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5년 만에 '파우스트'로 연극 무대
"무대 에너지 잊을까 두려움도...배우, 관객 덕에 힘 얻어"
"악마보다 보험설계사로 접근...파우스트는 최고의 고객"
"할리우드 작품도 해보고파...연극도 계속 할 생각"

사진=배우 박해수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배우 박해수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까지.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지도를 확 끌어올린 배우 박해수. 그가 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파우스트'의 매력적인 악마, 메피스토를 통해서다.

"즐겁기도 하지만 긴장이 더 컸어요. 처음엔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배우들, 관객들 덕에 힘을 받았죠. 복귀라고 하긴 그렇지만, 다시 공연을 한 건 무대에 서 있는 에너지를 잊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에요. 물론 메피스토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언젠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컸죠. 양정웅 연출님 작품들도 좋아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파우스트'는 평생 학문에 정진한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영혼을 건 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약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박해수는 파우스트를 쾌락의 길로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 역을 맡았다. 그는 때론 장난기 가득하게, 때론 카리스마 넘치게 연기하며 메피스토를 그려냈다. 관객들 역시 그런 파우스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메피스토의 대사들이 편안하게 와닿았어요. 논리가 있고 가치관이 분명하죠. 지금 시대의 악마는 어떻게 사람들한테 접근할까 연출님과 얘기가 필요했어요. 그냥 람보르기니 끌고 '나는 악마야'라고 얘기하고, 탐욕의 씨앗을 뿌리면서 '원해?'라고 하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악마보다 최고의 보험설계사로 접근했죠. 주님이 아끼는 종이자 교만한 인물. 파우스트는 제게 최고의 고객이죠."

무대 위에서 현대판 악마 메피스토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고 있지만, 그 뒤엔 수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 박해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파우스트'의 말들을 끊임없이 공부했고, 최대한 원작에 담긴 해석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연출님이 작품을 축약하시면서 공부를 많이 하셨고 저도 피드백을 많이 받았죠. 이게 옛날 얘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욕망들, 그 끝을 달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선과 악이 불분명한 지금 시대에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원작이 비워둔 '왜?'는 관객들의 상상에 맞기고자 했어요. (메피스토에 대해서는) 원작 그대로의 관계성을 유지하려고 하되 '악마는 어디나 존재할 수 있었다'라는 걸 가져가려고 했고요."

다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연기력을 입증받은 박해수다. 또한 연극이 처음도 아니기에 적응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해수는 항상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연습실에 처음에 가서 느끼는 공기가 좋아요. 근데 아무도 없지는 않아요. 늘 연습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특히 (그레첸 역) 원진아 배우는 첫 연극임에도 그렇게 와서 놀고 있는 게 너무 멋져요. 어느 순간부터 지지 말아야지 하면서 일찍 가기도 했죠.(웃음) 또 공연 끝나면 늦은 시간이라 만나서 연습하기 어려우니까 일찍 가서 배우들끼리 얘기하고 뛰고 대사도 맞춰보고 하는 거죠."

이번 연극은 박해수와 함께 유인촌, 박은석, 원진아 등이 원캐스트로 참여한다. 다들 잘 알려진 배우들인 데다가 공연의 제목도, 주인공도 '파우스트'. 그러나 포스터에는 메피스토 역 박해수의 얼굴이 걸렸다. 그만큼 그의 인지도나 인기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는 방증. 박해수 역시 그런 부분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사진=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지금의 좋은 인지도를 선한 영향력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개인적으로는 문화가 보시는 분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준다고 생각해요. 작품들을 통해 작게나마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고요. 저도 그렇게 관객으로서 처음 공연을 시작했고, 살 수 있는 희망도 얻었으니까요."

'파우스트'는 선과 악, 용서와 구원 등 다양한 주제를 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 박해수가 가진 연기에 대한 욕망은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한 대목. 그는 할리우드를 비롯해 더 큰 무대,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얘기가 있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어요. 또 언어도 그렇고 제게 부족한 걸 키워보고 싶어요. 그걸 통해 무대에서도 여러 가지 교류할 수 있는 배우, 그런 영향력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서 하나의 더 큰 무대를 갖고 싶은 거죠. 물론 연극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조화롭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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