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가족 집에 초대받은 후 벌어진 일 '겟 아웃'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 우리와 똑같은 존재들 '어스'
말 목장의 하늘에 나타난 수상한 비행 물체 '놉'

사진=영화 '겟 아웃', '어스', '놉' 포스터
사진=영화 '겟 아웃', '어스', '놉' 포스터

[문화뉴스 임효정 기자] 조던 필 감독은 영화 '겟 아웃'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미디쇼 '키 앤 필'에 출연하며 크게 사랑받은 코미디언 출신의 조던 필이 감독을 맡은 첫 작품 '겟 아웃'은 훌륭한 완성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제작한 '어스'와 '놉'도 개봉하는 즉시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으며 조던 필 감독은 어느새 공포영화계의 대표적 거장이자 기대주로 우뚝 섰다.

조던 필 감독의 공포영화는 주로 메타포를 사용해 일련의 사회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는 조던 필 감독의 공포영화 '겟 아웃', '어스', '놉'을 소개한다.

겟 아웃 (Get Out, 2017)

사진=영화 '겟 아웃' 스틸컷
사진=영화 '겟 아웃' 스틸컷

영화 '겟 아웃'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스펜스(suspense)를 연출한다. 서스펜스는 불안감, 긴박감 또는 그러한 심리 상태를 전개하는 작품을 뜻한다. 스릴러나 공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다.

'겟 아웃'의 주인공 크리스 워싱턴은 백인 여자친구 로즈 아미티지의 집에 초대받아 차를 타고 가던 와중,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사슴 한 마리를 쳐서 죽게 만든다. 이때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가 로즈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에게만 신분증을 요구한다. 이에 로즈는 인종차별이라며 경찰에 항의한다.

우여곡절 끝에 로즈의 집에 도착한 크리스는 로즈 가족의 환대를 받는다. 하지만 집안에 있는 흑인 사용인들을 보고 크리스는 의아함을 느낀다. 로즈의 가족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고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하지만 그들의 집안에는 여전히 찝찝함이 맴돌며, 사용인들의 말투와 행동은 어딘가 어색하기까지 하다.

모두가 잠든 시간, 크리스는 로즈의 엄마 미시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최면 치료사인 미시는 찻잔을 숟가락으로 휘젓는 소리로 크리스를 최면술에 들게 하는데, 이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크리스의 속마음이 나타난다.

사진=영화 '겟 아웃' 스틸컷
사진=영화 '겟 아웃' 스틸컷

이후 아미티지 저택의 정기 행사인 파티가 개최되고, 크리스도 여기에 참석한다. 파티 방문객들은 모두 백인이었는데, 이들은 크리스를 향해 인종과 관련된 불쾌한 덕담을 건넨다. 이에 별말 없이 넘어간 크리스는 파티 곳곳을 돌아다니다 유일한 흑인 로건 킹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로건도 아미티지 집안의 사용인들처럼 뭔가 어색한 모습을 하고 있다.

크리스는 저택에 머무는 내내 자신의 친구 로드에게 연락해 상황을 보고했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로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를 몰래 찍던 와중 플래시가 터진다. 플래시를 본 로건은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며 크리스에게 "Get out!"이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그런데 그의 외침은 단순히 카메라 플래시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따로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것일까.

앞서 펼쳐진 내용에서 로드킬을 당한 사슴과 경찰, 무언가 어색한 흑인 사용인, 로즈 어머니의 최면술, 백인들만 참석하는 파티, 그리고 로건의 울부짖음까지 모든 요소가 영화의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영화 속에 숨겨진 복선들을 찾아내는 것도 일종의 관전 포인트다.

간단한 줄거리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서스펜스 연출을 통해 보는 이에게 강렬하게 각인된다. 영화 '겟 아웃'을 감상하며 그 속에 담긴 본질을 파헤쳐 보자.

어스 (Us, 2019)

사진=영화 '어스' 스틸컷
사진=영화 '어스' 스틸컷

영화 '어스'는 어느 날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도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들이 눈앞에 나타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어스'의 도입부는 생일을 기념해 산타크루즈 해변 유원지에 가게 된 어린 소녀 애들레이드가 부모님이 한눈을 판 사이 놀이시설의 거울 미로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애들레이드는 거울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아이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이후 철창에 갇힌 똑같은 모습의 토끼들과 함께 소름 끼치는 배경음악이 깔리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아이, 그리고 철창 속의 똑같은 모습의 토끼들은 과연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는 현재 시점으로 바뀌어 애들레이드는 이제 결혼을 한 아내이자, 딸과 아들을 둔 엄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휴가를 맞아 산타크루즈로 떠나는데, 애들레이드는 사건 이후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에 해변 근처에 가는 것을 꺼렸지만 아들 제이슨을 위해 마음을 바꾼다.

이들은 지인인 타일러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휴양을 즐기지만, 사실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는 타일러 가족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던 와중 혼자 화장실에 간 제이슨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사진=영화 '어스' 스틸컷
사진=영화 '어스' 스틸컷

숙소로 돌아온 애들레이드는 제이슨이 그린 그림을 발견하고 경악하게 된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거울 미로에서 겪은 사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불길함을 느낀 애들레이드는 자신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남편에게 털어놓은 후,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지만 남편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붉은 옷을 입은 사람 4명이 숙소 앞에 서있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이윽고 숙소에 침입해 가족을 완전히 제압한 이들은 놀랍게도 애들레이드 가족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존재들이었다.

그중 애들레이드와 똑같이 생긴 여자는 갈라진 목소리로 자신들은 이제까지 지하에서 사는 그림자였으며 지금까지 이들이 지상에서 살면서 당연히 누려왔던 것을 비참한 지하 생활과 연결시켜 언급한다. 이후, 이들은 각자 똑같이 생긴 가족을 향해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간다.

'어스'도 전작 '겟 아웃'처럼 영화 속에 복선이 많이 숨겨져있다. 영화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문구와 장치들을 유심히 봐두는 것도 조던 필 감독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지하 속에서 생활하며 살아온, 나와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이 나의 삶을 빼앗으려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일어날법한 도시괴담 같은 상황이 오싹함을 유발한다. 과연 감독이 지하 속의 복제인간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영화 '어스'를 감상하며 생각해 보자.

놉 (NOPE, 2022)

사진=영화 '놉' 스틸컷
사진=영화 '놉' 스틸컷

영화 '놉'은 SF와 서부극, 공포 장르가 섞인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UFO로 잘 알려진 미확인 공중 현상이 그 중심 소재다.

'놉'의 주인공 OJ는 아버지와 함께 할리우드 인근에서 말 목장을 운영한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말을 관리해 영화, 광고 등의 촬영장에 조달했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와중, OJ는 어느 날 하늘에서 무언가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에 말에 타고 있던 아버지가 떨어진 동전에 맞아 쓰러지고,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끝내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6개월, 여전히 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OJ는 광고 현장에 투입된 말 '럭키'를 통제하지 못해 쫓겨나게 되고 촬영은 말 모형에 CG를 입히는 것으로 대체된다. 목장으로 돌아가던 길, OJ는 럭키를 비롯한 말 10마리를 새로 개장한 테마파크에 판다.

그러던 어느 밤, 말 '고스트'가 이유도 없이 밖에 나가고 모든 전자기기가 꺼진다. 그리고 구름 뒤에서 원반 형태의 비행 물체가 나타난다. 여동생 에메랄드는 OJ에게 이것을 촬영해 방송국에 제보하고 유명세를 얻어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사진=영화 '놉' 스틸컷
사진=영화 '놉' 스틸컷

남매는 목장에 cctv를 설치하는데, 이때 카메라를 설치한 점원 엔젤도 비행 물체에 관심을 보여 함께 UFO 포착을 위해 준비하게 된다.

목장 근처의 테마파크 운영자 주프도 6개월 전부터 하늘에서 UFO를 목격했다. 이를 자신의 공연에 접목해 화제를 모으려 한 주프는 목장에서 구매한 말들을 바치며 이를 길들였다고 착각한다.

주프는 말 럭키를 이용한 쇼를 펼치는데, 예상과 달리 제물로 주려던 럭키가 상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UFO를 쳐다보던 관객들과 주프네 일가는 그대로 먹잇감이 된다.

비행 물체를 쳐다보면 잡아먹히게 된다는 주제를 암시하듯이, '놉'의 포스터도 하늘 위를 올려다보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렇다면 과연 식인 UFO를 영상으로 담아내려는 남매의 사투는 과연 어떻게 끝맺어질까.

사실 영화 '놉'은 전작에 비해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시선,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 또 다른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사람들의 비극을 담은 듯한 영화의 줄거리는 마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조던 필 감독은 인종차별,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영화 속에 풀어내고 있다.

본래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영화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과 타인의 시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묘미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감상 후에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풍부한 메타포로 관객에 따라 다양하고 흥미로운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싹함을 주는 것을 넘어 해석의 다양한 방향성을 열고 그 깊이를 더한 조던 필 감독의 공포영화 '겟 아웃', '어스', '놉'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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