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서사, 액션, 유머...오락영화 재미 요소 고루 갖춰
장도리 역 박정민, 고옥분 역 고민시 연기 변신 눈길
류승완 감독,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7월 26일 개봉

사진=영화 '밀수' 스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그냥 '재밌다'. 시원한 웃음과 통쾌한 카타르시스까지 갖춘 영화 '밀수'다. 올여름, 충분히 천만 관객 달성을 노려볼 만하다.

'밀수'는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펼쳐지며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 감독의 영화답게 액션, 캐릭터, 음악까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가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재미 요소의 기반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완성한 개성 강한 캐릭터.

먹고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 역 김혜수, 해녀들의 리더인 진숙 역 염정아,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 해녀들을 보필하다 야망을 갖게 되는 막내 장도리 역 박정민, 해녀들과 밀수꾼들을 오가며 정보통이 되는 다방 마담 고옥분 역 고민시, 세관 계장 이장춘 역 김종수 등이 출연한다.

사진=영화 '밀수' 스틸

물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다 보니 그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매력은 극대화됐다. 특히 대선배들 사이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박정민과 고민시의 연기가 돋보인다. 

박정민은 철없이 어리바리한 막내에서 비열한 양아치까지 자유자재로 오간다. 서사의 핵심을 담당함과 동시에 웃음 지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가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박정민을 택할 것.

이에 못지 않게 고민시 역시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섰다. '마녀', '스위트홈' 등에서도 꽤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았었지만 '밀수' 속 옥분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진하게 그린 갈매기 눈썹으로 시선을 확 끌어당긴 그는 백치미부터 약간의 '똘끼', 여기에 으리으리한 의리까지 갖춰 독보적인 매력을 뽐낸다.

사진=영화 '밀수' 스틸

류 감독 영화답게 액션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지상에서는 조인성이 이를 담당한다. '올드보이' 최민식의 장도리 액션, '신세계' 황정민의 엘리베이터 액션에 버금가는 일대다 밀집 액션을 선보인다. 예상보다 그의 전체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다.

수중에서는 해녀들의 콤비플레이 액션이 펼쳐진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 감독은 "영화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수중에서 펼쳐지는 액션을 구현해 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수평 움직임이 아닌 상하좌우, 수직 움직임까지 할 수 있는 건 물속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녀 간의 신체적 힘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수중액션의 장점이었다. 그의 의도대로 물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신선한 움직임과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새로운 볼거리이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순간이다.

사진=영화 '밀수' 스틸

김혜수와 염정아는 '워맨스'(Women+Romance)로 영화의 기둥을 잡는다. 두 사람이 연기한 춘자와 진숙은 자매와도 같은 친구 사이. 그러나 모종의 일들로 관계가 틀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을 축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욕심에 대해, 믿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춘자와 진숙, 해녀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영화다. 여성서사로 분류될 수도 있다. 페미니즘을 떠올리며 거부감이 생기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밀수'는 분명히 오락영화다.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전혀 그 과정이 억지스럽다거나 강압적이지 않다. 여성이기 이전에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해녀라는 직업에 집중했기에, 그들의 고충도 활약도 설득력이 충분하다. 

사진=영화 '밀수' 스틸

배우들의 활약에 더불어 1970년대를 재현한 배경과 의상, 음악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공헌한다.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최헌의 '앵두',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은 당대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추억을, 요즘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물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속고 속이는 판이 커지다 만 느낌이 든다는 것. 케이퍼무비로서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치밀한 작전 구성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싱겁다. 그러나 이를 상쇄하는 압도적인 캐릭터와 액션이 있으니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한편 '밀수'는 오는 7월 26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2시간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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