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벚꽃명소 대신 인스타감성 사진전시 어때요?
엄효용 개인전: 파스텔톤 나무 사진에 담아낸 진실의 실체
김용훈 개인전: 세련된 감성의 정물사진으로 시각화된 '시간'

사진=엄효용 작가 인스타그램, 작품 '봄날에 만난 나무'
사진=엄효용 작가 인스타그램, 작품 '봄날에 만난 나무'

 

[문화뉴스 노만영 기자] 요즘 벚꽃 사진을 찍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인파들 때문에 코로나 걱정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사진을 못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봄나들이 대신 미술관에서 '인생샷'을 건져보는 건 어떨까? 봄이 깊어가는 4월, 독창적인 스타일의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엄효용 개인전

지난 2019년 '리틀 포레스트'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사진작가 엄효용이 돌아온다. 갤러리 나우는 오는 4월 1일부터 21일까지 엄효용 작가의 개인전 '진실의 실체가 나타날 때'전을 개최한다.

엄효용 작가는 나무를 오브제로 한 독창적인 작품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언뜻보면 회화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한 그루의 나무를 같은 구도에서 여러번 촬영한 뒤 겹쳐놓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서울 잠원동 고수부지, 강릉 경포로, 담양 무정로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다양한 색감의 나무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사진=엄효용 작가 인스타그램, 지난해 희수갤러리에서 열린 엄효용 작가 사진전
사진=엄효용 작가 인스타그램, 지난해 희수갤러리에서 열린 엄효용 작가 사진전

 

엄효용 화백의 사진작품이 회화처럼 보이는 것은 특유의 색감 때문일 것이다. 낮은 채도의 화사한 색감은 나무의 온화하고 화사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파스텔톤의 색감은 작품의 주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진을 포개어 겹쳐놓은 과정은 마치 경과된 시간들이 지층처럼 쌓여가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처음의 선명함은 옅어지게 되는데 이는 사진처럼 선명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 흐릿해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처럼 강렬함이 사라진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 아름답게 기억된다. 엄효용 작가의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옅은 색조는 지나간 추억처럼 은은한 만족감을 선물한다.

그렇다고해서 신선함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엄효용 작품의 초월적인 시간성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가끔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을 마주했을 때 새로운 것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익숙한 나무들에 시간성이 더해지면서 데자뷰같은 체험을 이끌어낸다.

사진=갤러리 나우, 엄효용 작가 '진실의 실체가 나타날 때' 포스터

 

한편 이번에 열리는 '진실의 실체가 나타날 때'전은 짙은 초록색 포스터로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업물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김용훈 개인전

감각적인 정물사진으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킨 사진작가 김용훈의 개인전 역시 4월에 열린다. 갤러리 룩스는 오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 간 김용훈 작가의 개인전 '사계 四季'전을 개최한다.

김용훈 작가는 정물사진을 통해 시간성을 담아낸 작품들을 창작했다. '오색찬란', '시대정물' 등 이전 전시에서 꽃, 그릇, 도자기, 컵, 비누 등과 같은 일상 속 사물들을 은유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절정의 시간', '고향에 대한 향수' 등의 주제를 표현했다.  

사진=갤러리 룩스, 김용훈 개인전 '사계' 봄의 과일인 딸기와 나란히 배치된 빈 병
사진=갤러리 룩스, 김용훈 개인전 '사계' 봄의 과일인 딸기와 나란히 배치된 빈 병

 

이번 전시는 빈병과 제철과일이라는 소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킨 작업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용물이 빠져나간 빈병에는 역설적으로 과거라는 시간이 흔적처럼 채워져있다.

선명함이 극도로 부각된 과일은 생물의 생장과 퇴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최절정의 순간을 상징한다. 두 정물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갤러리 룩스, 김용훈 개인전 '사계' 레몬과 빈 병의 인상적인 색 배치 
사진=갤러리 룩스, 김용훈 개인전 '사계' 레몬과 빈 병의 인상적인 색 배치 

 

한편 이번 '사계 四季"전에서는 지난번 전시인 '시간의 온도'에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도 공개된다. '시간의 온도'전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작업한 정물 사진을 통해 회화와 사진의 경계성을 모호하게 만든 참신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이번 '사계'전은 물론이고 '시간의 온도' 미발표작에 대해서도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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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며 찍은 벚꽃사진 말고 미술관에서 건진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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