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스’, 신진건축사 부문 우수상 수상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디자인
재미있는 건축, 이해하기 쉬운 건축 선보이고자 노력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신촌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넘어오는 길목 한 귀퉁이에 우뚝 솟은 건물이 있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통유리를 통한 투명함이 느껴지면서도 유리를 감싸고 있는 X자 모양의 틀이 건물을 더 눈에 띄게 한다. 바로 라이프 건축사사무소 설계의 <더 브레이스>이다. 

 

더 브레이스의 내부. 기둥이 밖에 있기 때문에 내부는 어떠한 방해 없이 개방감있는 평면을 가질 수 있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허완
더 브레이스의 내부. 기둥이 밖에 있기 때문에 내부는 어떠한 방해 없이 개방감있는 평면을 가질 수 있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허완

‘저건 뭘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디자인으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우수상을 받은 라이프 건축사사무소의 한지영, 황수용 건축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라이프 건축사사무소 한지영, 황수용 대표 인터뷰

라이프건축사사무소의 한지영, 황수용 대표
라이프건축사사무소의 한지영, 황수용 대표

Q.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받으셨는데, 간단하게 소감 부탁드립니다. 

황수용 건축문화대상이라는 상이 대규모 건물이나 공공건축물 위주로 많이 수상하는데, 저희가 설계한 건물은 상업건물로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안 했는데, 이렇게 수상하게 돼서 기분 좋았습니다. 

한지영 저희가 이 건물을 만들어나가는 단계 하나하나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한계를 극복한 디자인

 

Q. <더 브레이스> 설계의 메인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한지영 땅이 대략 40평 정도로 작았던 반면,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용적률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땅이 좁고 높이가 높아지면 건물이 횡력에 굉장히 취약한 상태가 되죠. 그래서 저희가 계획하는 평면 구성에서 넣을 수 있는 구조들에 한계가 있었어요. 기둥을 포함한 구조들이 아주 커야 했죠.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더 브레이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신경섭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더 브레이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신경섭

고민하다가 횡력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둥을 차라리 바깥으로 빼서 외피의 역할도 하게 하자’라는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브레이스’라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게 외피로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연결됐습니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쉽게 이해되는 건물

 

 

Q.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황수용 좋은 건축의 가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희는 ‘일반인들도 건축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쉽게 드러나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해요. <더 브레이스> 같은 경우, 사람들이 건물을 처음 봤을 때 ‘왜 기둥을 X자로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실 거로 생각해요. 그 궁금증이 나중에는 ‘대지여건과 다른 요소들을 종합했을 때 X자 기둥이 저 건물에 최적화된 형태겠구나’라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더 브레이스의 디자인 컨셉이자 구조물인 X자 기둥/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신경섭
더 브레이스의 디자인 컨셉이자 구조물인 X자 기둥/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신경섭

한지영 어떤 사람들은 ‘저게 기둥이 맞나요?’, ‘기둥이 안에 또 따로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구조적인 형태가 입면에 바로 보이면서 건축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 건물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하고 있어요. 

 

Q. 건축하실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황수용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저희가 작은 건물들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적은 공사비로 공사를 해야 할 때가 많아요. ‘한정된 공사비로 구조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건물’을 설계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지금 홍대입구역 쪽에서 공사하고 있는 건물인데, 이 건물 같은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아치형 기둥들이 일정 간격으로 뚫어져 있어요. ‘아치’라는 형태가 구조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기둥-보-슬라브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치가 의미가 없을 수 있어요. 

 

현재 공사중인 아치가 돋보이는 건물의 모형. 현대적인 디자인의 아치지만, 힘의 흐름이 보이는 입면 디자인기도 하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현재 공사중인 아치가 돋보이는 건물의 모형. 현대적인 디자인의 아치지만, 힘의 흐름이 보이는 입면 디자인기도 하다/사진=라이프건축사사무소 제공

근데 형태가 가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모멘트도(보에 작용하는 휨 모멘트의 크기를 각 위치에 표시한 그림)를 그리면, 모멘트가 가장 많이 걸리는 부분에 그래프가 확 꺾이게 돼요. 그래서 이 건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아치를 표현했다고 설명하지만, 저 스스로 생각할 때는 건물의 힘의 흐름이 보이는 건물이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설계하신 건축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황수용 <더 브레이스>인 것 같아요. 건물이 잘 보이는 곳에 있어서 <더 브레이스>를 보고 저희를 알게 되신 분들도 많으시고, 어디에서 설계했는지 수소문하셔서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라이프건축사사무소의 대표작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더 브레이스 모형
라이프건축사사무소의 대표작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더 브레이스 모형

한지영 저도 <더 브레이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사할 때부터 참 쉽지 않았거든요. 어떻게 공사를 해야 할지 의논하면서 수정도 많이 했기 때문에 많이 애착 가는 건물이에요.

 

 

놀이가 직업으로...

 

Q. 나에게 건축이란?

황수용 저에게 건축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딱히 다른 일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마침 해보니 재미있고, 그래도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축사사무소 한편에 놓여있던 3D프린터. 건물과 잘 어울어질 수 있도록 우편함, 주소판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축사사무소 한편에 놓여있던 3D프린터. 건물과 잘 어울어질 수 있도록 우편함, 주소판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지영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레고를 만들고, 평면도 그리면서 놀았는데, 저에게는 그런 ‘놀이가 일로 이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잘 못 가졌는데, 건축은 꾸준히 재밌게 하고 있어요. 

 

Q. 건축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황수용 예전에 사나(SANAA)의 세지마 카즈요(Sejima Kazuyo)가 인터뷰에서 ‘어떻게 건축을 잘하게 됐냐?’는 질문에, ‘건축을 잘하게 된 건 끝까지 해서인 것 같다. 남들이 중간에 포기할 때, 계속 건축을 하다 보니까 나만 남아있다’라고 답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 같이 설계했던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이 설계를 못 해서라기보다 친구들은 다른 재능도 많았기 때문에 굳이 설계할 필요가 없었고, 다른 길도 있었기 때문에 갔다고 생각해요. 설계사무소들이 워라벨이 좋지 않은 곳들이 많다 보니까 다른 쪽으로 많이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딱히 잘하는 게 없어서 계속하다 보니 저만 남아있더라고요.

 

더 브레이스
더 브레이스

Q. 사람들에게 어떤 건축가라고 불리고 싶은가요?

황수용 사람들이 저희 건물을 봤을 때, ‘재밌는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건축을 하고 싶은데, ‘재미있는 건축’이라는 건 건축을 이해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저희 건물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재밌네’, ‘재밌는 시도를 했네’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지영 건물은 저희가 고민했던 흔적들이잖아요. 그 공간에서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고민했던 공간에서 즐겁고 쾌적하고, 편하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신동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건축

더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쌓아나가야!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지영 설계는 힘듦의 연속인 것 같아요. 하나의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참 많이 드는데, 제가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 노력을 언제까지 계속 쏟아붓고만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은 설계를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저는 설계를 오랫동안 하고 싶거든요(웃음).


더 좋은 건축을 선보이고자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라이프 건축사사무소의 한지영, 황수용 건축가의 건축이 기대된다.

 

<라이프건축사사무소 한지영 대표 주요약력>

한국건축사 KIRA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사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

2021 제주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본상

2020 경기도건축문화상 주거부문 입선

2011 대우 프루지오 디자인 공모전 대상

 

<라이프건축사사무소 황수용 대표 주요약력>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사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

2021 제주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본상

2020 경기도건축문화상 주거부문 입선

2011 대우 프루지오 디자인 공모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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