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가 유일한 대응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가는 

한 공동체의 중요한 질문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생일기부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인종차별, 나아가 다양성에 관한 문제는 특히 한국이 잘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머지않아 노동인구가 부족해진다는 의미이고, 다양한 출신성분을 가진 이들을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폭넓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용성(Tolerance)이 재능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재능있는 사람들(Talent)이 모인 곳에서 기술 혁신(Technology)이 일어난다는 3T 이론이 있다**. 연구자는 1990년대 미국의 도시를 표본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동성애자 거주 비율 상위 10대 도시와 첨단산업 10대 도시 중 같은 도시가 6개라는 결과를 얻었다. 둘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는 도시의 높은 포용력은 재능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고, 이것이 곧 기술혁신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었다. 포용력과 혁신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는 없다. 혁신을 원해서 그 대가로만 포용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가는 한 공동체의 중요한 질문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일에서 길을 걷다 보면 금색의 보도블럭을 볼 수 있다. 유대인 학살 희생자의 거주지 앞에 성함과 사망지역을 새겨놓은 보도블록이다. 독일 예술가 귄터 뎀니히(Gunter Demnig)의 걸림돌(Stolpersteine) 프로젝트다. 여기서 걸림돌이라는 단어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인종차별의 역사가 걸림돌처럼 일상에서 수시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손흥민도 인종차별 경험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인종차별도 많이 당하고 힘든 상황을 겪었다”라며 "독일에서 엄청 힘든 생활을 보내면서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꼭 갚아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인종차별은 유명 축구선수도 오랜 기간 잊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기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시가 유일한 대응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인종차별 범죄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으니 직접 대응을 피하고,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사관 공지를 읽었다. 차별 없는 사회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단어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는 더 구체적인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의 조직적인 지원과 지지가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2023년 생일기부의 주제를 반인종차별로 정한 이유다.

 

참고

*BBC, 인구: '저출산·고령화 위기 심각'... 한중일 3국 그리고 다른 나라의 대응책은? (2023년 1월 24일)

**Merkel, Janet. (2017). Richard Florida: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 10.1007/978-3-658-10438-2_5. 

***중앙일보, "인종차별 복수해줬다"…손흥민이 꼽은 인생 최고의 경기는 (2022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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