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현철, '너와 나'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
"세월호 생존자 말 듣고 구상...사회적 죽음 외면할 수 없었죠"
"잊혀져 가는 사랑의 가치...의미 되새겼으면"
"박혜수, 진정성으로 연기...김시은은 천재"
10월 25일 개봉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배우 조현철이 영화 '너와 나'를 통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무려 7년간 차곡차곡 준비한 끝에 탄생한, 애정 가득 담긴 작품이다.

영화 '차이나타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 다수 작품을 통해 배우로 더 알려진 조현철이다. 그러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준비된 감독. 2010년부터 '척추측만', '뎀프시롤: 참회록' 등 단편을 연출하며 경험을 쌓았다. 

'너와 나'는 그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이번 작품 준비기간은 꼬박 7년이 걸렸다. 2017년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에서 생존자 학생이 '친구가 꿈에라도 나와서 인사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 개인적인 사건도 겹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삶의 어떤 시기에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죽음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어요. 사회적 죽음을 외면할 수가 없었죠. 커다란 죽음, 큰 숫자로 표현되는 죽음보다 생생히 살아있는 이름들을 호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두 여자아이가 떠올랐죠."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사건을 단순히 소재로 차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을 경계했다. 조 감독은 "유가족이 관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역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두 여고생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사랑과 상실, 위로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다. 

"사랑이 잊혀지고 있는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관객분들이 영화 보시면서 다시금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셨으면 좋겠어요. 또 그 경계를 지우고 싶었죠. 제목처럼 너와 나의 경계, 꿈과 현실의 경계, 남녀, 여여 간의 사랑 등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또한 인간 종의 관점에서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동물들도 등장하게 됐죠."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실 상처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봐요. 특히나 그런 상실의 경험이라면. 대신 삶의 어떤 순간 주변이나 과거의 좋은 기억들로 잘 견뎌낼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작품도 하은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출발했지만, 오히려 제가 위로받았어요. 그 위로를 관객분들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30대 남성인 그가 어떻게 그렇게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잘 그려낼 수 있었을까. "10대 여고생을 표현함에 있어 두려움이 앞섰다"던 조 감독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더불어 박혜수, 김시은 두 배우의 존재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배우들과 대본 리허설을 수차례 진행하며 최적의 대본을 완성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가 30대 남성이다 보니 10대 여고생을 표현함에 있어 두려움이 앞섰죠. 그래서 이런저런 취재를 많이 했어요. 주변을 관찰하고, 학생들 브이로그 같은 영상도 많이 봤죠. 입시학원에 나가기도 했고요. 아이들에게 일기 써보라는 과제를 주고 거기서 소재를 가져오기도 했죠. 극 중에 앵무새한테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는데,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져온 장면이에요."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진=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박혜수 배우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만났고, '스윙키즈'에서의 연기도 인상적으로 봤어요. 엄청난 진정성으로 연기하는 배우죠. 그런 면면들이 영화에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캐스팅 후) 오랜 기간 PD님과 저랑 셋이서 같이 준비하기도 했고요."

"하은 역은 오디션을 봤는데, 생생한 아이들을 그려야 하다 보니 그런 걸 표현할 배우를 찾는 것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근데 시은 씨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고, 천재라고 할 정도로 잘 표현했죠. 시나리오나 대사에 표현하지 않은 부분도 잘 포착해서 눈빛으로, 몸짓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인터뷰②] 배우, 감독 다 되는 조현철 "중산층-남성 특권...늘 염치 챙기려 해요"에서 계속됩니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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