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
해병대 사령관 "사전에 이첩 지시 있었다"
이종섭 장관 "국방부 조사 믿고 맡겨달라"

사진='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해병 수사단장, 국방부 조사 거부 / 연합뉴스
사진='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해병 수사단장, 국방부 조사 거부 / 연합뉴스

[문화뉴스 안성재 기자]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며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된 11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1일 오전 9시 43분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한 통화에서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통화는 박 전 수사단장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기초수사 결과를 보고해 결재받고, 이어 언론 브리핑을 위해 만든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보낸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 전 수사단장은 "그것은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며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법무관리관에게 "지금 하신 말씀은 외압으로 느낀다. 제삼자가 들으면 뭐라 생각하겠나. 이런 이야기는 매우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달라고 했다."고 박 전 수사단장은 전했다.

국방부에서 초급 간부들에게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아 이첩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에서는 초급간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어느 순간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보고 초급간부를 언급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었으면 우리 장병들이 그런 위험한 물가에 가는데 구명조끼는 둘째치고, 안전로프라도 구비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사진=채수근 상병 안장식 / 연합뉴스
사진=채수근 상병 안장식 / 연합뉴스

수사 축소 외압을 느꼈다는 박 전 수사단장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그것은 그 분의 해석"이라며 "법무관리관의 답변은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국방부 관계자는 유 법무관리관이 박 전 수사단장과의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박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자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박 전 수사단장의 오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해병대사령부도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박 전 수사단장의 증언을 반박하며 "현역 해병대 장교로서 해병대 사령관과 일부 동료 장교에 대해 허위사실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해병대사령부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7월 31일 정오,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자료에 대한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법무검토 후 이첩하라는 지시를 장관으로부터 수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은 7월 31일 오후 4시 참모 회의를 열어 '8월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달 20일 예천 해병대 숙영지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연합뉴스
사진=지난달 20일 예천 해병대 숙영지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연합뉴스

이는 박 전 수사단장이 지난 9일 처음으로 낸 실명 입장문에서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열심히,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국방부 조사 결과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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