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시: 3월25일(토)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근사한 연주체험에 관객들이 대단한 환호로 화답

조지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Lisa Batiashvili)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마지막 3악장 끝을 종결짓는 바이올린 활을 내리자 2주전 311일 서울시향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던 몰도바 출신의 코파친스카야(Patricia Kopatchinskaja) 연주회때 못지않은 관객의 대단한 환호와 반응이 무대위로 쏟아졌다.

서울시향이 잇따라 보석같은 솔리스트들을 발굴해 무대에 올린 근사한 연주체험에 관객들이 대단한 환호로 화답한 것이다. 1979년 조지아 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기교로 칭찬받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사실을 서울 무대에서 서울 클래식 애호가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바이올린은 잔매무새가 좋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바이올린 연주였다. (사진 서울시향)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바이올린은 잔매무새가 좋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바이올린 연주였다. (사진 서울시향)

-“분홍색의 봄의 전령사,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 황홀감의 선율

사실 3월의 2주동안 All 시벨리우스 교향곡6번과 2, 바이올린 협주곡(개정판과 원전판의 연주 각기 연주)을 지난해 낙상사고를 겪었던 전임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이끌었던 첫주인 지난 25일 토요일 저녁 서울시향의 공연은 주말임에도 불구, 합창석만 제외하고 객석이 대부분 차는 서울시향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찬 공연이 돼서 연주는 전례없이 익사이팅한 것이었다.

2주 연속 올 시벨리우스 서울시향 연주곡들의 오스모 벤스케 지휘의 첫 테이프는 카렐리아 모음곡’(Karelia Suite Op.11)으로 시작돼 이 연주곡은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가 28살 이었던 1893년에 작곡한 초기 작품 중의 하나로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임을 서울시향은 연주해보였다.

이 곡의 배경에 관해 얘기하자면 카렐리아 모음곡은 원래 7곡 이었는데 그 7곡 부수(Tableu) 음악은 핀란드 동남부 카렐리아에 위치한 비푸리(Viipuri)의 알렉산드르 제국 대학분교에서 18931113일에 열린 '비푸리 지방의 교육을 돕기위한 축제와 복권행사'에서 연주되었다. 노래를 듣는 관중들의 태도 때문에 핀란드 시인 Ernst Lampén이 공연을 "마치 태풍이 몰려오는 줄 알았다"라고 평할 정도였고(...) 충격을 받은 시벨리우스는 공연이 끝나고 즉시 그 7곡 중 3곡만 뽑아서 편집한 후 카렐리아 모음곡을 내놓았다고 한다. 카렐리아 모음곡 곡의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간주인 I. 인터메조는 1333년 리투아니아 대공이 세금을 거두는 장면을 묘사한 악장으로 서울시향 연주의 경쾌하고 소박한 멜로디와 리듬이 돋보였다. III. Alla marcia는 서울시향 연주가 보다 화사하게 전개된 행진곡 풍으로 1580년과 1611년 캐키살미(Käkisalmi)를 점령한 스웨덴군을 묘사한 악장으로 명량하고 재치있는 선율이 돋보여 선율이 귀에 매우 익숙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개정판을 연주하기 위해 분홍색의 봄의 전령사처럼 입장한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바이올린은 잔매무새가 좋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바이올린 연주였다.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틀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를 갖고 있어 협연자 리사 역시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도입부를 꼽아 호수위에 반짝이는 햇빛과 함께 관객들에게 다시 부드럽게 햇살이 비추는 것 같은 분위기, 2악장 Adagio di molto에서의 감미로움등 관객이 연주내내 전례없는 긴장감과 함께 황홀감을 갖게만든 연주였지 않았나 싶다. 외국 내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선 예외적으로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2개의 앙코르곡도 첫 번째 앙코르곡 야르코 리히매키 편곡 핀란드 민요, 저녁노래(Finnish Traditional, Evening Song)는 고혹적인 선율과 아름다운 음향적 조합을 이루며 마치 꿈결같은 환상적 순간을 선사했다는 관객들의 평을 받으며 핀란드 음악축제에 초대받은 것 같은 황홀한 연주를 관객에게 들려주긴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앙코르곡 알렉시 마차바리아니, 돌루리(Alexi Machavariani, Doluri)는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기교적이고 기괴한 음색을 지녀 마치 바티아슈빌리가 비범한 여류 표범의 비루투오시를 과시하는 느낌이었다.

-“오스모 벤스케, 상임지휘자라는 직에 얾매이지 않아 보다 자유로워보여

사실 지난 3년간 전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등에서 쌓은 자신의 명성에도 불구, 펜데믹의 여파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는 기간이 되지 못해 본인이나 서울 클래식 고어 모두에게 진한 아쉬움을 주었을 법 하다.

20201월 벤스케가 부임한 직후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장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고 202212월에는 오스모 벤스케가 낙상 사고를 당해 결국 그의 임기중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Coral)을 지휘하는 모습은 국내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대타 지휘를 맡는등 서울 클래식팬들이 한번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관객을 만나기 위한 열망으로 초인적인 회복력을 발휘하며 이번 서울시향과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 지휘로 돌아온 오스모 벤스케는 상임지휘자라는 직에 얾매이지 않아서 그런지 보다 자유로워보였다. 낙상사고의 여파로 의자에 않아 지휘할 수 밖에 없었지만 마치 나비짓하듯 보다 자유로워진 지휘로 지난 3년간 오스모 벤스케가 자신의 풀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사고를 이겨내고 국내 클래식고어들 앞에 다시선 오스모 벤스케의 모습도 또다른 감동포인트였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6번은 다른 교향곡과 가장 다르고 가장 모호한 곡이지만, 시벨리우스 자신이 첫 눈의 향기라느니 차가운 샘물이라느니 수식어들을 남긴 것처럼 시적인 교향곡이다. 오스모 벤스케는 시향 유투브 동영상 시벨리우스를 말하다사전 녹화영상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을 순수한, 차거운 냉수라고 묘사했고 이에 반해 그가 살던 시대의 다른 작곡가들이 작곡한 작품들을 샴페인이나 리큐어에 비교했다.

그래서 이날 공연에 참석한 클래식 고어들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의 랩소디적인 특징이나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어 보이는 오스모 벤스케 지휘의 자유로움속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절정이 아닌, 자신의 내면적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시벨리우스가 말한 순수함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선율이 자유롭게 항해하는 1악장, 유희적인 느낌의 플루트와 민첩하게 움직이며 연주되는 하프가 등장하는 2악장, 이후 예측하기 불가능한 전조로 인해 보다 다이내믹한 특징을 가지는 마지막 악장등에서 서울시향의 강렬한 음악적 체험에 의해 시벨리우스의 순수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 서울시향이 유럽투어나 BBC프롬스 무대에 가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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