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려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돈다발 앞에선 괴물로 돌변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열한 살 소녀의 기발한 가난 탈출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사진=아르테, 밝은세상, 놀 제공
사진=아르테, 밝은세상, 놀 제공

[문화뉴스 백승혜 인턴기자] 좋은 콘텐츠는 독자와 관객들에게 국경을 넘어선 감동을 선사한다.

해외에서 입소문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첫 영화화를 시도한 장편소설 3편을 소개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 뮈소

사진=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포스터,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밝은세상 제공
사진=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포스터,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밝은세상 제공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스테디셀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2006년에 출간된 판타지 소설로, 타임슬립 로맨스가 만연하지 않던 시절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엘리엇‘이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으로 단 하루도 잊을 수 없었던 옛 연인 ’일리나‘를 구한다는 줄거리로, 기욤 뮈소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다. 여기에 딸 ‘앤지’와 절친한 친구 ‘매트’의 등장으로 삶의 굴곡들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관계와 실타래처럼 얽힌 만남 그리고 이별의 순간들을 풀어낸다.

열풍에 힘입어 2016년 국내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기욤 뮈소 장편의 한국 최초 영화화 작품이자 전세계 두 번째 영화화 작품이다. 기욤 뮈소가 이전부터 배우 김윤석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를 필두로 영화가 제작돼 개봉할 수 있었다. 원작의 잔잔하고 다사로운 분위기를 구현해내며 당시 ‘라라랜드’, ‘마스터’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100만 관객을 넘기는 호성적을 거뒀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쪽 머리카락은 길지만 뒤쪽 머리카락은 벗겨져있다. 기회는 한 번 놓쳐버린 순간 다시 손을 뻗어도 이내 그의 뒤통수에서 미끄러져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저마다의 카이로스를 붙잡기 위해 각자의 사랑과 인생을 걸고 낭만적인 모험에 뛰어드는 이들의 이야기로, 독자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저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사진=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아르테 제공
사진=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아르테 제공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2020년 개봉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각기 다른 불행에 놓인 주인공들이 거액의 돈다발이 든 가방을 손에 넣기 위해 온갖 반인류적인 행위를 불사하며 벌이는 추리극으로, 영화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비선형적 전개를 깔끔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객 62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결을 가르쳐줄게. 절대 남을 신용하지 말 것.”

책을 관통하는 대표 구절에 걸맞게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욕망에 눈이 멀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도덕성을 등한시한 이들의 밑바닥을 묘사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각오로 덤벼들었지만, 말미에는 재만 남아버린 채 사라진 투구의 흔적을 생생히 목격할 독자들은 손에 땀을 쥐기도,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할 것이다.  

저자 소네 케이스케는 보다 현실감 있는 인물들을 구상하기 위해 와세다 대학을 중퇴하고 만화 카페 점장, 사우나 종업원 등 일명 프리터로 지낸 경험을 소설에 녹여냈다. 이러한 배경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는 목욕탕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장과 정의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악덕 형사, 가정 폭력과 빚에 시달리는 가정주부 등 사회의 사각지대 어딘가에 살아갈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생생한 인물들과 쫓고 쫓기는 관계 속 풀리지 않던 퍼즐이 모두 맞춰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추천하는 바이다. 나른한 일상 속 일탈의 충동을 선사하며 독자들을 상상의 저편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사진=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놀 제공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너한테도 신조가 있냐?”

아빠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 내몰린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부잣집 개를 납치한다는 소녀 조지나의 발칙한 유괴담,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최고의 성장소설 작가’로 명성 난 바바라 오코너가 2007년 발표했다. 성장소설에 걸맞은 유쾌한 스토리와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대사들, 그리고 심도 있는 주제관으로 호평을 받으며 2007~2008년 미국 내 14개 문학상을 휩쓸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거주지에서 쫓겨 난 가난의 풍파는 11살 소녀 조지나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부모의 위기가 고스란히 아이에게도 전이된 현실 속에서, 조지나는 나름의 묘안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지만 끝내 다다른 결론은 범죄였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엄마와 무키, 그리고 노부인 등 좋은 어른들의 올바른 가르침 가운데 용기를 내 스스로의 잘못을 실토하고 반성한다. 소설 말미에는 힘든 역경 중에도 함께이기에 새로운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아름다운 가족애가 드러난다.

그러나 2014년 개봉한 동명의 한국 영화는 당시 ‘국제시장’, ‘호빗: 다섯 개의 전투’ 등 거대 자본이 투입된 신작들에 밀려 조조 혹은 심야 시간대에만 편성되다, 결국 최종 관객 30만 명으로 쓸쓸히 퇴장했다.

다수의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웰메이드 영화가 상영관 부족으로 흥행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가수 타블로, 배우 김수미와 진구 등이 ‘대관 릴레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배급사 리틀빅피쳐스 대표 엄용훈이 흥행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을 발표했고,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한국영화계의 아픈 손가락에 등극했다.  

비록 영화화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원작의 울림은 영원하다. 그러니 올봄,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읽으며 가족의 소중함과 정직함의 무게,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올곧은 마음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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