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테베랜드' 한국 초연 맡은 신유청 연출
"보석 발견한 느낌...어린아이 마음으로 보려 했죠"
"만남에 대한 이야기...다양한 해석 늘어 좋아요"
9월 2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어렵고 복잡하지만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을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테베랜드'는 아버지를 죽이고 수감된 청년 마르틴,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극을 준비하는 극작가 S, 그리고 마르틴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페데리코에 관한 이야기다. 2013년 우루과이 출신의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에 의해 탄생, 초연됐다. 이후 전 세계 16개국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6월 28일부터 한국 초연을 진행 중이다. 연극 '그을린 사랑',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을 선보이며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상을 수상했던 신유청 연출이 지휘하고 있다.

작품은 두 배우가 연기하는 세 인물이 나누는 대화가 사실상 전부다. 관객은 대화 속에 숨은 질문을 통해 다양한 감정적 공유와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참 신기하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난해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관객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사진=연극 '테베랜드'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테베랜드'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신 연출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반응도 관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뭐지?' 하는 호기심이 첫 번째였다"라며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처음 대본을 건네주던 이의 떨림도 생생하다고.

호기심을 안고 재차 대본을 읽었을 때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하게 느꼈다. 그는 "연출자임을 내려놓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봐야겠다 싶었다. 그랬더니 더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각종 편견이 작동되는 게 어른의 시선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바라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습 과정에서부터 비우고 내려놓는 것에 집중했다. 뭔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할수록 더욱 복잡해지는 어려움도 느꼈다.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모습대로, 직접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신 연출은 "'테베랜드' 앞에서는 모두가 어리석다는 걸 인지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없고 배우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표현한다. 서로 맞출 것들이 별로 없었고, 최소한의 약속만 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그렇기에 여타 작품들보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 배우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그것이 '테베랜드'의 또 다른 재미. 배우들 역시 즐기고 있는 과정이라고 한다. 신 연출은 "배우들 페어가 계속 섞이다 보니 더 알 수 없이 변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훨씬 잘 자랐으면 좋겠다. 공연 막바지에 갔을 때 더 많이 성장해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극 중 대화의 주제는 철학, 신화, 문학, 음악, 스포츠 등 폭넓게 오간다. 일상적인 듯 보이는 대화와 행위, 소품에는 여러 의미와 상징이 숨어있기도 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상세한 해석을 듣고 싶을 법도 하지만, 신 연출은 "내 대답이 관객들 해석의 다양성을 제한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만남'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 칠판에 크게 쓴 글자가 '만남'이었어요. 두 인간 사이 이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작품에 있죠.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고, 결국 만남이 멀어졌을 때 어려워지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작가인 세르지오와도 만났었는데 똑같이 말하더라고요."

사진=연극 '테베랜드'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테베랜드'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둘 사이에 오가며 발생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랑이죠.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서로 주고받으며 구별이 없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이야기해요. 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인들은 자기중심적이 돼가는 것 같아요. 그런 사고를 전환하는 것도 이 작품 준비의 일환이었죠."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덧붙였다. 마르틴은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에 없는 존재지만 명확히 있는 것. 세상에 분명히 있다는 신념이 있지만 만나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존속살해는 결국 자신의 뿌리를 끊어낸 거다. 이로 인해 집단에서 추방당하는 단절된 존재가 된다. 완벽히 소외된 존재"라고 말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S에 대해서는 "연출가는 세상과 연결되는 매개로 존재하고 극작가는 시간을 초월해 연결되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결과 단절이라는 대칭된 존재들의 만남. 처음엔 그렇게 다가갔던 것 같다"고 두 인물 사이 관계를 설명했다. 

'테베랜드'를 본 관객들로부터 나오는 반응은 '어렵지만 재밌다'가 주를 이룬다. 혹시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는지 묻자 신 연출은 "어려운 게 맞는 거다. 어려움을 경험해야 할 것 같다. 그 어려움이 즐거워지는 게 맞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또한 "작품 준비하면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궁금했다"는 그는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 다양한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좋다"고 반겼다.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사진=연극 '테베랜드' 신유청 연출 / 문화뉴스 DB

"테베랜드라고 하는 땅, 테베라는 고대 도시의 시간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들이 있는데,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인 것 같아요. 우리가 볼 때 작은 섬들이 떨어져 있어도 깊숙이 내려가 보면 하나의 땅으로 연결돼 있잖아요. 그런 연대가 느껴지죠. 그것이 곧 마르틴을 향해 갈 수 있는 힘이고요."

'테베랜드'는 개막 후 꾸준히 연극 부문 예매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신 연출은 연출가로서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니 성공적인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제작사, 창작진, 배우, 관객까지 모든 것이 균형을 이뤘다"고 돌아본 그는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사유할 수 있는 적합한 것이 나왔다는 것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너무 보람차고, 배부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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