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멋 유인촌 "파우스트 연기 고통스러워"
현대적 감각 살린 메피스토 역 박해수 "악의 평범성에 초점"
박은석-원진아 로맨스, 앙상블 안무 등 다채로움 더해
연극 '파우스트', 3월 31일 LG아트센터 서울 개막
※ 연습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땀 흘리며 열정을 쏟는 곳. 본 공연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이들을 찾아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연극 '파우스트'가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라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양정웅 연출과 배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이 참석해 주요 장면 시연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까지 약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영혼을 건 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은 극의 시작을 알리는 천상의 서곡을 시작으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가 서재에서 처음 마주하는 장면, 젊어진 파우스트가 그레첸과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파우스트가 마녀의 부엌에서 약을 먹고 젊어지는 장면까지 4개의 신이 시연됐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메피스토 역 박해수의 연기였다. 실전 못지않은 몰입으로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카리스마 있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메피스토 역을 간절히 기다려 왔다는 그는 "메피스토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다.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6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던 유인촌은 후배의 연기에 대해 "내가 했을 때의 연기는 구닥다리다. 지금은 굉장히 현대적이다. 물론 배우들끼리 서로 조언을 하기도 하지만 제 과거의 경험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박해수가 많은 노력과 분석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인촌의 노련함도 돋보였다. 박해수의 메피스토가 현대적이라면 유인촌은 고전의 맛을 조금 더 살렸다. 연출도 이야기도 연기도, 고전과 현대의 멋이 잘 어우러졌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메피스토 역을 했던 경험과 비교하며 파우스트 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전에 메피스토 할 때는 파우스트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 인간으로서 최상인데 뭘 더 얻으려고 하고, 그러면서 격이 떨어지면 안 된다. 고려할 사안이 많다. 연기로 표현한다는 게 고통스럽다"며 "관객과의 호흡에서 파우스트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박은석과 원진아는 풋풋한 로맨스를 예고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의 작품 안에서 밝은 에너지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배 유인촌과 2인 1역에 나서는 박은석은 "(유인촌) 선생님께 영감을 많이 받고 있다. 1막을 쭉 끌어오셨는데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면 안되니까 많이 보고 시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여전히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 중이라는 그는 "파우스트는 하늘의 지식을 원하면서도 지상의 모든 쾌락을 얻고자 한다. 전 쾌락을 얻고자 하는 부분을 연기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보시는 재미가 쏠쏠하실 것"이라고 관람을 당부했다.
원진아는 이번이 첫 연극 무대 도전이다. "새로운 시도 통해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며 연극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과연 무대연기의 디테일을 얼마만큼 살릴지가 관건이다. 이날 많은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선보여 온 특유의 로맨스 연기가 어느 정도 녹아든 것처럼 보였다.
원진아는 "내가 방황을 하고 실수했을 때, 인정하는지 외면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하는 것들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라며 고전이지만 젊은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연과 앙상블 배우들의 안무도 인상적이었다. '파우스트'의 텍스트 외에도 볼거리를 많이 담아내고자 시도한 듯 보였다.
양정웅 연출은 "이건 판타지다. 마녀도 만나고 시공간도 오간다. 흔히 보시던 연극의 리얼한 세트보다는 초현실적이고 연극적 상상력을 펼쳐보려고 한다"라며 거대한 LED 스크린 등을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채워 넣을 것을 예고했다.
또한 양 연출은 "20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메피스토의 대사들을 보면 악마임에도 현대인들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고전이지만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든 현재든 인간의 욕망이란 게 한 번 질주를 시작하면 계속 달리게 된다. 현대에는 물질이나 유혹에 많이 노출돼 있는데 그런 점에 있어 인간의 모순들을 잘 그려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파우스트'는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