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베토벤 모든 피아노 트리오 작품 연주
“백발이 되어도 함께 연주 이어나가고 싶어”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국내 최초로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 트리오 작품을 연주해 현악 전문지 월간 스트라드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주목한 바가 있는 클래식 팀이 있다. 바로 일라이나이 트리오다.

피아니시트 정혜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첼리스트 정승원으로 구성된 일라이나이 트리오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동문으로 만나 지금까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다.

​미국에서 ​조금 큰 규모의 앙상블을 함께 한 이들은 귀국 후, 피아노 트리오로 집중하고 싶어 실내악 활동을 결성하게 됐다. '트리오'라는 이름도 일리노이 대학교 미식축구팀 이름에서 갖고 왔다고 한다. 그만큼 대학원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이들이다. 

일라이나이 트리오 공연 포스터/사진=앙상블리안

"​​​​Illini는 스펠링 그대로 하면 대부분 사람이 '일리니'라고 읽어요. 일리노이 동문에게 물어보면 “일라이나이”라고 발음하죠. 이것이 우리 트리오의 또 하나의 정체성이라고나 할까요."

음악적 소양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일리나이 트리오는, ​2020년 10월부터 기존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 12곡 포함해 교향곡 2번과 7중주를 포함한 '베토벤, 조화와 균형을 찾아서'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펼쳤다. 총 5차례 걸쳐 진행됐던 시리즈가 ​ 2월 26일 공연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준비하면서 베토벤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관심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하는 이들은 "1년여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서로 더 돈독해지고, 음악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는 5월 전주에서 초청 리사이틀 개최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는 일라이나이 트리오를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일라이나이 트리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혜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첼리스트 정승원/ 사진=앙상블리안 제공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혜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첼리스트 정승원/ 사진=앙상블리안 제공

 

Q.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베토벤 조화와 균형을 찾아서' 시리즈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2020년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전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을 기리는 무대가 성황을 이뤘죠. 저희도 이 기류에 합류해 의미 있는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트리오를 결성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공부하는 의미에서 한 작곡가의 작품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코로나19로 몇 번 연기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리사이틀을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Q. ‘일라이나이 트리오’만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각자 성격이 다르지만, 그 다른 것조차 서로 보완을 해줍니다. 그게 매력 아닐까 싶네요(웃음). 음악적인 해석에 있어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무엇인가 배우려고 하는 자세와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점 등, 음악을 대할 때 학구적인 면이 저희 셋 모두가 가진 매력이라 생각해요. 

사진=앙상블리안 제공
사진=앙상블리안 제공

 

Q. 연주를 할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박주경: 관객 분들이 제 연주를 듣고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흔히 공연장 가서 연주회를 보면 감명 받는 연주들이 있잖아요. 제가 들었을 때도 감명 받을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어요.

정승원: 트리오 연주를 통해 작곡가가 경험했던 음악을 저도 느끼고 경험하길 원해요. 더 나아가 이 곡을 듣는 분들에게도 그 감동을 들려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정혜연: 연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감동'이라 생각해요. 어떤 연주를 하든지 단 한 명 관객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상처가 치유된다면,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적인 연주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무대를 설 때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에 잘 전달이 될까를 중요시합니다. 

Q. 팀 활동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나요? 

​박주경: 국내 활동 초창기에는 연주가 정말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도 바쁜 시기여서 준비할 것은 많은데, 일정은 타이트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정승원: 지난해 저서 집필을 하면서 오케스트라 활동, 솔로 리사이틀 준비 때문에 트리오에 온전히 시간을 쏟기가 어려웠어요. 연습시간 조절이 힘들어 애먹은 기억이 나네요. 

정혜연: 육아를 병행하며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더구나 둘 때가 만삭일 때라 출산까지 하며 베토벤 시리즈를 진행했죠.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는데, 늘 이해해주고 기다려준 멤버들에게 고마워요.

왼쪽부터 첼리스트 정승원, 피아니스트 정혜연
왼쪽부터 첼리스트 정승원, 피아니스트 정혜연

Q. 이루고 싶은 목표, 소망을 알려주세요.

앙상블리안에서 베토벤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던 것처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연주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싶어요. 베토벤 시리즈를 마치며 든 생각은 앞으로도 세 명이 함께 배워가는 자세로 곡을 쌓아 몇 십 년 후에도 함께 연주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백발이 되어도 멤버들과 계속해서 연주할 수 있다면 그만큼 값진 무대가 또 있을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이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멘델스존 및 브람스 슈만 등의 트리오 전곡들을 몇 회에 걸쳐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번 베토벤 시리즈를 좋게 봐주신 한 유튜브 채널 측이 불러주셔 방송도 합니다. 

그 외 한여름 밤의 낭만콘서트, 살롱음악회, 정기연주회 및 전국 순회 연주를 계획 중이고 다양한 프로그램 및 공연들을 기획 중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베토벤 시리즈를 마쳤지만, 이번 시리즈를 시작으로 여러 트리오 전곡을 펼칠 것으로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몇 십 년이 지나도 함께 연주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그들의 소망처럼, 오랫동안 연주를 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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