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문화대상] 주어진 대지를 100% 활용하는 김건철 건축가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면서, 한적한 시골에 나만의 주택을 한 번쯤 상상해 보는 로망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로망을 실현할 때 생각보다 꽤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본인이 직접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면, 당장 어느 건축사사무소 문을 두드려야 할지부터 고민이 된다.

‘나만의 집’인 만큼 나의 희망 사항,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대지의 활용도이다.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자인 때문에 쓸 수 있는 땅을 버려두게 된다면 그것만큼 아까운 것이 또 있을까? 

신진건축사 부문 대상 수상작인 ‘인스케이프’를 설계한 스마트사사무소의 김건철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마트건축사사무소 김건철 건축가 인터뷰

Q.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받으셨는데, 간단하게 소감 부탁드립니다. 

수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해서 아직 실감이 안 나네요. 수상 이후에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어서 수상 이전과 같은 분위기로 설계 작업 중입니다.

Q. <인스케이프> 설계의 메인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서측의 오후 일사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이식 문을 사용해 일사량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되, 서측의 풍광을 잘 담을 수 있도록 공간마다 많이 열어두었습니다.

Q.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주어진 대지를 100% 활용해 내는 것입니다. 평생 한 번 지을까 말까 한 주택을 짓게 되는 클라이언트 처지를 생각하면, 큰돈을 들여 구매한 대지를 100% 활용해서 잘 쓰이게 하는 것은 설계를 의뢰받은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Q. 스마트 건축사사무소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건축사사무소 인스타그램 소개 글로,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모양내지 않고, 건축과 공간이 절제되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무소의 특징을 꼽으라면, 저희가 가진 역량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Q. 건축하실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특별히 무언가에서 아이디어를 구하기보다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깊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발견되는 것, 보이는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건축을 대입시켜보면서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Q. 건축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거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품을 만들려고 욕심부리거나, 애매한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모르는 척 넘어가려고 할 때 항상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지점을 검증하고 예방하려고 노력합니다. 

Q. 지금까지 설계하신 건축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첫 프로젝트부터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머릿속을 지나가는데, 두 개 정도 생각납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건축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루버하우스’입니다.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그 집을 신혼집으로 시작해서 5년 정도 거주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지금 거주 중인 SANAH 입니다. 평소 생각했던 디테일이나 재료를 여러 가지로 테스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SANAH로 옮기면서 아들도 태어나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Q. 사람들에게 어떤 건축가라고 불리고 싶은가요?

건축가라고 불리는 게 아직은 좀 낯섭니다. 그래서 어떻게 불리는 것보다는 어떤 건축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흔히 건축가를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비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시공자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는 오히려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죠. 오래오래 기억되고,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같은 건축가였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수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클라이언트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잘 만들어 내는 것이 당장 앞에 놓인 일들이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보고 싶습니다.

또, 함께 작업하는 팀원들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무실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클라이언트의 관점에서 버려지는 땅 없이, 최대한의 역량을 보여주는 스마트 건축사사무소 김건철 건축가의 다음 건축물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