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악 아티스트들의 어벤젼스이자 국내 성악가들의 불꽃놀이”

마리아 칼라스 &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

공연일시: 416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페라 팬들중에서 세기의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를 알고 오페라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다. 엔리코 카루소보다 마리아 칼라스의 지명도가 높아왔던 까닭이다.

마리아 칼라스 탄생 100주년, 20세기 전설의 명가수 엔리코 카루소 탄생 150주년을 기리며 이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지난 416일 일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졌다.

코로나 시절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어서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은 올해만 해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밤베르크 심포니,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잘추부르크등 오케스트라 관현악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츠라프의 무대등 기악 부문의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늘고 있으나 성악부문은 아직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이 여전히 활발치 못한 것 같다.

이 와중에 국내 성악 아티스트들의 어벤젼스라고 할 만한 마리아 칼라스를 위하여 &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공연이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부부,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김건우와 바리톤 양준모등 국내 성악가들의 불꽃놀이라고 할 수 있을 무대가 새삼 관심을 모았다.

마리아 칼라스 &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에서 오페라 아리아의 갈라무대를 수놓고 있는 출연진들. (사진: 스톰프뮤직)
마리아 칼라스 &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에서 오페라 아리아의 갈라무대를 수놓고 있는 출연진들. (사진: 스톰프뮤직)

-“한국 최정상의 성악가들의 노래로 가득 채워진 귀호강 공연

사실 전반부 아리아곡들 중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향취가 많이 묻어났다. 왜 마리아 칼라스인가? 음악사적으로 칼라스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로시니, 빈첸초 벨리니, 도니체티로 대표되는 이른바 벨칸토(bel canto. 탐미주의) 오페라 레퍼토리를 20세기에 부활시킨 일이 될 것이다.

마리아 칼라스가 넓은 영역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음악적 자질과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 그리고 일 중독 수준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칼라스와 여러 번 함께 작업한 지휘자 안토니노 보토(1896~1985)"칼라스를 단순히 가수로 부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무대 위 그녀는 음악가이며 배우이며 무용수이며 음유시인이다. 한 마디로 칼라스는 완벽한 공연 예술가다"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하에서 무대 해설자의 귀뜸이 없었더라면 바리톤 양준모가 부르는 이날 몸 컨디숀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만큼 위 아래 검은 연주복을 입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도 위풍당당한 기세가 느껴지는 곡 <투우사의 노래>를 시발로 성악가들의 향연은 시작되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예요>는 사랑의 묘약을 얻기 위해 입대를 무릅쓸 정도로 헌신적인 젊은 농부 네모리노(테너 최원휘역)의 모습에 감동한 지주의 딸 아디나(소프라노 홍혜란역)가 부르는 로맨틱한 선율의 아리아.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회 부부의 합()이 초반부 무대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이 오늘의 무대가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예감케 했다.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는 카르멘보다는 훨씬 고요하고 정제된 음악이 특징으로 진주조개잡이는 아름다운 여사제 레일라를 사랑한 두 남자, 나디르(테너 김건우역)주르가(바리톤 양진모역)의 우정으로 다룬 작품으로 <신성한 사원에서><귀에 익은 그대 음성>은 사랑대신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는 이들의 모습이 드러나 가장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전반부에서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최원휘가 빛났던 무대는 오페라 <시칠리안 섬의 저녁기도>고맙습니다. 친애하는 벗들이여와 오페라 토스카중 별은 빛나건만의 열창으로 특히 카바로도시가 처형되기 직전 애인 토스카를 추억하며 부르는 푸치니의 <토스카><별은 빛나건만>은 가슴 뭉클한 비통함이 돋보였다.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최원휘는 1부의 마지막곡 오페라 <나비부인>울지 말아요, 나의 작은 여인에서 합을 또다시 맞춰 서선영은 사랑은 생명을 준다오를 읇조렸고 2부 초반부곡 오페라 <운명의 힘>신이여 평화를 주소서에서 소프라노 서선영은 깊은 나의 고통을 표현한 반면 테너 최원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중 클라인자흐의 노래를 열연했다.

이어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중 전주곡, 아 그대인가!, 그녀를 떠나서는 즐거움 내게 없네, 프로벤자 내고향, 내게는 천사같은 딸이 있다네가 하나의 섹션 비슷하게 릴레이 아리아들로 이어졌지만 특히 내게는 천사같은 딸이 있다네에서 제르몽역을 맡은 바리톤 양준모의 목을 사리는 듯한 감을 감출 수가 없어서 최고의 무대를 펼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베르디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에 전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부르는 것으로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마리아 칼라스와 엔리코 카루소 되새기게 할 좋은 게기

외국 성악가들의 내한공연이 뜸한 올해 지난 1월에 열린 비엔나 인 서울공연은 컨셉상 이번 마리아 칼라스와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와 비슷한 공연의 하나로 기억에 남는데 흡사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바리톤 김기훈의 20219월의 국내 기념무대의 축소판(縮小版)같은 또다른 인상을 내 개인적으로 받았었다.

15개월전 국내 기념무대에서처럼 씩씩히 무대에 들어선 바리톤 김기훈은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신사 숙녀 여러분과 레하르의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오 조국!’, 소프라노 박소영과 함께 부른 레하르의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입술은 침묵하고를 불러 여전히 뜨거운 감자의 바리톤임을 입증시킨 무대를 선보였다. 후반부에서도 바리톤 김기훈은 마스카니의 오페라 <가면들>저것은 하나의 길이다에서 마치 코믹 배우같은 타르탈리아의 독백을 연출해낸데 이어 가스탈돈의 금지된 음악을 불러 월드 라이징 스타다운 면모을 보였다고 보여진다.

서정적이면서도 힘있는 미성과 깨끗하고 명징한 고음으로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아우르는 테너 김민석도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오묘한 조화와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그대는 나의 모든 것’, 토스티의 새벽은 빛으로부터와 레온카발로의 아침의 노래를 불러 그런 힘있는 미성과 깨끗하고 명징한 고음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아우르는 면모로 마치 아이돌 스타를 맞는 듯한 관객의 열띤 박수를 받았다.

이번 마리아 칼라스와 엔리코 카루소를 위하여무대에 출연한 성악가들의 면면은 지난 323일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렸던 앙상블오푸스의 브람스에 출연했던 기악계의 명망있는 아티스트들, 바이올린의 송지원, 비올라의 김상진, 첼리스트 김민지와 피아니스트 문지영등의 기악계 스타들이 흡사 홍혜란, 서선영, 최원휘, 테너 김건우, 바리톤 양준모등의 성악 아티스트들로 대체돼 출연한 감을 주었는데 탄생 100주년을 맞는 마리아 칼라스와 탄생 150주년을 기리는 엔리코 카루소를 되새기게 하는 좋은 아리아 콘서트 갈라무대가 되어주었다고 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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