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최연정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최고의 흥행작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 작가인 정세랑은 '유퀴즈'에 출현해 많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정세랑 작가는 특유의 재치있는 문체와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많은 작품을 써 많은 '정세랑'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평소 유쾌함을 계속 유지해가며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꼬집는 맛이 있는 정세랑표 판타지 소설은 독자들의 튼튼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은 여성 독자들에게 왠지 모를 쾌감도 안겨준다.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정세랑 작가의 대표작 5개를 소개해본다. 

지구에서 한아뿐

사진=난다 제공
사진=난다 제공

정세랑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저탄소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의류 리품 디자이너인 한나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구가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긴 옷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주는 일을 한다. 그런 한아에게 스무살때부터 지금까지 11년간 연애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무려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는 경민은 이번 여름에도 혼자 유성우를 보러 갑자기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렸다.캐나다에서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지지만 경민은 무사히 돌아온다.

그러나 한아는 경민에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진 부분을 느낀다. 팔에 커다란 흉터도 사라지고 싫어하던 반찬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경민은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함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변한 남자친구가 싫지는 않지만 의심이 든 한아는 경민을 관찰하다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경민의 입에서 초록색 광선이 뿜어져 나와 페트병을 쓱 스캔한다. 경민은 외계인이 되어버렸다. 아니 원래 외계인이었나.   

이 책은 2012년 출간 후 절판되어 중고책이 고가에 거래 될 정도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개정판으로 재출간했다. 정세랑 작가는 "스물여섯에 쓴 소설을 서른여섯 살에 다시 한번 고치게 되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안은영

사진=민음사 제공
사진=민음사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각색해 많은 인기를 얻은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독특한 소재와 특유가 분위기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어도 아니면 소설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봐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정세랑 작가가 오로지 쾌감을 위해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하는 가슴 따뜻한 판타지이다.특별한 것 없는 직업과 평범한 이름을 가진 안은영은 사람의 마음이 젤리의 형태로 보이는 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은영은 직업인 보건교사 역할에 열심히 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보이는 미스터리한 현상들, 학교 곳곳에 숨은 괴상한 힘들을 처치하고 쫓아내며, 또는 위로하며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한다. 여기에 사립 M고의 한문교사이자 학교 설립자의 후손인 홍인표는 흐르는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로 안은영의 활약을 돕는 필수적인 영양제 역할을 한다. 이 둘이 학교의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주가 되는 소설이다.
 

사진=창비 제공
사진=창비 제공

옥상에서 만나요

'옥상에서 만나요'는 장편소설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정세랑 작가가 2010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한 벌의 드레스를 빌려 입고 결혼한 혹은 결혼할 44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44개의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은 '웨딩드레스 44'는 결혼을 낭만적 신화가 아닌 제도로서 바라봐 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작가는 결혼과 이혼, 뱀파이어, 돌연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신선하고도 경쾌한 상상력을 펼쳐놓는다.

표제작인 '옥상에서 만나요'는 직장에서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나’가 회사 언니들의 주술비급서를 물려받고서 마침내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사진=아작 제공
사진=아작 제공

정세랑 작가의 데뷔 10주년 첫 SF소설집인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특히,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대해 8개의 작품으로 경고를 한다. 8개 작품의 시간차는 8년이 넘지만 작가가 굳건한 중심을 가지고 써내려간 이야기 사이에는 스타일과 세계관에 큰 변화가 없다.

실제로 대학 때 모든 여성 회원이 탈주한 동아리에 남겨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11분의 1',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를 짧게 여러 번 써서 합친 '리셋',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을 읽고 영향을 받은 '7교시' 등의 작품 등은 부담없이 읽어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사진=문학동네
사진=문학동네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는 출판계에서 2020년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문학 작품으로 출간 즉시 교모문고, 예스 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차지했다. 이 소설은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주 내용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뒤따라오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자 함을 느낄 수 있다.  정세랑 작가가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밝힌 것과 같이 한 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올곧고 따스한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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