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손지수, 순수한 소녀 느낌의 크리스틴 표현
탄탄한 클래식 발성 제격...캐릭터 입체성은 부족
유령 역 조승우, 명불허전 실력 과시
'오페라의 유령' 부산, 6월 18일까지 드림씨어터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문화뉴스, 부산 장민수 기자] 궁금했다. 13년 만에 한국어로 그려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특히 유령들에 비해 다소 낯선 크리스틴의 실력에 더욱 관심이 갔다. 손지수의 크리스틴을 본 소감은?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대만족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오페라하우스에 숨어 사는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의  한국어 프로덕션이며, 부산에서는 초연이다. 

'오페라의 유령' 자체의 인기에 더불어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유령 역에는 조승우, 전동석, 김주택, 최재림(서울 공연 합류), 크리스틴 역에는 손지수와 송은혜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당연히 유령 역 배우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관객들이 많다. 특히 조승우는 매 회차 매진에 가까운 기록으로 티켓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조승우의 실력? 명불허전이다. 크리스틴을 향한 절절한 사랑, 그에 수반되는 분노와 좌절, 슬픔까지. 손을 덜덜 떨며 선보이는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넘버 소화력도 기대 이상이다. 성악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보란듯이 실력으로 입증했다. 곡마다, 감정마다 발성에 변주를 주며 때론 위엄있게, 때론 부드럽게 감정을 한껏 담아 노래한다.

조승우에 대해서는 이미 다수 매체에서 극찬을 쏟아냈기에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궁금했던 건 크리스틴 역의 배우들이었다. 이 중 소프라노 손지수의 모습에 집중해봤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유령의 임팩트와 배우의 인지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긴 하지만, 극에서 유령만큼 중요한 역할이 크리스틴이다. 크리스틴의 액션에 유령의 리액션이 나오기 때문.

크리스틴은 유령에 의해 코러스단원에서 오페라하우스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이를 맡는 배우는 아름다운 외모와 천상의 목소리는 기본. 여기에 유령을 향한 동경과 두려움, 연민,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2007년 제6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 대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손지수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소프라노다. 서울대 성악과 수석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베르디 국립음악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밀라노 로제툼 극장에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으며 국내에서도 '마술피리', '리골레토', '사랑의 묘약' 등에 참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의 첫 뮤지컬이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손지수 포스터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손지수 포스터 / 에스앤코 제공

직접 보니 노래 실력은 대만족이었다. '생각해 줘요'(Think of Me), '음악의 천사'(Angel of Music),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돌아갈 수 없는 길'(The Point of No Return) 등 대표 넘버들을 클래식한 매력을 한껏 살려 들려준다. 고음도 단단히 뻗어나가니, 록사운드 섞인 반주에도 목소리가 쉽게 묻히지 않는다. 또한 멜로디에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다만 조승우의 연기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손지수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밋밋했다. 그의 크리스틴은 순수함과 소녀스러움이 강조됐다. 유령을 향한 그의 마음은 음악적 동경뿐, 연민 혹은 사랑은 배제된 듯 보였다. 물론 그 덕에 유령의 외로움이 더 부각되기는 한다. 그래도 크리스틴의 감정이 조금 더 복잡미묘하게 표현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노래 없이 순수 대사만 소화하는 구간에서도 다소 어색함이 있다. 시대적 배경과 번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어체, 혹은 독백 형태의 대사가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극 자체가 성스루에 가깝게 이어지다 보니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손지수도 지난달 26일 첫 공연 이후 "아직도 긴장이,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잠이 오질 않는다"며 "첫 공연의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던 바, 향후 뮤지컬 적응을 마친 무대에서는 더욱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모은다.

그 외 이번 시즌은 라울 역 송원근, 칼롯타 역 이지영의 노래도 클래식한 작품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배우들 외에도 여전히 볼거리가 많다. 2,230m에 달하는 드레이프와 약 15미터 위 천정에서 낙하하는 샹들리에, 지하미궁으로 향하는 나룻배까지. 오리지널리티에 신경 쓴 세트가 웅장하고 화려하게 펼쳐지며 무대예술의 극치를 선사한다. 믿고 보는 명작임은 이번에도 여실히 입증한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7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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