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다.

 

내가 거기서 죽었으면 싶더라.

실제로 동아시아 문화에 관해 질문하면 일본을 먼저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실제로 동아시아 문화에 관해 질문하면 일본을 먼저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A와 파리 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몽마르뜨 언덕에 갔다. 성당 내부를 봤다. 거대한 벽화에 감탄했다. 벽화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이 그려져 있는 걸 봤다. 서양 세계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건 아직도 일본인이구나. 생각했다. 대화를 나눴다. A는 거대한 벽화를 보면서 궁금한 점들을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수녀님이 주의를 줬다. 조용히 성당을 빠져나왔다.

 

날씨가 추웠다. 언덕을 나와 골목을 걸었다. 가게 대부분은 닫혀있었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한 아저씨를 만났다. 먹을 것을 주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 여행지에서 한국어를 들을 때 놀란다. 한국어를 말한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라면 특히 그렇다. 일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우리는 천천히 점심 먹을 곳을 찾기로 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식 또는 일식을 먹고 왔다는 말을 하면, 내 친구들은 그 선택에 의문을 갖는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식 또는 일식을 먹고 왔다는 말을 하면, 내 친구들은 그 선택에 의문을 갖는다.

“뭐 먹고 싶어?” 내가 물었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걸 먹고 싶어.” A가 대답했다. “라멘은 어때? 수프는 성에 안 찰 것 같아.” 내가 말했다. 우리는 라멘을 먹기로 했다. 평점이 높고 리뷰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향했다. 코다와리 라멘(Kodawari Ramen). ‘코다와리’는 일본어로 ‘까다롭다’라는 뜻이다. 역시나 그곳 앞에는 긴 줄이 있었다.

 

“세상의 끝에 가봤어.” A가 말했다. “사실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곳은 많아. 근데 아일랜드에 갔을 때 그곳은 정말 엄청났어.” A는 정말 그곳을 세상의 끝으로 느낀 듯했다. “내가 거기서 죽었으면 싶더라.” 이 말이 머리를 한 대 쳤다.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했더라도 타인들의 죽음에 관한 안타까움, 분노, 슬픔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파리에서 먹은 라멘이 가장 맛있었다.
그러나 나는 파리에서 먹은 라멘이 가장 맛있었다.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어디서 죽고 싶을까? 언제 죽으면 좋을까? 어떤 방식으로 죽으면 좋을까. 삶을 이끌어가는 방식에 죽음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네.” A에게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우리 차례가 됐다. 라멘을 먹으면서 어디까지 여행하고 싶은지로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나는 우주와 집 중에 고르라고 하면 우주에 갈 거야.” 여행자 A 다운 답변이었다. “집을 산 다음 시세차익을 이용해 우주에 갈 돈을 벌 거야.” 내가 말했다. 다소 엉뚱한 우리 대화는 왠지 현실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우주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내게 남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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