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민(왼쪽), 문성일(오른쪽)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가정의 달인 5월에 생각해보기 좋은 연극 한 편이 공연 중이다.

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리는 연극 '킬 미 나우'는 캐나다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가 2013년 발표한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되어 같은 공연장에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나는 '킬 미 나우'는 선천성 장애를 가진 소년 '조이'와 아들을 위해 헌신한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다룬다.

'킬 미 나우'는 평생 보살핌을 받아온 소년 '조이'의 성장과 독립 문제로 인한 갈등을 통해 장애인 또한 평범한 '보통 사람'임을 보여주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에 대해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더불어 가족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드러나는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욕구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서로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4일 오후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작품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열린 질의응답엔 지난해 초연을 함께한 오경택 연출, 지이선 작가를 비롯해 촉망받는 작가였으나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제이크'를 연기한 이석준, 이승준, 선천성 장애로 일상생활과 의사소통에도 제약이 있는 소년 '조이'를 맡은 윤나무, 신성민, '제이크'의 연인 '로빈'을 연기한 이지현, 신은정, '조이'의 고모인 '트와일라'를 소화한 이진희, 정운선, '조이' 친구 '라우디' 역할엔 문성일, 오정택이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오경택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재연을 하면서 중점에 두거나, 새롭게 추가한 것이 있다면?
ㄴ 오경택 : 초연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대사의 디테일 면에서 손을 본 것이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같은 경우 '제이크'와 '조이'만 더블 캐스팅인데, 이번엔 모두가 더블이다. 지난해 조합이 4개밖에 안 됐는데, 올해는 30여 개 조합이 되니 각자의 색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다양한 색의 '킬 미 나우'가 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이선 : 연출님의 말에 100%를 받으며 덧붙이자면, 지난해엔 작품이 어려워서 만드는데 급급했던 순간이었다. 연출님이 좀 더 섬세하게 진행하고 싶어서, 대사 위치가 조율된 부분이 있다. 배우분과도 이야기 나누는데, 감정보다는 정서에 가까운 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이 잘못하면 한 끗 차이로 관객의 감정을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정서에 가깝게 하려 했다.

'조이'가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다. 작품에 새롭게 출연하면서 참고한 것이 있다면? 여기에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신성민 : '킬 미 나우' 초연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다. 같이 하자고 제안 왔을 때,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 욕심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아주 힘들었다. 신체적 연기도 같이 해야 하는데, 그런 연기와 정서를 같이했더니 해보지 않은 것이라 부대끼기도 했다. 연출님도, 작가님도, 선배님들도 다 도와주셔서 나중에 가서는 신체적인 부분이 감정과 연결하면서 더 큰 도움이 된 것이 있었다.

'조이'로 행하면서, 참 아프게 만들었던 것 같다. 참여하게 된 이유 등을 재밌게 들었고, 주변에서 추천도 하셨고, 저한테는 좋은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선배님께서 말씀해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해주고 싶다는 바람에 하게 됐다.

▲ 신성민 배우가 작품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감정 소모를 0부터 10까지 둔다면, 어느 정도로 연기하고 있나?
ㄴ 신성민 : 다들 그러실 것 같은데, 감정 소모 부분은 공연을 지금까지 5번 정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다. 점수로 물어보셨다면 크게 의미가 없다. 어떤 마지막에 '조이'의 감정이 해소되는 감정이 아니라서, 끝나고 나서도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더 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발전시켜야겠지만, 아직은 나한테 버거운 부분이 있다. 제가 눈물이 많이 없는데, 이 공연이 힘든 것 같다. 하면서 이전 공연과 다른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을 통해 장애인 연기를 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는 케어하는 역할로 변화가 됐다. 다른 감정이 들었는가?
ㄴ 정운선 : 다른 작품에서 제가 '조이'나 '제이크'와 같은 장애인 역할을 하다가 처음으로 보호자인 '트와일라'를 맡았는데, 입장은 다르지만 그래서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항상 보호를 받고, 중심으로 돌아가던 삶을 살았다면, '트와일라'는 내가 '정운선'이라는 삶을 살아가면서 맞닿은 모습이 있어서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트와일라'라는 입장이 매우 많을 것이로 생각했다.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으로 무대 위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 '트와일라'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옆에서 다른 아픔을 느끼고, 다른 것을 포용해가는 것을 배우고 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이승준 : 작품 출연 계기는 대본을 받으면서 '제이크'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이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무엇일까? 배우로 느껴보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 이것은 무슨 가족끼리의 희망이나 위로도 아닌 것 같았다. 이 대본을 보고 이 참담함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킬 미 나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라우디'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
ㄴ 문성일 : '조이'와 다르게 '라우디'는 태아알코올증후군에 걸렸는데,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어떤 시기에 알코올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세가 나온다. 외적으로 표현하면서, 정신적인 부분에 집중을 뒀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지인의 외국 친구분 중에 이 병을 앓은 친구가 있다. 그분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참고를 했다. 그 친구분이 말하기로는 사실상 물리학과에 다니는 친구인데, 같이 지내다 보면 장애가 있는 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잘 모를 정도라고 한다.

가끔 '라우디'처럼 분노 장애는 아니어도, 감정 제어가 잘 안되는,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데 직설적이고 솔직한, 필터링이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처음 보시는 분은 '라우디'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 선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대한 초연 때보다 재연 때 하면서, 이 아이가 가진 핸디캡을 찾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라우디'는 '조이'를 돌보고, 시설 안에서 교육 등을 통해 학습을 받아서 정상적인 행동을 조금 할 수 있었다. 가족의 활력소가 되고자 노력했고, 무거운 공기를 정화하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오정택 : 사실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처음 알았는데, 네이버에 검색하면 증상이 많아서 그 정도는 공연을 보고 일반 관객이 비교하실 거라 생각할 것 같았다. 그것보다 '조이'가 합쳐질 때, '조이'와 정반대의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거칠게 부딪치는 것이 많이 보였고, 가족으로 겪으면서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이크 님'이 돌아가면서, 저딴 놈한테 이 집을 맡겨도 될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내가 어떤 것을 해야 할 때, 포기할 순간이 많은데, 말도 안 되는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엔 믿을만한 것이 보인다. 지금 말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고, 화도 나진 않았지만(웃음), 나중에 정리해서 말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문화 生] '킬 미 나우' 지이선 작가 "윤나무, 친해도 무서운 파트너"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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