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의 15년 만의 국내 개인전
1969년부터 ‘거꾸로 뒤집은 그림(인물화)’ 발표
11월27일까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지난 10월 6일부터 개관에 맞춰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 ‘호텔 가르니’을 개최하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은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시작으로 유럽의 런던, 파리, 잘츠부르크 세 도시에 걸쳐 5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와는 가장 오래된 인연을 맺고 있는 40년 전속 작가다. 타데우스 로팍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개관하며 개관전으로 바젤리츠를 작가로 꼽은 것은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열었던 2007년 당시 바젤리츠와 김남인 학예사, 타데우스 로팍 대표 셋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바젤리츠는 20세기 후반 독일 예술의 새로운 정체성 형성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해온 거장의 시간만큼 깊은 작품세계와 철학, 역사를 내포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뒤집힌 그림(인물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83세의 작가는 동독지역에서 태어나 서독에서 본격적인 공부했다. 분단과 전쟁을 경험하며 격동의 시기를 모두 겪은 작가는 자연히 인간의 잔인성, 처참함, 현실/정치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투쟁, 불안 등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는다.
바젤리츠는 사회와 현실에 대한 저항은 물론 당시 사회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추상, 미니멀리즘 등의 독일 미술판의 한계를 느끼며 표현주의적이고 사실주의적인 화면을 소환해 독일 신표현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이런 표현양식과 함께 1969년부터 바젤리츠는 ‘거꾸로 뒤집은 그림(인물화)’를 발표했다. 작품의 의미적 해석을 거부하고 구체적 이미지를 추상화하는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방법은 당시 화단(畫壇)을 뒤흔들었고, ‘거꾸로 뒤집은 그림’은 그의 시그니처로서 다양한 표현 방법과 주제들을 담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시그니처인 ‘뒤집힌 그림’을 12점의 회화와 12점의 드로잉 신작들로 만날 수 있다. 주로 자화상과 40년간의 뮤즈 그의 아내 엘케(Elke)를 그린 작품들이다.
이 외에도 자주 볼 수 없는 동물들을 그린 바젤리츠의 잉크 드로잉과 피카소의 ‘아비뇽 처녀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프랑스어로 저렴한 호텔을 의미하는 신작 ‘가르니 호텔’이 함께 전시됐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작품들은 10월 파리의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서 예정된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가장 먼저 바젤리츠가 최근 새롭게 시작한 작업방식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큰 의미를 지닌 듯하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맞아떨어져 해외 굴지의 갤러리들이 점차 국내에 개관하며 아시아의 중심지 역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개관도 그 하나의 지표라는 생각이다.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2007년에야 첫 국내 개인전을 하고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을 갖은 만큼 국내에는 많이 소개된 바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계미술사에 남을 살아있는 거장이라 생각한다.
양태오 디자이너의 손길로 동양적 우아함과 전통과 현대가 교차된 듯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공간 속 거장의 거꾸로 보는 작품세계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