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붉은 정원'
첫사랑이라는 잔향을 불러일으키는 뮤지컬
'붉은 정원' 미숙하지만, 사랑의 황홀경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사진=벨라뮤즈
사진=벨라뮤즈

[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첫사랑에 대한 기준은 모두들 제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붉은 정원'을 접한다면, 마음속 잔향처럼 남아있는 누군가가 다시금 짙게 나타날지도 모른다.

'붉은 정원'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1830년, 소년 '이반'은 옆집에 사는 매혹적인 '지나'에게 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반과 지나는 이반의 아버지 '빅토르'의 서재에 있는 미완성 소설 '아도니스의 정원'을 발견하고 몰래 읽게 된다. 

소설을 읽은 '이반'은 '지나'를 위한 장미 정원을 꾸미기로 다짐한다. 자꾸만 커져가는 '지나'를 향한 '이반'의 사랑만큼이나, 정원도 풍성해진다. 하지만, 하늘이 이반의 순수한 사랑을 질투한 것일까. 지나는 이반의 감정을 자꾸만 외면한다. 그리고 이들은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사진=벨라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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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무리 되뇌어도 지워지지 않은 사랑이 있다면, 아마도 '첫사랑'일 것이다. 마음속 가장 고결한 것들만 골라 담아낸 첫사랑은 도저히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잔향과도 같다. 여기 장미 정원을 가득 채우며 고결하고 아련한 첫사랑을 지나는 세 남녀가 있다. 

뮤지컬 '붉은 정원'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첫사랑을 겪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극적인 사건과 다양한 시점으로 각 인물들의 착각과 환상 그리고 미숙한 사랑의 황홀경을 전한다. 

고전 문학을 토대로 하는 작품에 맞게 서정적인 시적인 언어와 아름답고 클래식한 음악들은 사랑의 설렘과 열정, 고통의 감정들을 밀도 있게 전달한다. 원작에서 다루는 감정선에 맞춘 서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고전 문학에서 느끼는 진부함을 음악적으로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현명한 각색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사진=벨라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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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각색과 캐릭터들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이 있는 만큼,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무대 위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특히 작품의 핵심인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정확한 감정, 시선 등을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전함에 있어 배우들의 실력이 입증되는 무대였다. 나아가 이를 전달하는 음악적 표현 또한 한눈에 대비되도록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각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과 음악성은 확인했으나 배우들 간의 음악적 앙상블이 완성되지 못한 느낌을 주어 아쉬움이 남았다.

'붉은 정원'의 묘미는 반전이다. 결말을 생각한다면,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의 결실'을 기대하던 설레는 마음은 어느 순간 달아난다. 되레 극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제발 더는 가지 마'라며 붙들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한편으론 본능적 사랑의 이끌림을 배운 세 남녀의 대담함이 무섭게만 느껴진다. 

사진=벨라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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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정원'은 정상윤, 오창석, 김순택, 박은석, 이정화, 최미소, 전해주, 조현우, 곽다인, 정지우가 출연하며 4월 1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관객들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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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고전의 진부함을 해소시키는 현명한 각색 그리고 음악 '붉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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