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는 영화, 넘버는 뮤지컬 판정승
안중근 표현 방식도 차이...양준모는 카리스마, 정성화는 친근
비주얼·안무·조연활용 등 비교도 재미요소
영화, 지난달 21일 개봉
뮤지컬 오는 2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에이콤 제공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에이콤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영화 '영웅'이 지난달 21일 개봉 후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같은 날 공연을 시작한 원작 뮤지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와 뮤지컬 모두를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두 작품의 매력을 비교해봤다.

같은 이야기 but 더 매끄러운 건 영화

사진=영화 '영웅' 스틸 / CJ ENM 제공
사진=영화 '영웅' 스틸 / CJ ENM 제공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2009년 초연 이후 13년간 여덟 시즌을 거친 뮤지컬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됐다.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매체 특성상 편집이 자유로운 영화의 서사가 좀 더 짜임새 있다. 특히 영화에서는 평범한 청년 안중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면들을 추가했다.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를 비롯해 아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이 담겼다.

또한 주요 사건 이전 안중근의 행보를 추가해 서사의 연결성을 높였다. 1909년 회령 전투에 얽힌 일화를 통해 뒤에 벌어질 사건, 인물 간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다졌다.

풍부한 넘버, 탄탄한 실력...음악은 역시 뮤지컬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에이콤 제공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에이콤 제공 

영화에서는 '단지동맹', '영웅', '장부가', '누가 죄인인가' 등 뮤지컬의 주요넘버 16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여기에 설희의 솔로 넘버 '그대 향한 나의 꿈'이 추가돼 새로움을 더했다. 뮤지컬에서는 영화에 없는 15곡이 더해진 총 31곡의 넘버가 담겼다. 더욱 다채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영화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택하면서 음향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구축했다. 극장에서 보면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무대 위 오리지널이 갖는 아우라까지는 갖기 어렵다. 뮤지컬의 최대 장점이라면 역시 생생한 현장음을 꼽을 수 있겠다.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매체 특성의 차이도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 배우들을 보자면 노래는 뮤지컬이, 연기는 영화가 각자 한 수 위인 느낌이다.

총 8번의 뮤지컬 시즌에 참여하고 있는 정성화를 제외하고 양쪽의 출연 배우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김고은, 나문희, 조우진, 조재윤, 배정남, 박진주, 이현우 등이, 뮤지컬에서는 서영주, 최민철, 정재은, 린지, 윤석원, 임규형 등이 출연한다. 

섬세한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감정적으로 와닿는다. 하지만 노래가 본업이 아니다 보니 분명 테크닉적으로는 불안한 부분들이 있다.

반면 뮤지컬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확실히 안정적이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성량도 장점이다. 대신 영화에서 만큼의 섬세한 연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영화만의 비주얼, 뮤지컬만의 퍼포먼스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영화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미장센, 롱테이크를 적극 활용한 카메라 무빙이 돋보인다. 한국과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로 스펙터클함을 더했다. 여기에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대규모 군중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뮤지컬에서도 세트, 조명, 특수효과 등을 활용한 무대예술이 펼쳐진다. 여기에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앙상블의 다양한 안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연기와 노래 이외에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양준모와 정성화의 안중근...카리스마vs친근함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사진=영화 '영웅' 스틸,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 CJ ENM, 에이콤 제공

양준모와 정성화는 '영웅' 속 안중근을 대표하는 배우들이다. 정성화는 2009년 초연 이후 이번 시즌까지 총 8번, 양준모는 2010년부터 총 5번의 시즌에 참여했다. 

정성화는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범한 사람의 평범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영화에서는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에 앞서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된다. 친근한 형 같은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그 끝에 오는 울림도 크다.

양준모의 안중근은 의인이자 영웅으로서 가진 카리스마가 중점이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의 모습을 보면 "멋있다"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 특히 2막 '누가 죄인인가' 넘버 중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라는 가사를 부를 때,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보노라면 절로 전율이 인다.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영화 '영웅' 스틸 / 에이콤, CJ ENM 제공
사진=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영화 '영웅' 스틸 / 에이콤, CJ ENM 제공

노래 실력은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 배우 모두 훌륭하다. 다만 약간의 특성 차이를 꼽는다면, 정성화의 보컬은 좀 더 시원하게 뻗어가며 양준모는 한층 묵직하고 단단한 음성을 선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 조연 활용과 관련해 영화에서는 마두식과 마진주, 뮤지컬은 중국인인 왕웨이와 링링으로 나온다. 이들의 관계 역시 약간씩은 차이가 있으니 확인하며 보는 재미도 있겠다. 또한 영화에서는 이토를 비롯한 일본 측 배우들이 일본어를 사용하고 노래 역시 일본어로 부른다는 점도 차이.

한편 뮤지컬 '영웅'은 오는 2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어진다. 안중근 역에는 정성화, 양준모와 함께 뉴캐스트 민우혁이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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