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만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말이다.
자유. 그걸 오랜만에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

[최경헌의 유럽견문록] 혼자의 삶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무언가 혼자 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기숙사 삶의 시작이다. 주방, 세면대, 침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블로그를 봤다. 독일에서의 삶을 미리 준비했다. 덕분에 꽤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있었다. 그래도 부족했다. 혼자 시작하는 삶은 그렇게 막막했다. 기분은 좋았다.

독일에서 산 시리얼이다. 뮤즐리(Müsli)라고 불린다. 초콜릿이 들어있어서 바삭하고 달콤하다.
독일에서 산 시리얼이다. 뮤즐리(Müsli)라고 불린다. 초콜릿이 들어있어서 바삭하고 달콤하다.

주방에는 준비할 것들이 많다. 이케아에 갔다. 그릇을 고르는데 한참 고민했다. 어떤 세트는 내가 쓸 것 같지 않은 그릇들이 들어있었다. 또 다른 어떤 세트는 그릇 색깔이 마음에 안 들었다. 검은색 그릇이 네 개 들어있는 세트를 구매했다. 수저를 샀다. 파스타 면, 소스를 채워 넣었다. 냉장고에는 채소를 썰어서 차곡차곡 넣었다. 한결 든든해진 기분이다.

독일 화장실은 건식이다. 물이 흐르면 그때마다 닦아줘야 한다. 이케아에서 산 커다란 수건을 바닥에 깔았다. 세면도구를 놓았다. 샤워커튼은 샤워할 때마다 내 몸쪽으로 들러붙어서 불편했다. 독일 샴푸를 사려다가 린스를 샀다. 습한 곳에 실버피쉬가 등장한다. 양좀이라고 불린다. 벌레 끈끈이를 사서 설치했다. 세면대는 정기적인 청소가 필요한 것 같았다. 귀찮았다.

유럽의 햇살은 강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유럽의 햇살은 강하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불은 시급한 문제였다. 기숙사에 왔는데 매트리스만 있었다. 이불 커버를 사야했지만, 첫날은 지쳤다. 가져온 침낭을 깔고 잤다. 나는 이불과 베개를 사는 것이 복잡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불의 종류가 많았다. 직원에게 물었다. 간신히 나에게 맞는 이불과 베개를 고를 수 있었다. 이불은 두 겹으로, 여름에는 하나를 떼어내어 시원하게 덮을 수 있었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보켄하이머 란트슈트라쎄(Bockenheimer Landstraße)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보켄하이머 란트슈트라쎄(Bockenheimer Landstraße)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보켄하이머 란트슈트라쎄(Bockenheimer Landstraße)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보켄하이머 란트슈트라쎄(Bockenheimer Landstraße)

혼자. 나는 지금까지 많은 걸 혼자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되고 있었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공간에 내던져진 나는 일종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모든 것들이 적응의 대상이었다. 바꿔말하면 자극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곳의 혼자 삶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 이유였다. 이 자극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자유. 그것을 오랜만에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원할 때 일어나고, 원할 때 먹고, 원할 때 잤다.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갔고,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왔다.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한국의 여느 기숙사처럼 유치한 벌점을 부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온전히 나로만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