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작가가 써낸 최초의 SF 소설
'가여운 것들' 등 많은 창작물에 영향 미치고 각종 공연예술로도 각색돼

사진=Unsplash, Laura Chouette 제공
사진=Unsplash, Laura Chouette 제공

[문화뉴스 이유민 기자] 천재 작가로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간단히 소개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출신의 작가 메리 셸리가 1818년에 익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최초의 SF 소설'로 불리기도 하고 '고딕소설의 정점'이란 찬사를 듣기도 한다. 또한 굉장히 친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할로윈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초록 피부에 머리에 큰 나사가 박힌 괴물 캐릭터를 흔히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여러 타이틀만큼 큰 발자취를 남긴 작품이기에, 이 소설은 이후 많은 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최근작을 따져보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가여운 것들'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는데 그 원작이 '프랑켄슈타인'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작품일까? 

나의 관심을 특별히 끌었던 현상 중 하나는 인간,
그리고 생명이 있는 모든 동물의 구조였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이렇다.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촉망받는 인재가 된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인간 창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전기를 통해 피조물 '괴물'을 만들지만 그 흉측한 모습에 도망쳐 버리고 만다. 그러다 동생 윌리엄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인자가 '괴물'임을 직감하고 고향으로 가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에게 버려진 '괴물'은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며 창조주를 향한 복수를 결심한 상태였다. 둘은 결국 다시 만나 협상을 치르고, '괴물'이 외롭지 않도록 반려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거의 완성했던 다른 '괴물'을 파괴해 버리고, 갈등은 절정을 향해 간다.

이 작품의 기괴하고 번득이는 상상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 성공했다. 작가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메리는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될 당시에 스무 살이었는데 그의 젊은 상상력과 사회비판적 시선이 얼마나 담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작가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사람들은 아버지나 남편이 대신 써준 작품이라고 의심했다. 또한 여성이 이렇게 끔찍한 소설을 쓸 리 없다며 공격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랑켄슈타인'은 강렬하게 각인됐고 지금도 널리 읽히는 소설이 됐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적 상상력 말고도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대를 넘나드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은 시대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국가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간접적으로라도 나타내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작품을 통해 여러 번 사회비판적 시선을 갖고 생각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괴물'의 이질적인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괴물'은 그의 내면과 의도가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힘, 거대한 체구, 기묘한 외형 등으로 차별받는다. 이는 사회에 비슷하게 쭉 존재했던 차별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괴물'은 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대상으로 비유됐다. 해방된 흑인 노예들과의 공존을 위한 메시지로 읽힐 때도 있고, 인간의 어두우면서도 다채로운 내면에 빗대지기도 했다. 또한 출산과 가정, 가족에 대한 메타포로 보일 수 있다. 빅토르에게 '나를 왜 만들었냐'고 따지는 괴물의 모습 등은 부모자식 사이에 살벌하게 싸우는 모습으로 이미지가 겹쳐지기도 하니 말이다. 외에도 이탈리아의 문학사학자인 프랑코 모레티는 자신의 저서에 "프랑켄슈타인의 발명품은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 즉 왜곡하면서 형태를 만들고 야만화시킴으로써 문명화시키고 빈곤화시킴으로써 부유하게 만드는 등 정과 반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면적 과정의 유력한 메타포가 된다"고 쓰기도 했다.

영화 '가여운 것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가여운 것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여러 시대를 한번에 관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프랑켄슈타인'은 더욱 특별하다. 19세기 소설이 21세기에도 다시 읽히고 새로 쓰인다는 건 지금도 충분히 읽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공연예술로 접하고 싶다면 동명의 뮤지컬이나 연극 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931년에 만들어진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애플티비에서 따로 구매해 시청할 수 있다.

만약 고전의 무게감이 부담이라면 '가여운 것들'처럼 새로 쓰인 소설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작가 엘러스데어 그레이가 '프랑켄슈타인'을 기반으로 완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변주시킨 소설인데 그의 탁월한 솜씨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한편, 고전을 열심히 읽는 독자라면 존 밀턴의 '실낙원'과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각종 문학들은 읽을수록 풍부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힘을 건네준다. 이런 작품들은 각종 미디어에서 인용되고, 오마주되고, 다시 읽히곤 한다. 그러나 '오래됐다', '어렵다'는 이유로 널리 읽히지 않는 작품들도 많다.

그에 따라, 이 기사는 최근 다시 주목받는 작품들에 접근하기 쉬운 발판처럼 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기획에는 기사를 읽는 5분 사이, '세 줄 요약 해주세요' 대신 '더 읽어보고 싶어요'를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소소한 마음이 담겼다.

다음 주에는 독자들이 달콤한 빼빼로데이를 보냈길 바라며, 라우라 에스키벨의 맛있는 라틴아메리카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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