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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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칼럼니스트] 글을 쓴 윤창원은 2004년 인도 쓰나미 국제구호활동을 시작으로 미얀마, 아이티,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일본의 자연재해 구호활동에 참여하였으며 미국, 중국,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라오스, 네팔, 독일, 코스타리카 등의 평화현장을 찾았고 지금도 역사의 흔적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되돌아보며 인류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최대격전지였던 다낭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다낭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다낭을 찾은 관광객 수는 총 368.7만 명으로 2020년의 279.1만 명, 2021년 119만 명 대비 크게 늘어났다. 2019년 방문객 수가 869.2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직 팬데믹 직전까지는 차이가 크지만 관광객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 국내 9개항공사 100여 편의 항공기가 취항하고 있어 한국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에 특화된 조건이 경기도 다낭시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밀한 곳이다.

시내에서 불과 2km 떨어진 다낭 국제공항은 베트남 제 3의 국제공항이다. 이 공항은 중부 베트남으로 접근하는 주요 관문이다. 1972년 이전에 이 공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이었다.

다낭은 원래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 폭격을 위한 미국 공군의 전진기지로 미군 해병사령부가 주둔했던 도시다. 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 곳이 북위 17도선 부근이었는데 다낭이 바로 이 곳에 있다.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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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사이공이라는 화려한 유흥도시, 청룡부대가 철수명령을 받고 귀국선을 탔던 장소다. 다낭공항은 미군의 거점으로 고엽제의 보관창고였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의 관광 개발에서 밀려났다가 2000년대 들어서 다낭의 가치를 발견한 정부가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인들의 민족해방 전쟁이면서 동아시아 지배권을 둘러싼 미일동맹과 중국의 대결이기도 한 국제전쟁이었다. 베트남에서 펼쳐진 두 대국의 국지전에는 핵무기를 제외한 당시의 모든 무기가 총동원됐고, 그 피해를 오롯이 민간인들의 것이었다.

베트남 전역과 베트남접경 지대인 라오스와 캄보디아 일부에 미국이 퍼부은 폭탄 양은 제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모두에서 사용한 양보다 더 많았다. (약 8백 5십만 톤으로 추정) 전쟁이 한창 격화되던 시기에는 하루 평균 1만 발의 포탄이 쏟아졌고, 매일 같이 폭탄을 떨어트렸다.

베트남 전쟁에는 미군 54만 명이 파병돼 5만 7000명이 전사했으며 베트남인 150만~200만 명, 인도차이나 전체에서 약 300만 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남베트남, 북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폭격했다. 민족전쟁이었지만 강대국 세력 간 힘의 대결이 폭발한 곳이다.

베트남의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데오 하이 반' 산이다. 이곳에는 베트남 전쟁을 상징하는 통행문인 '하이 번 관' 문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이 문이 베트남의 남쪽과 북쪽을 잇는 유일한 통행로였기 때문에, 이곳을 장악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진 총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1965년 미 해병대 2개 대대가 베트남 전쟁 참전을 위해 가장 먼저 상륙한 곳이 다낭의 미케해변 인근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낭을 2차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원하는 이유도 이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어서다.

하이반 고개는 다낭과 후에의 경계를 이루며 군사적, 지리적으로 거점이었다. 하이반 고개로 가는 해안도로는 경관이 아름다워 베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해발 500미터 상에 위치해 있는 하이반 고개의 전쟁 유적지는 별다른 보수 없이 그대로 전시해놓은 상태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올라가서 둘러볼 수 있으며 안내판도 친절하게 설치돼 있다.

다낭은 베트남, 라오스, 타이, 미얀마로 이어지는 동서경제회랑(EWEC, East-West Economics Corridor)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다낭시 발전을 위한 2030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는데 2030년까지 다낭시를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축이자 동서경제회랑의 관문으로 동남아시아의 주요 관광, 서비스, 해양경제 중심지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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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지역의 중심도시로서 인근 지역의 핵심 도시들을 연결하고 현대적인 생태 스마트시티로의 발전을 통해 베트남인들의 드림 홈(Dream Home)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2045년까지 다낭시만의 고유 정체성을 가진 지속 가능한 창조적 스마트시티로 발전한다는 비전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막 지난해 말 관계를 진전시켰다. 다낭에서 우리 기업이 투자 중인 프로젝트만 해도 220개에 달한다. 관광을 넘어 경제·문화·교육·인적 교류 등 보다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활성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전쟁의 아픔이 드리운 땅이지만 자본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 다낭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5,000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지만 우리 사회에서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며 왜곡된 측면이 많다. 코로나 이전에 다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이미 80만을 넘어섰다.

지금의 다낭이 있기 이전에 다낭은 우리 삼국시대의 고대국가들과 병존하며 중국에 동시에 사신을 보냈고 상호 직간접적인 교역을 진행하였던 참파(林邑)의 무대였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역사가 회오리 쳐 오늘의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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