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국가지정문화재(보물) 등재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2017년 기적적으로 발견
라이엇게임즈 기부 통해 고국 품으로 돌아와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한 완전 환수·문화재 지정 사례 됐다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이미지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이미지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조혁진)의 지원을 통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2018년 환수공개회 당시 유물 공개명: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이 문화재청의 최종 회의를 거쳐 20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재의 보물 신규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예고대로 이루어진 이번 보물 지정에는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근묵, 아미타여래구존도, 순천 동화사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까지 총 4건의 문화재가 포함됐다.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이하 신정왕후 죽책)'은 이중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총 637점)에 포함되어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신정왕후 죽책은 신정왕후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에 제작된 것으로, 조선왕실의 전형적인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으며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신정왕후 죽책은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던 도서 중 하나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의 외규장각 약탈 이후 사라졌으며, 이후 조사에서 조선 왕실 장부인 '형지안'에 소장 사실이 기록되어 있으나 프랑스군 약탈 목록에도, 추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다 발견된 외규장각 도서 중에도 없어 불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6월, 신정왕후 죽책이 프랑스 파리의 한 고미술 시장에 경매로 올라온 것이 발견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정왕후 죽책은 지난 1930년 파리 골동품상에서 한 보석상에게 팔려나갔으며, 이를 물려받은 보석상의 손자가 경매에 내놓으며 세상에 나오게 됐다. 당시 경매에서 매겨진 값은 고작 1,500유로로, 우리 돈 200만 원도 안 되는 헐값이었다.

신정왕후 죽책이 소실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생김새가 화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프랑스군이 조선 왕실 의궤만을 챙기고 나머지를 불태운 것은, 관련 지식이 없었던 프랑스 수병들이 '글씨만 있고 화려하지 않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당시 외규장각에 보관됐던 의궤는 어람용(왕이 보는 용도)으로, 정교한 그림에 화려한 채색까지 더해진 것이었다.

신정왕후 죽책은 그 죽책에 글씨를 새긴 뒤, 글씨마다 금니(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를 덧입혀 만들어졌다. 외규장각 약탈 도중 글씨가 전부 금으로 쓰인 죽책을 발견한 병사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병사가 이를 빼돌린 덕에 불태워지지 않고 살아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문화재청 산하 단체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외 경매 물품 모니터링 도중 신정왕후 죽책을 발견하고 해당 물품이 올라온 경매사인 '타장'에 경매 중지를 요청했으며, 관련 전문가와 실무진을 급파해 소장자와 협상을 벌였다.

이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관련 기관의 노력과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및 각종 지원이 더해져 신정왕후 죽책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전액 기부한 매입비는 19만 유로, 우리 돈 2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외규장각 문서 중 우리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신정왕후 죽책이 유일하다. 외규장각 약탈 당시 소실되지 않고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297권의 도서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있으나,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지는 않다. 5년마다 자동 갱신되는, 사실상의 영구대여 형식 자체가 프랑스는 물론이고 2차대전 열강 전체를 통틀어 이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소유권은 프랑스에 있다. 프랑스의 문화재 관리법이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문화유산의 해외 증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사진 =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 라이엇게임즈 제공 /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보물 지정됐다… "외규장각 문서 중 유일"

하지만 이번 신정왕후 죽책은 그 경우가 다르다. 프랑스인 개인과의 협상과 프랑스와 EU 당국의 승인을 거친 '구입'으로, 그 소유권이 온전히 우리에게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환이 성사된 지난 2018년 이후부터 외규장각 자료 중 유일한 대한민국 소유의 지정 문화재가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가 이번 보물 지정을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사회환원사업 총괄은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의 보물 지정은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해 주시는 플레이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아직 민간 기업의 도움이 필요한 국외소재문화재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참가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 라이엇게임즈 제공
사진=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참가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 라이엇게임즈 제공

'게임은 문화다'라는 핵심 가치를 골자로 지난 2012년부터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프로젝트를 펼쳐온 라이언게임즈는,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석가삼존도(2014),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2018), 척암선생문집 책판(2019),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 중화궁인(2019), 보록(2022) 등 총 6점의 국외소재문화재 환수에 기여해왔다. 또 '서울 문묘와 성균관' 문화재 안내판 개선과 3D 디지털 원형 기록 지원, '이상의 집' 보수 정비 등 문화유적지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플레이어 대상 역사 교육 프로그램인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등 역사 교육도 이어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맺고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유산국민신탁 등의 관계 기관 및 협업 기관들과 함께 연 단위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설정하고, 매년 수억 원에 이르는 기부를 통해 그 실행을 돕고 있다. 지금껏 라이엇 게임즈가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한 지원금은 76억 7천만 원으로, 문화재청과의 민관협력 사례 중 최고 금액에 해당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