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사랑 공감 여부가 핵심
베토벤 원곡 차용 넘버 중독성 강해
무대 연출, 안무 등 볼거리 多
박효신·조정은, 가창력·연기 돋보여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월드 프리미어로 국내 초연을 시작한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 넘버도 서사도 분명 다듬어야 할 부분들은 있지만 틀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향후 발전된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은 세기의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음악가로서의 면모와 한 인간으로서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베토벤의 사후 서랍장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 등을 선보인 EMK뮤지컬컴퍼니의 다섯 번째 오리지널 작품이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EMK와 함께 7년 넘게 공들여 준비했다고 알려져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본 공연이 시작된 후 관객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불호 포인트로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서사다. 가정이 있는 여인과의 사랑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전혀 이해 못 할 사랑도 아니다. 게다가 불륜이라는 시선을 떼고 인물들에 집중한다면 감정적으로도 꽤 울림이 있다.

극 중 베토벤은 동생 카스파 외에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 심지어 카스파도 결혼 문제로 다툰 뒤 베토벤을 떠난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여인을 만나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안토니 브렌타노(이하 토니)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사랑 없는 정략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외로움 속에 의미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호감을 보이는 베토벤을 만났으니 감정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수순.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결국 어떻게 이야기를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공허함과 외로움 끝에 사랑을 만나본 이들이라면 무대 위 순간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그저 뻔한 불륜극처럼 비춰질 여지가 있다. 

후반부 서사의 힘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극 중반 우연에 의지한 전개, 베토벤보다 토니의 이야기에 집중되는 점 등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에 있어 더욱 명확한 노선, 설득력 있는 구성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넘버는 '월광, '비창', '운명' 등 베토벤의 음악들에 가사를 붙여 편곡해 완성했다. 뼈대가 워낙 훌륭하다 보니 어떻게 만져도 기본 이상은 한다. 베토벤의 음악성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가창력과 록오페라 스타일의 반주가 더해져 듣는 재미가 있다.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 '베토벤' 공연 장면 / 문화뉴스DB

다만 일부 멜로디가 리프라이즈로 지나치게 반복되는 느낌이 있다. 중독적이기도 하지만 싫증을 느낄 수도 있겠다. 기악곡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지루함으로 다가올 여지도 있다. 또한 멜로디에 붙는 가사가 어색하거나 벅찬 구간들도 있다. 

무대 연출이 가장 호불호 없이 호평받을 요소일 듯하다. 1막 마지막 양 측면의 무대가 넓어지는 것을 비롯해 허공으로 띄우는 피아노, 통째로 이동하는 카를교 등 웅장하게 구성됐다. 여기에 조명, 스크린의 활용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음악의 요소들을 의인화해 탄생시킨 혼령의 안무도 볼거리다. 

이번 초연에서 베토벤 역은 박효신, 박은태, 카이, 토니 역은 조정은, 윤공주, 옥주현이 캐스팅됐다. 이중 박효신은 정상급 발라더답게 사랑의 감정을 서정적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조정은은 외로움과 사랑의 순간들을 그려내는 연기가 돋보인다. 

한편 '베토벤'은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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