 빼닮았다. 중년은 힘껏 씨름을 벌이지만 아들에게 패해 쓰러진다. 음매하는 소리와 함께 소머리를 든 사람이 씨름판으로 올라오고, 아들은 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씨름판에서 함께 퇴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대장부청년으로 김동현, 소심청년으로 이재인이 출연해 명연을 펼친다. 촌로로 정재진, 소심청년의 어머니로 전국향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군수로 지춘성, 소심청년 아버지로 유준원, 대장부청년 아버지로 문창완, 처녀 아버지 로 강학수, 소심청년 아우로 지건우, 어여쁜 처녀로 이훈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의 도입부터 관객을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소품 김교은, 조명 류백희, 의상 박근여, 영상·음향 윤민철, 분장 이지연, 움직임 이상철, 그래픽·사진 김 솔, 조연출 문선주, 기획 이시은, 무대제작 스테이지 토우, 소품제작 박현이·이소정, 영상보조 김유정, 분장보조 최형정, 음향보조 최영미, 조명보조 김대현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바람풀의 설윤지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을 기억에 길이 남을 좋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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