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철학적 논쟁...대화의 힘 가득한 작품
만 86세 신구, 프로이트 역 열연
9월 10일까지 대학로 TOM 1관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배우와 그가 연기하는 인물의 상황이 유사하다면 어떨까. 자연스레 감정적 몰입도가 배가될 터. 그래서인지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막바지 연기 혼을 불태우고 있는 '대배우' 신구의 모습에서 뭉클함이 느껴진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초연 이후 2022년 재연을 거쳐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갖가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프로이트와 루이스 두 인물의 대화가 극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의미를 떠나 그들이 나누는 '대화'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 특히 곳곳에 심어진 유머와 어우러지며 더욱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유신론자 루이스와 무신론자 프로이트. 둘은 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선과 악, 이성과 본능, 삶과 죽음 등 인간에 대한 토론으로 번진다.

그들의 논쟁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답 없는' 논쟁이다. 그럼에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깨어있기 위해서. 세상과 인간 존재에 의문을 갖고 사고하며 살아가야 더 나은 삶이 펼쳐지지 않겠나. 

더불어 경청과 인정, 이해가 담긴 솔직한 대화는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고집쟁이처럼 보이던 프로이트가 루이스와 대화 이후 음악의 볼륨을 높이게 되는 것처럼. 말에 깃든 변화의 힘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관객이라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에 더욱 몰입해서 볼 수도 있다.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토론을 펼치고 싶은 욕구가 일기도 한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다는 방증.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역시 배우들의 몫이다. 이번 세 번째 시즌은 프로이트 역 신구, 남명렬, 루이스 역 이상윤, 카이가 캐스팅됐다. 

초연부터 참여해 온 신구는 더욱 완벽히 프로이트에 녹아든 느낌이다. 1936년생 만 86세인 그는 지난해 급성 심부전으로 심장에 박동기를 넣는 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연인으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 누구도 예측할 순 없지만,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힘을 남겨 놓고 죽을 바에는 여기에 다 쏟아붓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하며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 파크컴퍼니 제공

프로이트의 상황과 닮아 있어 그런지 그의 연기가 더욱 진심으로 와닿는다. 나이도 나이고, 속사포로 쏟아내야 하는 대사도 많다 보니 간간이 말을 더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그마저도 리얼함으로 다가오게 하는 내공이 있으니. 치열한 무대가 끝나고 관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노배우의 모습은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겨준다.

상대 역으로 나선 카이는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실제로도 유신론자인 그의 말에는 설득의 힘이 담겨있다. 확신과 의문, 혼란을 오가며 펼쳐내는 연기가 탁월하다. 다만 연극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는 뮤지컬 톤의 대사나 제스처 등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편 '라스트 세션'은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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