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모욕 의도 없었다,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을 뿐" 해명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2023.11.4 handbrother@yna.co.kr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2023.11.4 handbrother@yna.co.kr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 4일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이 함께 진행한 토크 콘서트 ‘이준석&이언주 톡! 톡! 콘서트-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에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선교사 유진 벨씨의 증손자로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60여년 한국에 살며 우리나라 교육과 의료계에 많은 봉사를 해온 인물이다. 인 위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우리나라 ‘특별 귀하 1호자’이며 현재는 국민의 힘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앞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 차이로 국민의 힘이 민주당에게 참패하면서 출범하게 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첫 번째 구청장 보궐선거로, 향후 총선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다. 민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쇄신책을 마련할 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인요한 교수가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 전 대표는 “강서 보선 패배로 황급히 혁신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인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심판한 유권자들의 소리를 듣고 왔느냐, 그게 전제조건이다. 당신이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당신과 별로 그다지 나눌 이야기가 없다"라며 인 위원장에게 ‘만남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 위원장을 지칭 ‘Mr. 린튼’이라며 줄곧 영어로 말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당과 대통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 위원장을 향해 "린튼 씨, 제가 환자입니까? 여기 의사로 오셨냐요?"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그분과 얘기를 하셔야 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쇄신 작업을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 주는 것에 빗대어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여러분이 아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찾아가겠다"라고 발언했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과 관련하여 “(강서 보궐선거) 민심이 당이 싫어서 투표를 안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오진’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원래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가 ‘오진’, 플러스 '엉뚱한 사람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인 위원장을 쏘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고 한다. 인요한 박사님, 혁신이라는 말로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며 “이제는 엎어야 되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 이노베이션(혁신)보다 레볼루션(혁명)이 나을 것 같다. Be a part of it.(혁명의 일부가 되세요.)”라며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창당 관련 ‘12월 결단, 1월 창당’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 국민의힘의 이념적 지향이 보수의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구태와 악습을 지키기 위해 보수를 하는 게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보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토크 콘서트 이후 기자들이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한 이유에 대해 묻자 “정말 뉘앙스까지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인요한 위원장이 몇 번 라디오 하는 걸 들었는데 그때 하다못해 ‘윤핵관’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까지도 지적하더라”면서 “혹시나 그런 게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최대한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과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영어 응대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준석이 인요한 위원장에게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다"라며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공개 사과해야 할 사건이다"라고 지적했다.

강사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 전 대표가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곽대중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다민족국가로 국민의 일원이 된 사람에게 공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라며 "유독 그 사람에게 당신의 민족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이것은 일종의 인종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논란에 대해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한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말을 영어로 했을 것이다.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지난 5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의사인데, 환자는 서울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에게 응수했다. 인 위원장은 “마음 아픈 사람이 부산에 있고, 마음 아픈 사람이 환자”라며 “좀 만나서 얘기 좀 하자. 얘기 좀 들어주고, 위로할 것 있으면 위로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환자에 빗대자 인 위원장이 같은 단어로 이 전 대표를 맞받아쳤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예고한 ‘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 위원장은 전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면 서로 좋지 않다. 제 첫 메시지가 통합이다. 통합해야 한다. 신당을 발표하는 날까지 안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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