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그것들을 다양한 사랑의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다음 장면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앞의 장면들은 끊임없이 새로웠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봤다. 나는 이 작품을 영화로 처음 접했다. 감동적이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라는 것이 신선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프랑스 혁명을 둘러싸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그때 나는 그것들을 다양한 사랑의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정의에 대한 사랑, 욕망에 대한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더 나은 삶에 대한 사랑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런던에서는 불빛 장식이 낭만을 더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런던에서는 불빛 장식이 낭만을 더했다.

런던에 가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년 엄마와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탈리아 여행 도중 영국에 다녀오면 어떨까. 비행기를 타고 가서 뮤지컬을 보고 오자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군인이었다. 영국은 규정상 여행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규정을 어기고 영국에 갈 수는 없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그렇게 내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런던 거리에는 이 천사 모양 불빛 장식이 여러개 있는데, 천사들은 각각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런던 거리에는 이 천사 모양 불빛 장식이 여러개 있는데, 천사들은 각각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는 것이었다. 다른 일정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런던 극장에서 직접 눈으로 레미제라블을 보면 큰 감동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75파운드(한화 약 12만 원)로 뮤지컬을 예약했다. 뮤지컬을 예약하고, 영화를 다시 봤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도 읽었다. 뮤지컬을 보기 전 복습이었다.

런던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더카운팅하우스(The Counting House).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에 감탄했다.
런던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더카운팅하우스(The Counting House).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에 감탄했다.

낭만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다. 소호에 도착했다. 런던의 밤거리가 아름다웠다. 12월의 런던은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화려한 장식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새빨간 이층버스를 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을 지나 극장에 도착했고, 줄을 섰다. 극장에는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나의 아쉬움이 곧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바뀔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뮤지컬 극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뮤지컬 극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장 발장을 체포하려는 자베르 경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 프로젝터로 무대에 쏘아진 배경이 마치 자베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움직였다. 참신한 연출이었다. 무대가 멀리 있어서 고개를 뻣뻣이 들고 관람해야 했지만, 때때로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오랫동안 바라던 뮤지컬을 드디어 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 작은 곳에서 다채로운 연출이 펼쳐진다.
저 작은 곳에서 다채로운 연출이 펼쳐진다.

기립박수를 쳤다. 환호와 함께 뮤지컬은 막을 내렸다. 배우들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레미제라블은 인생 최초로 영화, 책, 뮤지컬을 모두 경험한 작품이 됐다. 다음 장면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앞의 장면들은 끊임없이 새로웠다. 증오로 가득했던 장발장이 사랑의 삶을 살게 된다는 레미제라블의 서사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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