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려

스베틀린 루세브가 playdirect로서 지휘자없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이끌며 자율성을 강조한 Going Home Week 연주장면. (사진=Going Home Week 사무국)
스베틀린 루세브가 playdirect로서 지휘자없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이끌며 자율성을 강조한 Going Home Week 연주장면. (사진=Going Home Week 사무국)

글: 여홍일 음악칼럼니스트

자율성과 자유로움으로 점철된 The Going Home Week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The Going Home Week' 연주의 특징은 자율성과 자유로움으로 꼽고 싶다.

지휘자의 지휘에 좌지우지되는 통상적 연주회 형태가 아니라 또 당분간은 음악감독, 상임지휘자, 솔리스트등 특정음악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오케스트라 각 자리에 앉은 음악가들이 모두 주목받고 함께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연주회 형태를 지향한 것이다. 

이는 전체 연주단원 명단에서 몇몇만 들어봐도 각 자리에 앉은 음악가들이 모두 주목받는 연주가들로 채워진 개성강한 면면의 면모임을 알 수 있다.

바이올린의 스베틀린 루세브를 위시해서 플로린 일리에스쿠(HR Symphonie Orchestra), 비올라의 헝웨이 황(Vancouver Symphony), 김두민 (formerly at Duesseldorfer Symphoniker), 플루트의 조성현(formerly at Guerzenich Orchester Koeln), 오보에의 함경(West Australian Symphony Orchestra), 클라리넷 조인혁(Metropolitan Opera Orchestra),  바순 유성권(Rundfunk-Sinfonieorchester Berlin), 호른 김홍박(Oslo-Filharmonien), 트럼펫의 알렉상드르 바티(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등 자신들이 속한 연주단체들의 한창 정규시즌이라면 한국의 한자리 연주회장에서 모일 수 없을 법한 연주자들이 모여 개성을 뽐낸 것이다.

그래서 일견 페스티벌 기간 잠깐 모이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 성격의 앙상블의 한계도 노정한 것이 엿보이기도 했으나 자율성과 자유로움의 연주가 만발(萬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브루크너 6번의 구심점 지휘와 '봄의 제전'의 자율성 연주로 대비 대조 보여

필자는 둘째날 공연 ‘봄의 제전’과 마지막날 폐막공연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의 연주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폐막공연이 역시 지휘 후안호 메나의 지휘 집중력이 돋보이며 연주의 구심점이 모아졌다면 스베트린 루세브가 무대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진행하는 플레이 디렉트(playdirect)를 맡은 봄의 제전 연주는 연주자들의 자율성과 자유로움이 열린(open) 연주회의 특성을 각각 보였다.

Going Home Week 페스티벌오케스트라 팀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6번을 후안호 메나의 지휘로 폐막연주곡으로 삼은 것은 이 교향곡 6번이 브루크너 교향곡의 신데렐라 곡으로 꼽히는 점에서 신데렐라 대접을 받을 만한 Going Home Week 연주에 참가했던 연주자들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6번은 작품의 길이가 짧은 편이며 신선하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하고 게다가 느린 악장의 엔딩 부분은 브루크너의 곡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1악장의 상쾌하면서 활력이 넘치는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브루크너의 곡이 너무 장대하거나 핵심을 비켜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감탄을 연발케 했는데 신비로운 분위기의 엔딩은 성숙한 기량을 선보이는 다른 교향곡보다 훨씬 모호한 분위기를 주었다. 

특히 세르쥬 첼리비다케와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 지휘 후안호 메나의 지휘는 지난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동향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보다 내 개인적으로 비중이 더 실리는 지휘를 이끄는 느낌을 받았다.

2011년에 BBC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되어 일곱시즌 동안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후안호 메나는 21/22 시즌에 피츠버그 심포니, 워싱턴DC 내셔널심포니, 몬트리올심포니, 오슬로 필하모닉등에 재초청받았으며 쾰른 귀체니히 오케스트라, 애틀랜타 심포니, 재핀 필하모닉에서는 데뷔무대를 갖는 실력파(實力派)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베버의 교향곡집, 히나스테라의 오케스트라곡집,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파야의 오페라 ‘짧은 인생’등 다양한 디스코그라피를 갖고 있는 그의 지휘이력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지휘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연주된 둘째날 공연은 무대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진행하는 플레이 디렉트(playdirect)의 역할을 맡은 스베트린 루세브의 위상이나 연주자들의 자유로움과 자율성이 묻어난 연주들이 무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지휘자 없이 연주되었던 점에서 후안호 메나의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의 구심점있는 지휘와는 대비된 상반된 연주모습을 보였다. 
 
향후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사이의 경연비교도 관객들로서는 흥미로울 듯

원시주의에 입각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사람들이 생각하던 음악적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스베트린 루세브를 위시한 단원들의 지휘자없는 봄의 제전 연주는 기존 음악회 관념의 틀을 깨는 도전으로 볼 수도 있겠다.

사실 The Going Home Week의 모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음악감독을 맡기 시작한 평창페스티발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최근 3년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폐막공연은 전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폐막공연의 무대를 장식해 2021년은 리오 쿠오크만의 지휘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과 라벨의 왈츠가 연주됐고 2020년에는 정치용 지휘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베토벤교향곡 5번의 연주를 이끌었다. 2019년에는 파블로 곤잘레스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파의 지휘를 이끌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지휘했는데 지휘자없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연주를 무대에 올린 것은 새롭게 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진다.

봄의 제전’을 선곡한 것도 '고잉홈 프로젝트'의 탄생과 맞닿는데 손열음은 "이 곡만큼 세상에 태어나며 문제가 됐던 작품은 많지 않다"며 "우리의 탄생도 그렇게 받아들여달라는 의미를 담았다"면서 어떻게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개막공연의 첫곡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골랐다고 손열음은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여 손열음은 "고잉홈 프로젝트는 기존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탈피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해 주목을 받을 만 했는데 "오케스트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장이고, 지휘자의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 지휘자 없는 공연을 시도했어요. 실내악이 거대해진 '실내악의 확장판' 같은 공연인 거죠.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자발성이며 기존의 오케스트라를 수동태라고 본다면, 고잉홈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어요"라고 손열음이 들려준 점에서 연주 구성원들이 대부분 같기는 하지만 향후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사이의 경연비교도 관객들로서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될 듯 하다.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약력:

2012년부터 본격 음악칼럼 리뷰를 게재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팸투어 전문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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