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스타' 김주택의 유령, 풍부한 성량 속 두 가지 목소리 탁월
크리스틴 역 송은혜, 풍부한 감정 연기 돋보여
라울 역 황건하, 김주택-송은혜와 뛰어난 조화
11월 17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연일 매진에 가까운 흥행으로 서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탁월한 캐스팅 완성도가 한몫을 차지한 듯 보인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세계적 히트 뮤지컬이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오페라하우스에 숨어 사는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을 그린다. 

이번 한국어 공연은 2009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지난 3월부터 6월 부산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7월 21일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유령 역에 조승우, 전동석, 최재림 김주택, 크리스틴 역 손지수, 송은혜, 라울 역 송원근, 황건하 등이 출연한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장기간 공연하는 데다 유령 역은 무려 4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는 쿼드러플 캐스팅. 여러 배우들의 조합으로 'N차' 관람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워낙 유명하고, 완성도도 입증된 작품이니 작품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배우들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오페라 스타 김주택은 첫 뮤지컬이다. 첫 작품에서 본인과 딱 맞는 역할을 맡게 됐다.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성악적인 발성을 요하는 넘버들로 구성돼 있다. 김주택에게는 더없이 제격. 

엄청난 성량을 바탕으로 한 힘 있는 목소리가 유령의 위압감을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또한 크리스틴에 대한사랑과 슬픔을 노래할 때는 절절함이 묻어나온다. 마치 두 가지 목소리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는 듯하다. 극 중 유령을 가리키는 '음악의 천사'라는 타이틀을 그에게 붙여도 손색없을 정도.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유령 역 다른 배우들보다 뮤지컬 무대 경험이 적기에 연기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아쉬움이 없지는 않을 것. 그러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유령의 고뇌와 분노, 아픔 등을 그려내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송은혜는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연기력이 특히 돋보인다. '오페라의 유령' 대사는 문어체의 느낌이 강하다. 배우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소화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부분. 그러나 송은혜는 대사의 끝처리가 자연스러워 보고 듣기에 편안하다.

무엇보다 풍부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진다. 특히 마지막 유령에게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는 장면이 압권. 그 순간 크리스틴의 감정에 대해서는 보는 이들마다 해석을 다르게 가져간다. 그러나 무대에서의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든 그 감정의 크기가 크게 와닿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황건하도 라울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크리스틴과 유령 사이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크리스틴에게는 부드러움으로, 유령에게는 강인함으로 맞선다. 

기존의 해외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라울의 목소리는 강인함보다는 부드러움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황건하의 굵직한 목소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유령과 톤이 겹친다고 본다면 아쉬울 수도. 

그럼에도 김주택, 송은혜와의 목소리 합이 좋은 편이다. 유령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디테일에서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때문에 유령과 강대강으로 맞서는 부분에서는 묘한 쾌감이 전해진다. 크리스틴과의 듀엣에서도 목소리 톤의 대비가 크다 보니 감정적 전달이 한층 풍성한 느낌. 어떻든 간에, 세 배우 모두 탁월한 노래 실력을 갖췄으니 150분간 제대로 귀호강하고 돌아갈 수 있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11월 1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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