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최초의 가족도 1955년작 '가족' 발굴
9월 14일 개최되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 출품

사진=발견과정/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박선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이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을 발굴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개최된 장욱진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판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가족'이 오는 9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60년 만에 최초 공개된다. 

'가족'은 생전 30여 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생애 첫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으로 작품 값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본인 시오자와 사다오(塩澤定雄)에게 판매된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으로 1972년 '가족도'를 다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장욱진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일으켜왔는데 생전 장욱진과 깊은 친분을 유지했던 김형국 전 서울대 교수가 1991년 이 그림의 행방을 찾으려 했지만 작품의 현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 60년간 오직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 몇몇의 기억 속에만 남아 구전(口傳)으로 전해오던 장욱진의 '가족'은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기획을 계기로 발굴됐다. 

전시의 기획을 맡은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작품의 행방을 찾으러 소장가 시오자와 사다오(1911-2003)의 아들인 시오자와 슌이치(塩澤俊一)부부를 찾아가 일본 오사카 근교에 소재한 소장가의 오래된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장욱진의 '가족'은 일본의 미술품운송회사 담당자들이 한 켠에서 작품을 찾는 동안,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손바닥 만한 그림을 직접 찾아내며 극적으로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작품의 행방을 몰랐던 시오자와 부부뿐 아니라 주일 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의 하성환 팀장과 미술품운송회사 직원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발견된 작품은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측면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림 한 가운데에는 작품 제작연도 1955와 장욱진의 서명(UCCHINCHANg)이 적혀있다. 화면 한가운데 자리한 집 안에는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으며, 집 좌우로는 나무가 있고, 두 마리의 새가 날아가고 있다. 대상이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장욱진의 조형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그의 가족도 중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와 아이들만이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라는 점도 의미 깊다. 또한 장욱진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작품의 액자 틀을 월북 조각가 박승구(1919~1995)가 조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전시 출품뿐만 아니라 소장품으로서 작가의 고국 한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소장가를 설득하였고, 소장가는 흔쾌히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구매계약서에 서명하였다. 

한편 작품의 존재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서예가이자 예술원 회원인 다카키 세이우(高木聖雨) 선생은 소장가 시오자와 슌이치 선생에게 직접 붓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어 '장욱진' 회고전에 '가족'을 출품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편, 약 6개월간 노력 끝 소장품이 된 장욱진의 1955년작 '가족'은 보존처리과정을 마친 후 9월 14일부터 개최되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 출품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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