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_일곱집매' 전시공간 디자인에도 참여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지난 10월 9일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작은아씨들’이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문학작품, 영화, 연극 같은 내러티브가 중요한 예술작품들을 즐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그 세계관에 빠져들어 몰입했는가?”가 아닐까? 

더욱이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은 관객들이 공연현장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실물로 직면하는 만큼 영화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널리 알려진 고전 문학작품이 원작인 연극‘작은 아씨들’의 경우에 시대상이 다른 만큼 관객들을 작품의 세계관으로 초대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의상과 무대장치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정교하고 완전한 세계관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무대미술가는 배우나 연출가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작품의 세계관을 가장 직관적으로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연극 ‘작은 아씨들’ 작업을 끝낸 후 ‘달려라 아비’ 작품의 개막을 앞두고 바쁘게 공연을 준비 중인 무대미술가 조경훈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업중인 무대미술가 조경훈
작업중인 무대미술가 조경훈

 

Q. 무대미술은 어떤 일인가요?
공연에 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그냥 단순히 세트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본을 읽고 분석해,  제 색깔을 넣어 인물과 작품의 세계관을 세트로 창조해 구현하는 일입니다. 

 

Q. 무대미술가의 해석이 작품에 작용할 때도 많은가요?
작품마다 다른 거 같아요.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 있고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작품들이 있어요. 연출이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Q. 대본을 읽으면서 작업이 시작된다고 하셨는데, 대본(텍스트)에서 실제 무대가 만들어질 때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대본을 받으면 읽고 뭘 말하는건지 분석해요. 그 후에 연출가를 비롯한 스태프들과 회의를 해서 방향을 잡아요. 그 후에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1. 스케치, 2. 도면작업 회의로 계속 조율하고 반복해요. 어느 정도 구체화 되면 3d로 만들고 때때로는 실물 모형을 만들기도 해서 구현화 한 도면을 제작소에 맡겨서 제작에 들어가요. 

 

대본 분석 후 (위)스케치 작업과 도면 작업,을 반복하며 조율한 의견을 반영해 (아래) 3D로 실제무대를 모델링한다.
대본 분석 후 (위)스케치 작업과 도면 작업,을 반복하며 조율한 의견을 반영해 (아래) 3D로 실제무대를 모델링한다.

 

Q.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됐나요?
영화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무대미술과에 갔어요. 학교에서 무대를 몇 번 올리다가 연극과 뮤지컬 같은 극장 무대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세심하고 꼼꼼한 면들이 중요한데 그런 점들도 저랑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작업·작품이 실내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좋았어요(웃음)

 

Q. 무대예술 중에서 연극 쪽만 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연극뿐만 아니라 뮤지컬, 무용이나 공연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10월 말에 평택에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 관한 역사관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_일곱집매'가 만들어져요. 거기 '아티스틱 디렉터'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분들의 단순한 역사만이 아니라 할머니들 개개인의 삶을 담은 곳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예요. 소외되고 외면받은 할머니들의 삶을 담아서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Q. 지난 작업 중에 인상 깊었던 공연이나 특별히 애착 가는 무대가 있나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 관한 역사관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_일곱집매'와 관련된 프로젝트인데, 2018년과 2020년에 미군 기지촌 할머니들에 관한 공연에 참여했었어요. ‘문밖에서’ 두 공연은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내용이지만 두 공연 모두 기지촌 할머니들께서 직접 출연해서 배우들과 함께연기하며 같이 만든 공연이어서 의미가 커요.

 

무대미술가 조경훈이 디자인한 '문밖에서' 실제 무대모습. (사진 = 조경훈 제공)
무대미술가 조경훈이 디자인한 '문밖에서' 실제 무대모습. (사진 = 조경훈 제공)

 

Q. 최근에 드림아트센터에서 ‘작은 아씨들’이 성공적으로 개막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이었나요?
작은 아씨들은 정말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유명한 고전이에요. 얼마 전에 영화로도 흥행해서 화제였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4명의 여배우끼리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된 재밌는 공연이에요. 작년 5월에 트라이아웃으로 직접 올린 공연에 무대미술로 참여했던 게 계기가 돼서 이번 공연도 함께하게 됐어요. 

 

Q. 이번 무대세트에서 특별히 눈여겨볼 점이나 포인트가 있나요?
무대 콘셉트는 "네 자매가 어린 시절부터 쭉 살아온 집이 세월의 흔적이 축적되어 두루마리에 각각의 기억(벽의 낙서, 벽지, 글, 가족사진 등)으로 펼쳐진다."입니다. 

원래 따뜻했던 모두 함께 살던 집이 한 명씩 떠나면서 떠날 때마다 그 자리의 촛불이 꺼지고 흰 천이 덮이면서 온기가 사라져 차가워지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Q. 앞으로 어떤 공연이 예정돼있나요?

 

무대미술가 조경훈이 작업한 연극 '달려라 아비' 포스터 (사진 = 스포트라이트 제공)
무대미술가 조경훈이 작업한 연극 '달려라 아비' 포스터 (사진 = 스포트라이트 제공)

달려라 아비라는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이 있어요. 

이 공연에 대해 기대할만한 점? 영상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에요.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이 만화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고 싶어요.

영상미가 중요한 공연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영상과 무대가 조화를 이루면 좋을지에 대해 오래 고민한 거 같아요. 영상을 위한 무대가 아니고 무대를 위한 영상도 아닌 상호의존이 되는 무대를 구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꾸준한 작품들로 왕성한 활동 중인 무대미술가 조경훈은 원작의 세계관을 구현한 것 이상으로 자기만의 색을 더해 더욱 깊은 작품세계를 구현하며 자신만의 작품목록을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펼칠 그가 구현해낸 작품들을 더 기대한다.

 

주요약력

2020 연극<아버지들> 무대디자인

2020 뮤지컬<폴> 무대디자인

2020 연극<이게 마지막이야> 무대디자인

2020 연극<문밖에서> 무대디자인

2021 뮤지컬<라캄파넬라> 무대디자인

2021 연극<작은아씨들> 무대디자인

2021 연극<달려라아비> 무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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