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에 순수 예술 혼 담아 춤으로 승화
여성의 일생이 춤에 녹아든 ‘목멱산59’
안무가 장현수의 정수가 담긴 창작 공연
코로나 19시대, 우리에게 ‘격려와 위로’ 메시지 전해

[문화뉴스 백현석 기자] 녹음이 짙어가는 5월, 바람은 넘실대고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이란 김영랑 시인의 ‘5월’ 시 구절처럼 남산은 그렇게 5월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 공연이 5월 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렸다.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 공연이 5월 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렸다.

남산 아래 장충단로 59번지는 국립극장이 자리 잡고 있다. 남산의 옛 이름은 목멱산이다.

5월 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 무용 대상–한국무용협회 이사장상 수상을 시작으로 남산의 사계절을 담아내며, 매년 이어오는 ‘목멱산59’ 공연이 막을 올렸다.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라는 제목으로 열린 올해 공연은 ‘농가월령가’를 바탕으로 이전 공연의 성과를 이어서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장현수 안무가를 비롯한 참가 무용수들이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한국무용 공연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공연을 바라본다면 사뭇 놀라울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서양음악이 가득한 아름다운 선율 안에서 한국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을 관람하는 것은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만남일 것이다.


'농가월령가'에 담긴 순수 예술의 혼을 느껴 보자!

1막 서가

공연 1막 1장 행성은 ‘고예스카스 모음곡 1번 : 사랑의 속삭임’이라는 서양음악으로 시작한다. 화가 고야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고예스카스를 발표한 스페인의 대표적 작곡자 그라나도스(Granados, Enrique)의 곡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각기 행성들이 각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구를 중심으로 각기 행성들이 각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막에서는 행성 역할을 하는 태양, 지구, 달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지구가 어떤 기원을 하는지를.

 

2막 봄 

행성들의 움직임이 끝나면 자연스레 2막의 1장, 기도하는 여인인 여성 무용수의 솔로 무대가 펼쳐진다.

기도하는 여신의 등장으로 봄은 시작된다.
기도하는 여신의 등장으로 봄은 시작된다.

무언가를 간절히 기도하는 여성의 몸짓과 그런 그녀를 애처로이 지켜보는 지모신.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여성의 동작에서 앞으로의 험난한 일생을 예감하는 모습이 표현되는 느낌을 받았다.

부지런함을 표현하는 빨래하는 모습.
부지런함을 표현하는 빨래하는 모습.

이어지는 2장 빨래 장면에서는 부지런함을 표현하는 아홉 가지 빨래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풍년을 기원하지만, 과연 그녀들은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이리저리 동네를 누비는 탈을 쓴 할아버지의 등장이 헛웃음을 나오게 하지만, 여인을 돕는 아버지의 모습도 연상 시킨다.
이리저리 동네를 누비는 탈을 쓴 할아버지의 등장이 헛웃음을 나오게 하지만, 여인을 돕는 아버지의 모습도 연상 시킨다.

그런 와중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동네 참견하듯 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해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기도하는 여인을 마치 친딸처럼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도와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딸을 도와주는 친정아버지 같은 모습의 광대 할아버지.
마치 딸을 도와주는 친정아버지 같은 모습의 광대 할아버지.

 

3막 여름

여름은 모심기의 계절이다. 1장에서 무용수들이 단체로 모심기를 표현하고, 경쾌한 농악 소리와 상모도 등장한다. 흥겨운 모심기가 끝나면, 북과 피리 소리로 비를 기원하는 2장 기우제가 열린다.

여름은 모심기의 계절이다. 군무로 표현한 모심기에는 가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여름은 모심기의 계절이다. 군무로 표현한 모심기에는 가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비를 기원하는 간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마치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원하던 조선 시대에나 나올 법한 우리네 옛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몸짓에 과연 하늘은 어떤 답을 줄 것인지.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몸짓에 과연 하늘은 어떤 답을 줄 것인지.

또,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우리네 일상을 하루빨리 회복해 달라는 염원을 담은 몸짓처럼 느껴지게도 했다. 마침내 비를 얻은 여인은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듯이 평온한 모습으로 막을 끝낸다.

 

4막 가을

가을에 접어든 4막에서는 칠월칠석의 견우직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애틋한 떨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남자의 계절인 가을이다. 어쩌면 남자의 마음이 갈대가 아닐까?
남자의 계절인 가을이다. 어쩌면 남자의 마음이 갈대가 아닐까?
갈대는 애처로운 몸짓으로 겨울을 준비한다.
갈대는 애처로운 몸짓으로 겨울을 준비한다.

북두칠성이 지나가고,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지모신과 갈대들은 애처로운 몸짓으로 겨울을 준비하며, 지나간 계절을 보듬는다.

 

5막 겨울

청춘가와 함께 맞이하는 겨울, 남자 무용수가 연에 사연을 담아 날려버린다. 남자는 어떤 간절함을 연에 담아 날려 버렸을까.

청춘가와 함께 맞이하는 겨울, 남자 무용수는 어떤 염원을 연에 담았을까.
청춘가와 함께 맞이하는 겨울, 남자 무용수는 어떤 염원을 연에 담았을까.

이어지는 동백 꽃잎의 등장, 여성 무용수는 ‘여성의 삶’을 솔로 무용으로 여성의 슬픔을 표현한다. 모진 시련을 뚫고 꿋꿋하게 피어나지만, 결국 하나의 꽃잎으로 떨어지는 여성이 일생을 표현한 듯하다. 그렇게, ‘툭’ 미련 없이 꽃잎은 떨어진다.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모진 시련과 풍파를 이겨내고 꽃잎을 피운다.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모진 시련과 풍파를 이겨내고 꽃잎을 피운다.
모진 시련을 뚫고 꿋꿋하게 피어나지만, 결국 하나의 꽃잎으로 떨어지는 여성의 일생을 표현한듯하다.
모진 시련을 뚫고 꿋꿋하게 피어나지만, 결국 하나의 꽃잎으로 떨어지는 여성의 일생을 표현한듯하다.

 

6막 맺음

떨어진 꽃이 사라지면, 며느리,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장현수 안무가가 지모신으로 등장한다. 지모신의 마지막 모습에서 관객들은 각자의 느낌을 정리하며, 마음속에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안무가 장현수가 지모신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공연.
안무가 장현수가 지모신으로 등장하며, 마무리되는 공연.

 

 


여성의 일생을 보는 듯한 인상···강한 위로의 메시지를 받는 느낌

공연이 끝나고, 흥겹고 경쾌한 음악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장르의 크로스 오버, 융·복합, 소통을 이루는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이어 인기를 더해가는 공연임을 실감했다.

한편으로는 한 여성의 일생이 녹아있는,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위로를 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안무를 기획한 장현수 안무가는 “조상 대대로 어머니들의 바람과 염원은 가정의 편안과 가족 건강임을 상기하며 시대적으로 육체적 노동이 절실했던 농경시대의 애환을 우리 몸이 기억하는 힘을 떠올리며 춤사위에 담아보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또 “힘들고 고통이라 할 수 있는 시대적 아픔의 상징인 노동을 춤과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덜어보며, 이겨내려고 했던 우리 민족의 가락과 혼이 실린 목멱산 59 안무는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마음”이라며, 코로나 19시대에 공연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의 한바탕 몸짓에서 젊은 무용수들의 힘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의 한바탕 몸짓에서 젊은 무용수들의 힘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을 활모양의 휘어진 무대를 만들어, 이곳에서 무용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표현하는 것도 여타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드넓은 공연장 전체를 활용해 등장과 퇴장을 하는 모습에서 젊은 무용수들의 힘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을 느끼던지, 공연 후의 느낌은 각자 관객의 몫이다. 남산골 아래에서 펼쳐진 흥겨운 음악과 가락에 우리 춤이 어우러진 '달 그림자 속 목멱산59'의 한바탕 몸짓에 관객들은 어떤 느낌과 위로를 받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지 궁금해진다.

 

<각 막의 주요 표현 내용>

 

1막 서가( 일월성신의 운행과 역대의 월령)

1장  행성 : 서막을 알리는 행성들이 등장

 

2막 봄
1장 기도하는 여인: 대보름의 뜻을 농경을 기본으로 한 우리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달-여신-대지로 이어지는 음성원리 또는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한다.

2장  빨래: 여인이 아홉 가지 빨래를 하는 것은 모두 부지런하라는 뜻이다.

3장  글씨: 학생은 글을 아홉 번, 글씨 아홉 줄을 쓰라는 것도 부지런하라는 뜻이다.

 

3막 여름

1장 모심기 

2장 기우제: 북, 피리, 소리-기우제는 개인이 아닌 공동제의로 신과의 합일을 의례적으로 표현하며, 비가 내리기를 기원한다.

 

4막 가을
1장 견우와 직녀
2장 북두칠성-칠성신은 기우 수명 재물을 관장하는 신이다.
3장 갈대  

 

5막  겨울
1장 남자소리 
2장 동백꽃: 거문고, 꽃수술, 꽃잎, 지모신이 등장한다.

 

6막  맺음
1장 지모신의 등장으로 막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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