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예술극장 개관기념공연 선아트컴퍼니의 김명곤 대본 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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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서 밀러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의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21세기의 우리나라의 현실로 바꿔 재창작한 연극이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이 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는 테네시 윌리엄스, 손톤 와일더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1970년대 연세대학교에서 공연한 이영후 연출과 박정국 주연의 공연, 1978년 현대극장의 표재순 연출과 이순재 주연의 공연, 극단 실험극장의 1980년 윤호진 연출과 김동훈 주연의 공연, 1993년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정일성 연출과 최불암 주연의 공연, 2004년 권오일 연출과 이호재 주연의 공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세일즈맨의 죽음> 원작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지 잘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을 큰아들 비프와 막내 해피에게 주입시키며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윌리 로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이 지낸다. 그래도 윌리는 비프와 해피를 사랑하고 비프와 해피는 윌리를 존경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들 비프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려 사업을 해보겠다며 친구를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다. 게다가 아버지 윌리는 30여 년 동안이나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향후 윌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죽은 형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족은 그러한 윌리의 혼자 중얼거림에 놀라고,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윌리는 과거에 수학시험에 낙제점수를 받은 장남 비프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며, 출장 중인 자신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을 아들에게 들켰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윌리는 그로부터 아들 비프의 만사 의욕상실과 또래들에게서의 뒤처짐이, 아버지인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만, 양심은 못내 괴롭다.

대단원에서 윌리는 비프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확인시키려고, 비프와 화해한 후 그 날 밤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무대는 서민 주택이다. 20여 년 간 주택부금을 붓고, 이제 몇 차례만 더 부으면 주택의 실소유주가 된다는 설정이다. 아래층 왼쪽 방은 안방으로 침대가 놓이고 뒤쪽에 화장실 겸 욕실이 있다. 오른쪽은 주방 겸 거실이다. 주방기구와 식탁과 의자가 배치가 되어있다. 이층은 남매의 방으로 설정된다. 이층에도 침대와 의자가 있다. 집 앞 객석과 가까운 부분은 마당으로 설정이 되고, 거실은 호텔방과 욕실로도 사용이 된다.

이번 <아버지>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현실의 반영으로 아버지의 역이 가일 층 부각되고, 60대 아버지의 조기치매증상이 연극에 구현된다. 아버지의 형이 인도네시아로 17세에 가 21세에는 재력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푸른 바다 속에 뛰어들어 물 밖으로 올라오니 부자가 되었다"는 대사반복으로 이어지며 아들에게 금언처럼 들려주고, 자신이 30년간 외판원으로 일하며 공을 들인 회사에서 해직이 되자, 마종기 시인의 시 "멸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를 읊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버지 자신의 해직과 치매증세, 그리고 과거 사신의 불륜행각을 아들에게 들키게 되고, 그로 인해 아들이 스포츠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실의에 차 현재까지 변변한 일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나쁜 일을 남의 탓으로 핑계대지 말고,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라"며 아들에게 고언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자살을 감행해 사망보험금을 타도록 만드는 결말은 이 극의 백미로 기억에 남는다.게다가 어머니가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여도 자식들에게는 아버지의 치매 증세를 부정하며 감싸려 들고, 어머니로서 늘 상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시피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함을 치며 대드는 모습에 참지를 못하고 아들을 집에서 내쫓은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수령한 2억 여 원으로 집의 실소유주가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했지만, 집이 있어도 오순도순 살 가장이 없음을 한탄하며 눈물을 쏟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김명곤이 아버지로 출연해 그간의 영화나 방송극에서 보인 것보다 월등한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차유경이 어머니로 출연해 진정성이 보이는 호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문영수가 형으로 출연해 원작의 형보다 탁월한 성격창출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조원희가 아버지의 친구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고, 판유걸이 아들, 이지해가 딸로 출연해 남매의 열연이 관객의 사랑을 차지한다. 양희선이 아버지의 불륜상대여인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김민진이 아들의 친구, 임영우가 회사 청년사장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전무송, 권성덕이 아버지로 트리플 캐스팅 되고, 권지숙이 어머니, 김종구가 형, 고동업이 친구, 박재민이 아들, 조연진이 딸, 오봄길이 불륜여, 이재준이 아들친구, 임상현이 회사청년사장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호연을 보인다.

음악감독 김희정, 무대디자이너 김인준, 조명디자이너 신동우, 조명감독 이영욱, 분장디자이너 양희선, 음향오퍼 최윤정, 조명오퍼 김대희, 조명팀 김진아·김병희·남상선·직경찬, 무대제작 수무대, 홍보물디자인 강지우, 홍보사진 노승환·안재경, 조연출 최윤정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주)선아트컴퍼니(류상록)와 동양예술극장(유인택)의 아서 밀러 원작,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를 원작을 뛰어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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