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된 광부들 '애싱턴 그룹' 이야기...10년 만에 재연
예술에 대한 생각할 거리 던져주는 작품
강신일, 문소리, 정석용 등 출연
오는 2023년 1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예술이란 뭘까. 아무나 할 수 없는 고귀한 것일까.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10년 만에 돌아온 연극 '광부화가들'이 여전히 정의되지 않은 예술에 대한 치열하지만 따뜻한 토론을 펼쳐낸다.

'광부화가들'은 실제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 리홀의 작품이다. 2007년 영국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1930년대 영국 동북부 뉴캐슬의 탄광지대 애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광부들은 미술 감상 수업에 참여한 뒤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고, 이후 '애싱턴그룹'이라는 어엿한 미술동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인생 자체가 곧 노동인 광부들에게 예술은 사치일 것 같지만 되려 예술은 그들 삶에 활력소가 된다. 자신을 표현하고 만족감을 얻게 하는 수단이다. 꼭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만이 예술이 아님을 명확히 전한다. '예술가'라는 말에 깃든 일말의 편견을 확실히 깨부순다.

또한 전쟁, 노동환경 등의 정치사회적 문제 속에서의 예술도 논한다.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생각할 거리가 넘쳐난다.

미술강사인 라이언을 필두로 광부들은 그림을 그리고 서로 감상을 주고받는다. 관객 역시 이들 틈에 자연스레 섞이게 된다. 함께 미술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 인물들의 그림을 띄워 관객에게 보여준다. 연극과 미술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방식이 조금 더 세련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그림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자아를 찾는 올리버 킬번을 비롯해 규율과 규칙을 강조하는 조지 브라운, 순수하고 단순하지만 미술에 재능이 있는 지미 플로이드, 체제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해리 윌슨까지. 

인물마다 예술에 대해 가진 생각은 각양각색이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누군가는 극찬하는 반면, 누군가는 '낙서' '쓰레기'라고 악평한다. 또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유쾌한 티키타카로 극적인 재미도 높인다.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장면 / 프로스랩, 골든에이지컴퍼니 제공

특히 지미는 극과 관객의 동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당시 시대상을 비롯해 예술에 대한 복잡한 말들이 빠르게 오가다 보면 관객 입장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 같은 눈높이의 지미가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도록 유도해 어떤 관객이든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실제로 애싱턴 그룹은 유명세를 얻은 후에도 끝까지 광부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을 독립된 것으로 보지 않고, 삶 속에 묻어있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걸작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 행위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 예술임을 일깨운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2023년 1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이어진다. 조지 역 정성용, 송재룡, 올리버 역 강신일, 박원상, 지미 역 오용, 윤상화, 해리 역 김중기, 오대석, 토미 역 김두진, 노기용, 라이언 역 이대연, 민성욱, 수잔 역 노수산나, 김한나, 헬렌 역 문소리, 송선미가 출연한다. 연기력만큼은 의심의 여지 없는 배우들이니 다양한 조합으로 보는 재미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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