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황금사자상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황금사자상

[최경헌의 유럽견문록] 1년간 교환학생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봤다.

"욕망을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규격화된 욕망은 돈으로 연결된다는 것"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자주 느낀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희생할 것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다. 돈 걱정이 크다.

1년 간 교환학생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봤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했다. 생활비 350유로, 보험료 110.69유로, 기숙사 방값 350유로, 여행 200유로. 한 달에 140만 원가량이 든다. 12개월을 생각하면 모은 돈이 부족했다.

돈을 모으고 있다. 신용카드는 독이었다.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꿀 때였다. 신용카드를 쓰면 통신료를 할인해준다고 했다. 지난달에 쓴 금액이 일괄 결제되는 방식이다. 할인받고 시야를 잃었다. 자산을 보는 시야를 흐리게 했다. 언제나 돈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다 출국 두 달 전 깨달았다. 돈이 부족하구나. 신용카드 사용을 바로 중단했다. 체크카드만 사용했다.

독일을 생각하면 초록색이 떠오른다. 곳곳에 거대한 공원이 위치해있다.

절제에는 핑계가 필요했다. 특히 관계에는 그랬다. 생활비를 줄이려고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친구들을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았다. 나는 자신을 더 바쁘게 만들어야 했다. 카메라도 팔아야 했다. 돈은 나의 모든 것을 쥐어짜게 하였다. 그런데 그럴 의지가 있었다. 교환학생은 나에게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다 할 생각이었다.

'돈버는 외국'을 고민한다. 아끼는 걸로는 부족하다. 내게 남은 수단은 '버는 외국'이었다. 나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해외파병이었다. 생명수당으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곳에서는 돈 쓸 일이 없었다. 자연스레 돈을 모았다. 독일은 다르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 '쓰는 외국'을 어떻게 '버는 외국'으로 바꿀 것인가. 가장 큰 고민이다.

부족한 돈은 약 천만 원 정도다. 12개월간 한 달에 87만 원 정도를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온라인 과외를 독일 교환학생 기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불어 현지에서도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미니잡(Mini Job)이라고 불린다. 이전에 자금을 더 모았다면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간판이 없는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간판이 없는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큰돈을 지켜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서 멀어지는지 점검해볼 수 있었다. 독일로 출국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삶의 큰 교훈들을 얻고 있다. 욕망을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규격화된 욕망은 돈으로 연결된다는 것. 지켜내기 위해서는 많이 아껴야 한다는 것. 적절한 소비방법을 가져야 한다는 것.

사진=최경헌 독일 학생기자
사진=최경헌 독일 학생기자

최경헌 기자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테크노아트학부 문화디자인경영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Empirische Sprachwissenschaften 에서 유학중이다.

[편집자주] 문화뉴스는 세계 여러나라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과 이주해서 살고 있는 한인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최경헌 학생은 연세대학교 재학중 독일로 유학중이며 독일과 유럽에서의 일상과 현지 소식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한, 다른 국가에 계시는 분들도 소식을 전하고자 하시는 분은 메일로 연락부탁드립니다. 

최경헌 학생 기자의 유럽견문 이야기를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편집인 -주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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