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손지수, '오페라의 유령'으로 첫 뮤지컬 도전
"음악 너무 좋아 도전...욕심 안 낼 수 없었죠"
"크리스틴은 외유내강의 정석...푹 빠져서 헤어지기 싫어요"
11월 17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소프라노 손지수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역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손지수는 서울대 성악과 수석 졸업,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석사과정 졸업 등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소프라노다. 밀라노 로제툼 극장에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으며, 국내에서도 '마술피리', '리골레토', '사랑의 묘약' 등에 참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의 첫 뮤지컬이다. 20년 가까이 소프라노로서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 서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가 새로운 장르인 뮤지컬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끌림 때문이었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 문화뉴스DB

"오디션 제의를 받고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중요한 배역이다 보니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근데 음악전공자로서 작품의 음악이 너무 좋았고 욕심이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큰마음 먹고 지원했는데 다행히 캐스팅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런 기회가 찾아온 게 운명인가 싶기도 해요. 내가 크리스틴 만나려고 여태 성악 공부를 했나 싶을 정도로요."

손지수의 노래는 크리스틴에 기대하는 음색과 기교 등을 두루 갖췄기에 절로 감탄을 불러온다. 왜 크리스틴 역에 성악, 오페라 전공자를 주로 캐스팅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하기 충분했다. 

공연 초반 다소 아쉬웠던 연기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확연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한 소녀 같지만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의 정석". 손지수가 그려내는 크리스틴의 모습이다.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공연 장면 / 에스앤코 제공

"크리스틴은 처음에는 순수하고 수동적이죠. 음악의 천사를 믿고 의지하는 약한 인물 같기도 해요. 그러다 2막에서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성숙해지고, 당차게 유령의 횡포를 포용할 정도로 성숙한 여자가 되죠. 능동적으로 유령의 마음을 돌리기도 하고요."

"유령을 남자로서는 아니지만, 한 인간으로서 사랑해 줄 수 있는 인물이고요. 엄마마저 버린 사람인데, 그런 점에서도 대단하죠. 이 삭막한 세상에 크리스틴 같은 천사는 더욱 의미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지난 3월 부산에서 개막해 오는 11월 서울에서 막을 내리는 장장 9개월가량의 대장정이다. 같은 역에 더블캐스팅 된 송은혜와 함께 번갈아 무대에 서고 있다. 하루는 손지수로, 하루는 크리스틴으로 사는 삶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크리스틴에 녹아들게 됐다.

"초반에는 매일 숙제하고 시험 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분장하고 나면 그냥 크리스틴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안에 그냥 빠지게 된 거죠. 라울에게도, 유령에게도 그냥 진심이 돼버린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커요. 크리스틴에 너무 빠져있는 것 같아서 더 헤어지기 싫어요."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 문화뉴스DB

무대 위에서는 끝없이 고음을 내지르고, 춤추고, 뛰고, 넘어지며 몸을 아끼지 않는다. 온몸에는 멍이 들었고, 쉬는 날이면 침대 밖을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 소모도 크다고. 그러나 싫증 나거나 후회되는 일은 결코 없다며 여전히 즐기고 있음을 밝혔다.

"장기간 공연에 대한 걱정이 아무 의미 없어질 정도로 매회 감정이 달라져요. 유령도 네 명(조승우, 최재림, 전동석, 김주택)이니까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요. 오늘 나의 기분, 컨디션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치거나 지루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감정을 쏟는 게 너무 힘들긴 해요. 크리스틴이 행복한 순간이 '생각해 줘요'(Think of Me) 부를 때밖에 없거든요.(웃음) 그 이후엔 풍파 같은 시간을 겪다 보니 체력 소모가 엄청나죠."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 문화뉴스DB
사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배우 손지수 / 문화뉴스DB

힘든 순간을 이겨내게 해주는 건 역시나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응원. 손지수는 "공연을 보시고는 '나의 크리스틴'이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내가 그분들 마음속에 크리스틴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죠. 우리 공연으로 인해 그분들 삶에 여운이 남는다는 걸 느껴서 제가 더 감사한 것 같기도 하고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본래 오페라가 주 무대인 손지수다. 이번 작품은 오페라라는 소재, 소프라노라는 캐릭터의 특성과 맞아떨어지면서 한층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었지만, 다른 뮤지컬 작품에도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 

손지수 역시 "기회가 되고, 잘 어울리는 작품과 배역이 있다면 또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대신 그동안 클래식 공부를 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작품을 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연기도 춤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현재로서는 "무사히 공연을 잘 끝내는 것이 목표"라는 손지수. 그의 남은 크리스틴으로서의 시간도, 향후 또다른 도전의 가능성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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