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이 그리는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
장진 연출 특유의 코미디 돋보이는 작품
이지훈·박지예,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연기 선봬
2023년 2월 19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장진 연출의 연극 '서툰 사람들'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유머가 낡은 건 아닐까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보인다. 여전히 웃기고, 여전히 재밌고, 여전히 따뜻하다. 

'서툰 사람들'은 스물다섯 여교사 화이의 집에 어리숙한 도둑 덕배가 침입하고 함께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극이다. 1995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초연해 지난 2007년, 2012년 공연됐다. 

장진 연출이 군대를 전역할 무렵인 23살 때 완성한 작품이다. 시대극이 아니기에 30년 가까운 세월의 흐름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장 연출도 현대의 시대적 상황과 관객들의 변화된 취향에 맞춰 수정에 힘썼다고 밝힌바 있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결과물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이야기를 단지 이야기로 본다면. '요즘 시대에 저런 일이 가능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답이 없다. 하지만 '서툰 사람들'은 삭막한 세상에 희망을 선사하는 한겨울 밤의 판타지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유쾌한 웃음 뒤에 가슴 찡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화이와 덕배, 두 명의 서툰 사람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티격태격하던 도둑과 집주인이 서로를 돕고 도우며 성장해간다. 예고 없는 첫눈처럼 둘 사이엔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들이 지닌 순수함이 그리워서일까. 어쩐지 설렘보다는 사람 냄새 그득한 따스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작은 무대는 높은 효율성이 돋보인다. 무대 공간은 좁지만 이야기의 공간은 넓다. 화이의 집이라는 한정된 무대 세트에서 진행되지만, 세 개의 문 바깥 상황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넓혔다. 또한 음악, 조명, 소품들까지, 아날로그 느낌 물씬 나는 미장센도 작품의 톤을 확고히 다잡는다.

장진 연출 특유의 반전과 텐션을 이어가는 대사가 핵심인 작품이다. 배우들은 그 대사를 맛깔나게 살려 웃음을 끌어내야 한다. 덕배 역의 배우 이지훈과 화이 역 박지예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그동안 TV 드라마에서 주로 연기를 선보였던 이지훈의 첫 연극 무대 도전작이다. 아직 톤이 좀 어색한 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이다.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려내며, 속사포 대사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박지예는 다수 연극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다. 그런 만큼 화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말 많고 오지랖도 넓은 역할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여기에 남자, 여자, 노인까지 1인3역을 선보이는 멀티맨 안두호의 감초 연기도 일품.

한편 '서툰 사람들'은 오는 2023년 2월 19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덕배 역에 이지훈, 오문강, 임모윤, 화이 역 김주연, 최하윤, 박지예, 멀티맨으로는 이철민과 안두호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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