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Master의 연주라기보다 신예 일본 첼리스트의 신선함이 더 많이 묻어난 하이든 첼로협주곡 제1번 연주와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 연주였다.

사실 지난 5월 4일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로부터 시작된 KBS교향악단의 의욕적인 Masters Series 플랜을 받아봤을 때부터 일본계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의 신예 첼리스트로서의 신선함은 다른 협연자들에 대비해 어느 정도 점쳐지고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이 1973년생과 막심 벤겔로프가 1974년생으로 50대를 앞둔 각각 마스터 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면 오스트리아 출신의 클라리넷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 역시 세계 클라리넷 연주계의 마스터 급으로 진입 중인 클라리넷스트로도 볼 수 있을 시점에서 올해 만 27세의 나이 관점이나 연주 경력상 우에노 미치아키는 신예 첼리스트의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제75회 제네바 국제 음악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젊은 관객상 등 3개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은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는 “청년재단 상(2011)”, 이와타니 토키코 재단으로부터 “영예상(2015), ”아오야마 음악상(2017)“등 다수의 상을 받은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의 이미지가 여전히 짙다.

 

미치아키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을 통해 더 묵직한 첼로연주를 선사했다. (사진은 리허설장면)
미치아키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을 통해 더 묵직한 첼로연주를 선사했다. (사진은 리허설장면)

 

우에노 미치아키와 같은 나이의 올해 만 27세로 지난 6월 12일 쇼팽 에튀드와 녹턴을 혼합한 ‘Poems of the Night(밤의 시) 프로그램들의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캐나다계 얀 리시에츠키도 The Great Pianists Series 일환으로 연주회를 했지만 본인 자신도 미래가 기대되는 창의적 피아니스트로 불리길 원하지, 대가로 칭하기엔 많이 어폐가 있다. 

미치아키,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 통해 더 묵직한 첼로연주 선사

음악 역사에서 마스터(Master)란 기교의 정점을 찍고 완벽한 음악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관점을 제공하는 위인들이다.

5월부터 9월까지 선보일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는 4명의 마스터 막심 벤게로프와 바딤 글루즈만(바이올린), 우에노 미치아키(첼로), 그리고 안드레아스 오텐자머(클라리넷)가 함께 위대한 작품과 연주가 만들어내는 감격의 순간이 관객-악단-지휘자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가며 선보이는 시간이 될지가 관객들로선 관점 포인트다.

올해 KBS교향악단의 마스터즈 시리즈의 파격은 기존의 공연형식과의 차별성이다. 서곡-협주곡-교향곡으로 구성된 교향악단의 기존 공연형식이 아닌, 협주곡 2개를 한 명의 협연자가 선보이도록 했다는 점이다. 

마스터즈 시리즈 첫 주자로 5월 4일 KBS교향악단과 무대에 오른 막심 벤게로프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클래식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바토나 카덴차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독주자의 기교를 부리는 과장된 기교의 공연 없이 순수한 스탠다드 바이올린 정석(定石)의 연주를 들려줬다. 

음악사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이 벤게로프의 바이올린을 다리삼아 만나는 장면이 선명히 부각되었는데 고전주의에 태어났지만 도래할 낭만주의를 예견한 모차르트, 낭만주의기에 꽃피었지만, 고전주의의 역사와 미학을 품은 멘델스존의 비밀이 벤게로프의 연주로 신비롭게 풀리고 다가올 순간이라고 지휘 최희준은 적었다.

지난 6월 9일 목요일 저녁 8시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2탄에 출연한 일본계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는 하이든 첼로협주곡 제1번의 제1악장이 맨 첫머리에 등장하는 밝고 화사한 선율 덕에 내게는 청명(淸明)하다는 인상을 주면서 더 묵직하게 첼로를 긁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우에노 미치아키가 첼리스트로서 더 구력(球歷)을 펼쳐갈 앞으로의 날들이 더 많으리라는 것을 예감케 한 이날의 연주는 2악장에선 서정적 전환이 확연했고 3악장에선 흥분보단 차분한 미치아키의 첼로연주로 이끌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연주회에서 전반부의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이 실내악적 편성이었음에 비해 KBS교향악단의 풀 오케스트라 포진의 미치아키가 연주한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은 미치아키가 지난해 2021년 10월 제75회 제네바국제콩쿠르에서 Georg Fritzsch 지휘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Final Round 결선 곡으로 연주한 곡이기도 해 왼손으로 허공에서 박자를 젓는 것으로 흥미롭게 시작하는 유튜브의 미치아키의 연주 장면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Master적 발아(發牙)의 싹을 보여주며 후반부의 루토스와프스키 첼로협주곡으로 더 묵직한 첼로연주를 선사한 미치아키는 2부 앙코르로 새들의 노래(카탈루냐 민요) Song of the birds로 감동적인 앙코르 장면을 연출해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신예 일본 첼리스트의 신선미를 다시 한번 전달했다.

 

신선한 신예 일본 첼리스트의 신선미를 다시 한번 전달한 우에노 미치아키. (사진 KBS교향악단)
신선한 신예 일본 첼리스트의 신선미를 다시 한번 전달한 우에노 미치아키. (사진 KBS교향악단)

 

“신선한 신예 일본 첼리스트의 신선미 다시 한번 전달”

하이든과 루토스와프스키를 묵직하고도 현란한 현의 미학으로 이을 것으로 진단한 지휘 이병욱은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제1번 C장조가 독주와 합주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수작(秀作)이라고 봤다.

이 곡이 화려한 바로크 양식을 보여주는 ‘빛의 협주곡’이라면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은 작곡가가 모친의 사망과 불안했던 폴란드 사회를 반영한 ‘슬픔의 협주곡’이라는 것이다. ‘빛’과 ‘슬픔’의 선율이, 고음과 저음을 뿜어내는 첼로를 통해 교차하고 만나는 순간들을 지휘 이병욱 역시 곡에 녹아내리는 지휘를 이끌었다는 생각이다.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제3탄은 7월 9일 개최 일정으로 잡혀있는데 클라리넷과 지휘봉을 동시에 들고 나타날 오텐자머는 연주자로서의 ‘정점’을, 지휘자로서 선보일 단원들과의 새 ‘접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연주회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f단조, 작품 120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선보이고,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를 포디엄에서 직접 지휘한다. 

이번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의 마지막 연주회 무대는 9월 8일 바딤 글루즈만의 바이올린 무대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G장조, K.216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77을 선보인다.

2021년 9월 17일 요엘 레비의 KBS교향악단과의 귀환 무대에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바딤 글루즈만은 당시 쇼스타코비치가 살던 시절의 어두운 시대상을 반영하듯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선율을 흡사 바딤 글루즈만이 바이올린 선율로 대신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나는 가졌었다.

고전(모차르트)과 낭만(브람스) 음악의 ‘정점’을 찍은 두 협주곡을 통해 두 시대를 체화해낸 글루즈만의 기교적 ‘정점’과 두 시대를 비교할 수 있는 ‘관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KBS교향악단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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