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자칭하며 유명세와 인기 누렸던 유리 겔러
트릭 간파당하며 '초능력' 아닌 '마술 트릭' 인정해
초능력자에서 마술사로 돌아와… 마술계와도 화해해

사진 = 2008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글로벌 방송 콘텐츠 마켓 행사에 참석한 유리 겔러 / EPA=연합뉴스
사진 = 2008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글로벌 방송 콘텐츠 마켓 행사에 참석한 유리 겔러 / EPA=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전 세계적 유명세를 구가했던 마술사 유리 겔러(76)가 50년 만에 기성 마술계와의 악연을 풀어냈다.

뉴욕 타임스(NYT)는 기성 마술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온 유리 겔러가 마침내 독창적 마술 엔터테이너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유리 겔러는 '초능력자'를 자처하며 유명세를 얻었던 마술사다. 5살 때 처음 숟가락을 구부렸다는 그는 성인이 된 뒤 이스라엘 내 극장 등에서 공연을 하다가 1971년 미국으로 갔고, 1973년 BBC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숟가락을 구부리는 마술과 시계를 멈추는 마술로 잘 알려져있었던 그는 1980년대 방한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얻었다. 유리 겔러의 방한은 이후 우리나라에서 '초능력 붐'을 일으켰는데, 초능력을 발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사로 보도될 정도였다. 당시 유리 겔러를 따라해보려던 사람들로 인해 시계와 숟가락이 남아나질 않았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마술계에서는 그를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초능력 붐이 일면서 초능력자를 빙자해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사기꾼들이 창궐했던 20세기 말, 기성 마술계에 있어 유리 겔러는 사기꾼들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성은 날로 더해갔다. 심지어 평상복을 입고 무대에 서고, 분위기 탓을 하며 간혹 숟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등 모습은 오히려 겔러를 진짜 초능력자로 보이게 했고, 이는 각종 영화와 게임 등에서 그를 모티브로 삼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이처럼 '초능력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엄청난 유명세를 누리며 돈을 긁어모았던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의 손에 '사냥'당하며 그 유명세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당시 제임스 랜디는 숟가락 마술로 대표되는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트릭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이에 유리 겔러는 제임스 랜디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까지 걸었지만, 법정에서 단 한 차례도 초능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위자료를 지불해야 했다. 소송에서 패하자 유리 겔러는 "자신이 초능력이라고 말했던 것이 모두 '마술 트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 당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남아있는 명성을 이용해 다시 마술사가 되었으며, '초능력자'라는 타이틀에 대한 집착을 버린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성 마술계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Gellerism Revealed : the Psychology and Methodology Behind the Geller Effect'라는 제목의 책까지 써 가며 유리 겔러를 비판했던 호주의 마술사 벤 해리스는, 지난 5월에는 'Bend It Like Geller'라는 제목의 책을 쓰며 유리 겔러를 "훌륭하고 매우 독창적인 마술 엔터테이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시 마술사의 삶으로 돌아간 유리 겔러는 2015년 영국을 떠나 모국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올드 자파 지역에 자신의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을 지었다.

이제 자신을 '초능력자'가 아닌 '현혹자(mystifier)'로 칭하고 있는 그는 젊은 마술사들과도 교류하고, 박물관 앞에 놓인 16m 크기의 구부려진 숟가락 모양 조형물을 살펴보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러한 족적과 비슷한 것을 남긴 마술사는 한 줌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그와 가장 크게 대립했던 제임스 랜디로부터는 끝까지 인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제임스 랜디가 지난 2015년 별세하기 전,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재를 유리 겔러의 눈에 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리 겔러는 현재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에서 소박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최근 NYT와 한 인터뷰에서는 "난 비행기를 놓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번 본 것 외에는 매직쇼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한 마술대회에서 자신이 선보인 손안의 씨앗이 자라나는 마술이 평범하다는 지적을 받자 "내가 73살의 나이로 이게 속임수였다고 말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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