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 리프트, 뮤지컬 같은 무대..."타이밍, 안전 문제 주력"
합판 대신 목재 수작업..."16C 런던 분위기에 젖어들도록"
"극장 기능 완벽히 부합시켰다는 게 키워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박상봉 무대디자이너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박상봉 무대디자이너 / 쇼노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엔터테인먼트 연극으로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공연을 본 관객들을 매료시킨 것 중 하나는 목가적이면서도 화려한 무대. 이를 탄생시킨 박상봉 무대디자이너를 만나 무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에 의해 연극으로 재탄생, 2014년 런던에서 초연됐다. 이번 한국 공연 역시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약간의 수정만 가져갔다.

박 디자이너는 "우리나라로 가져오면서 더 많은 극장 시스템을 활용했다. 오리지널 극장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몇 개의 장면들에 변화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극 무대들보다는 확실히 규모가 크고 이동이 많다. 특히 턴테이블, 승하강 리프트 등 딱 봐도 많은 예산이 투입됐을 것 같은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 디자이너는 이번 작품에 대해 "연극보다 뮤지컬에 가까운 구성"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디자인적 측면보다는 무대 전환 시의 타이밍을 맞추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단 1초, 1cm 차이로 완성도에 차이가 날 수 있기에 섬세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김동연 연출,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강국현 음향디자이너 등 스태프들과 많은 논의를 거쳤고, 박 디자이너는 자신보다 다른 스태프들이 더욱 고생했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들은 승하강 및 회전하는 무대를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당연히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박 디자이너는 "무대 세트 높이가 3m 정도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 있는 바닥을 3m까지 내려서 쓰는 거다. 그리고 그 위에 2층 무대가 있다 보니 층고가 높다. 또 발코니 신에서는 (배우가 매달려 올라가다 보니) 많이 흔들리는 게 걱정이었다"라며 "극장 리허설 때도 보강작업 하는 게 이슈였다. 안전 문제가 제일 중요해서 리허설 때 많은 시간을 썼다"고 설명했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공연이 열리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의 조건을 적극 활용해 탄생한 무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디자이너는 다른 곳에서 공연이 올랐다면 무대 역시 바뀌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는 4월 이천, 세종 등에서 펼쳐질 투어공연에서는 지금과는 또 다른 무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박 디자이너는 "극장의 기능과 완벽히 부합시켜서 무대가 나왔다는 게 키워드다. 토월극장의 가능성을 거의 100% 활용했다. 기능이 많다. 승하강 무대도 하부에 설비가 돼 있고 턴테이블도 무대 뒤에서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 걸 잘 활용하고 장면들과 어떻게 잘 조합시킬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극의 배경이 되는 16세기 런던으로 초대된 듯 몰입하게 된다. 박 디자이너 역시 "이 작품만의 세계, 분위기가 중요했다"라고 짚었다.

이어 "시대극이니 푹 젖어 드는 분위기를 주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도 괴리감이 생긴다. 또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 '여기가 진짜 로즈극장이다, 연회장이다'라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게 중요했다. 세트로 인식되지 않도록, 연기한다고 의식하지 않게 하고자 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이를 위해 합판이 아닌 실제 원목을 사용했다. 제작비용에서 많이 차이가 나지만 완성도를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 

흔쾌히 지원해준 제작사에 감사를 전한 박 디자이너는 "세트 제작만 거의 2개월 정도 걸렸다. 목재를 4면으로 짜는데 새것들이니까 모서리가 날카롭다. 일일이 다 깎아야 했다. 오래된 목재 느낌이 나게 기스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어 "기둥 하나에만 몇백 피스가 들어간다. 제작소에도 더 이상 적재할 데가 없을 정도였다. 제작소 인력들이 고생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오래된 중세 극장 느낌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스태프들에 감사를 전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극에 관한 연극이기도 하다. 배우, 제작자,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무대를 올리고자 애쓴다. 마찬가지로 박 디자이너 역시 극을 올리기 위해 늘 무대 뒤에서 고민한다. 그런 그는 이번 작품을 어떻게 봤을까.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박 디자이너는 "내가 하는 이 연극이 참 오래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셰익스피어의 글도 상업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 참 용감하다. 오래된 일이지만 새롭게 해야겠다는 화두도 던져주는 것 같다"고 반겼다.

또한 "수사적인 언어들, 문어체 대사들에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근데 그 시대엔 조명 효과도 없고 매직을 만들 수가 없었다. 언어만이 수단이고 매개체였다. 그래서 그 언어에 담긴 의미들이 사뭇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라며 "관객분들이 다양한 방식의 연극을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박상봉 무대디자이너는 연극 '알앤제이', '화전가', '클래스', 뮤지컬 '풍월주', '난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등 다수 작품을 통해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다. 제50회, 53회 동아연극상 시청각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 등이 출연하며,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4월 8일과 9일은 세종예술의전당, 4월 15, 16일에는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으로 투어에 나선다.

주요기사
인터뷰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