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다.

주저하지 않는 대화. 그게 가능했던 거다.

파리에 갔다. 여행을 갈 때 나는 커뮤니티에서 동행을 구한다. 여행 일정과 장소를 올리면,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연락하는 식이다. 이번에는 동갑내기 친구 A가 연락 왔다. A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 파리는 두 번째로 가보는 거라고 했다.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가 좋을 것 같다며,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에투알 개선문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말해줬다.
에투알 개선문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말해줬다.

걷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다. 삼만 보를 채우는 날이 많았던 만큼 대화는 하루종일 이어졌다. 정치, 사회, 환경, 영적 세계 등 주제는 다양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했다.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이 대답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거닐며 나누는 대화들은 그곳을 잊을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보여줬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보여줬다.

진솔한 대화가 가능했던 건 아무래도 대화 중에 공유할 삶의 조각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주저하지 않는 대화. 그게 가능했던 거다. 서로 읽은 책들은 훌륭한 대화 주제가 됐다. A는 1년에 80권 정도의 책을 읽는 친구다. A보다 비교적 좁은 나의 책장에서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추천해주면, A는 흥미롭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에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들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에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들을 수 있다.

퐁네프 다리 근처에는 1919년에 개업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점이 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다. 그곳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포스트잇에 빼곡히 붙여져 있다. 서점 바로 옆에는 카페가 있다. 사람들은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방금 구매한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 사람들을 보며 글에 관해 생각했다.

 

살아있다면 글을 써야 한다. 글은 나의 세계를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평소에 정리해두었던 세계관의 조각들을 대화 중에 공유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대화가 재밌게 느껴지는 순간은 비슷했다. 삶에서 겪는 수많은 점을 선으로 이을 수 있다면, 그건 시간이 흘러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을 서로 가만히 감상하는 시간 속에서 재밌는 대화가 가능했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은 거대하고 화려해서, 모두 구경하기에 두 시간도 부족했다.
파리 외곽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은 거대하고 화려해서, 모두 구경하기에 두 시간도 부족했다.

이번 파리 여행은 삶 속에서 나만의 점을 끊임없이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여행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풍경 자체의 이유가 크다기보다는, 내 삶의 어떤 조각들과 무의식적으로 대조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리에서 그 무의식적인 대조가 자주 일어났던 것 같다. 영화 한 장면을 지나기도 하고, 다채로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